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인구 7억’ 중국 대체시장
▶AI센터 수요 연25%씩 증가
▶저비용·정부 지원도 매력적
▶ MS, 인니에 4년간 17억불 투자
▶구글도 말레이 20억불 들여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를 등에 업은 동남아 국가들이 정보기술(IT) 산업 허브로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다.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요충지로 부각하는 가운데 약 7억 명의 인구를 거느린 동남아가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꼽히는 것 역시 매력 요인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필수적인 비용 우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도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세계 IT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최근 들어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는 배경이다.
◇동남아, 빅테크 자금 빨아들이다=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아리츠톤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국가들은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총 102억 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약 9.6%씩 늘어나는 동남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2029년 17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추세의 중심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리 잡고 있다. MS·구글·아마존·엔비디아 등은 동남아 국가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MS의 경우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4년간 17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역시 말레이시아에 20억 달러를 투입해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알렸고 엔비디아는 43억 달러를 들여 말레이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중국판 빅테크’로 불리는 바이트댄스(틱톡 모기업), 알리바바 등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해나갈 방침이다.
◇동남아 시장의 역동성이 매력 요인=빅테크들의 관심 밖에 있던 동남아의 위상이 높아진 배경에는 이 지역의 성장 잠재력이 자리하고 있다. 연평균 4%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동남아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디지털 경제 역시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발간한 ‘동남아시아 디지털 경제 보고서’를 보면 이 지역의 온라인 부문(금융 제외) 시장 규모(GMV)는 내년에 29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610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시장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데이터 소비가 급증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투자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혁명도 동남아의 데이터센터 투자 붐을 불러온 배경으로 꼽힌다. 싱가포르의 상업용 부동산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동남아에서 AI와 관련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8년까지 연평균 25%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기간 연평균 14%의 성장이 관측되는 미국보다 높은 성장세라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AI는 향후 산업을 정의하는 중요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리콘밸리는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동남아의 매력은 실리콘밸리의 성장 둔화를 고려하면 더 분명해진다”고 분석했다.
◇‘탈중국’에 주목받는 동남아=갈수록 첨예화하는 미중 갈등으로 동남아의 매력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대중 투자 제재 조치로 상당수의 미국 기업이 중국 투자를 줄이거나 접는 추세다. 구글의 경우 미국과 홍콩 등을 잇는 데이터통신망을 구축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정보 유출 우려로 미국 정부로부터 ‘퇴짜’ 통보를 받은 까닭이다. 이같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생겨나자 정치적으로 중립적 성향을 보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스윙컨트리의 몸값이 뛰고 있다. 싱가포르 투자회사 NWD홀딩스의 숀 림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는 중국·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 등 지정학적 긴장 사이에서 대체로 중립적”이라면서 “특히 전쟁이 계속되면서 동남아 지역은 더욱 매력적인 곳이 됐다”고 진단했다.
◇시장 친화적 정부가 일등 공신=동남아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 역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평가된다. 데이터센터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열관리가 필수적이다. 이에 많은 기업이 열을 식히는 방법들을 고안해내고 있지만 막대한 전력 및 물 소비는 피할 수 없다. 이런 이유를 들어 일부 국가들은 데이터센터 시설에 적지 않은 규제를 적용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외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데이터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블룸버그는 “빅테크들은 동남아의 시장 친화적인 정권, 해마다 커지는 소비 시장, 늘어나는 젊은 인구 등을 주목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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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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