미국 대선이 8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서 양당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지를 예측하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뉴스미디어들은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마다 크게 보도하고 해석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인 신문이나 방송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선거결과를 신뢰있게 예측하지 못한다.
통계적 계산에 의하면 무작위로 추출한 1000-1500 명의 샘플(표본) 조사로 전체 유권자의 투표결과를 3- 4 퍼센트의 오차범위 안에서 95퍼센트 이상 신뢰있게 추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51퍼센트이고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47퍼센트로 나온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가 3 퍼센트라면, 새로운 샘플로 백번 같은 여론조사를 반복해도 95번 이상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51보다 최대 3퍼센트 적거나 더 많은 48-54 퍼센트 사이로, 그리고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는 47보다 3퍼센트 적거나 더 많은 44-50 퍼센트 사이로 나온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해리스가 트럼프 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더 많지만 해리스가 48퍼센트로 트럼프의 50 퍼센트 보다 적게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두 후보간의 차이가 오차범위 밖이 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오차범위 3퍼센트 보다 두배가 많은 6퍼센트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여론조사에서의 오차범위는 6퍼센트 보다도 훨씬 더 클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인종, 성, 연령, 교육수준, 직업, 거주지역, 이념적 정치적 성향 등 다양한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계층 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도 다르다.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계층간의 의견이 다르고 정부에 대한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2억5천만 명의 전국 유권자들을 계층간 수에 따라 천명 정도의 샘플 안에서 비례적으로 추출하여 조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주별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수는 적지만 마찬가지이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자료를 수집한 후 중요 계층간의 샘플 크기를 통계적 방법으로 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계층간 샘플 차이에서 오는 오차범위를 신뢰할 수 있을 정도까지 조정하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율도 오차범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여론조사는 대부분이 전화나 이메일 혹은 텍스트 메세지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무작위로 추출된 사람들 중 겨우 5-6퍼센트가 여론조사에 응한다.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94-95 퍼센트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핸드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개인적 정보의 유출을 두려워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침묵의 94-95퍼센트의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가 여론조사에 반영이 안되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권자들과 특정 계층 유권자들이 조사 샘플에서 얼마나 균형있게 반영되었을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누가 실시한 여론조사인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도 조사를 한 언론매체나 사회조사 기구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진보민주성향의 ABC 방송이 선거 전에 실시 발표한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 좋은 예이다. ABC 조사 결과는 클린턴 후보가 50퍼센트를 얻어 38퍼센트를 얻은 트럼프를 12퍼센트 차이로 크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당시 7개 경합 주에서 패하여 낙선되었을 뿐아니라, 전국 투표율에서도 트럼프 보다 겨우 2.1퍼센트를 더 얻었을 뿐이다. 여론조사의 후보간 실제 오차범위가 약 10퍼센트나 되었던 것이다.
특히 선거 직전에 나온 결과가 아니라면 언론매체들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주목할 가치조차 없다. 그동안 유권자들의 표심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관계없이 물가, 금리, 국가 부채 및 예산, 건강 복지, 난민 밀입국과 이민 정책, 외교, 국방, 낙태, 성전환의 자유, 범죄 단속 등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후보자들의 정책을 하나 하나 분명히 이해하고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동포사회와 미국의 미래를 위해 더 유익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언론매체들도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과도하게 보도하여 독자나 시청자들의 주의를 끌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중요 이슈들에 대한 후보들 간의 정책과 과거의 업적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분석 보도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대선을 앞두고 독자나 시청자들이 옳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고 언론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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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전 미 교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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