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핑에 무형 콘텐츠까지 더해 마케팅 붐
▶법 개정에 항공기 광고매체 역할도 ‘톡톡’
▶ 어린이·동반 가족 타깃으로 굿즈 판매도
▶업계 재편 경쟁 치열, 승객유치·수익창출
카타르 월드컵이 열렸던 2022년 손흥민 선수 등 한국 축구 국가대표 이미지로 동체를 감싼 아시아나항공 래핑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이진아, 루시드폴, 규현, 정재형, 이미주, 윤석철(왼쪽부터) 등 연예기획사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덧씌운 제주항공 래핑 항공기. [제주항공 제공]
티웨이항공이 운항 중인 포켓몬 캐릭터 래핑 항공기 이미지. [티웨이항공 제공]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6월 국제선(일본 노선)에서 규현, 이미주, 정재형 등 연예기획사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 12인의 이미지를 덧씌운 래핑 항공기를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래핑 항공기를 이용한 양사의 공동 마케팅은 기체 외관에 특정 이미지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3월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의 음원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행 플레이 리스트를 올렸고 여행을 주제로 기내 음악도 만들어 해당 여객기 운항에 활용할 계획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같이 래핑 항공기를 활용한 국내 항공사의 마케팅이 날로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외관뿐 아니라 기내 창문, 창문 위 벽면에도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의 여행 관련 노래 가사를 덧씌울 계획이다.
기존 래핑 항공기는 주로 항공사 광고 모델의 이미지로 탑승객의 시선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음원 등 여러 무형 요소까지 더해 승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2022년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시행도 국내 항공사들이 이전보다 이에 더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의 하나다. 래핑 항공기를 통해 광고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4월 경북 안동시와 한국정신문화재단의 의뢰로 전통 탈과 누각(병산서원 만대루) 이미지와 ‘ANDONG KOREA’ 문구로 항공기를 감싸 관광도시 안동을 광고했다. 이 항공사는 2023년부터 기내 좌석의 접이식 테이블에 LG전자 세탁·건조기 광고도 시작했다. 항공기 동체가 광고매체가 되면서 항공사의 새로운 ‘캐시 카우’(수익창출원)가 된 셈이다.
■월드컵 후원사 아닌데 손흥민으로 래핑한 비결은
국내 대형항공사(FSC) 가운데 래핑 항공기로 유명한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때 유럽·미주·동남아 노선에서 손흥민 등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항공기 두 대를 운항해 눈길을 끈 것이 대표적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이 항공사는 박지성 등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 이미지로 항공기를 감싸 이목을 집중시켰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아닌데도 대회 기간에 이 같은 방식으로 큰 광고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 회사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로서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이 원정 경기를 하러 해외를 오갈 때 항공편을 제공한다는 후문이다. 대신 선수들의 이미지를 기체에 덧씌워 협회와 공동 광고를 했다.
어린이와 동반가족을 타깃으로 한 래핑 항공기도 있다. 국내 LCC 티웨이항공은 주식회사 포켓몬(The Pokmon Company)과 제휴해 ‘피카츄’ 등 포켓몬 캐릭터를 담은 항공기를 2022년 12월 띄우기 시작했다.
일본, 동남아, 제주 등을 오가는 이 항공기는 창문에도 피카츄 스티커를 붙이고 있으며 탑승객에게 피카츄 스티커를 나눠줘 어린이와 동반가족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항공기에는 좌석 머리받이 덮개와 기내 제공 음료수를 담는 종이컵에도 피카츄 이미지가 들어있다. 이 항공사는 래핑 항공기의 포켓몬 캐릭터를 담은 굿즈 판매로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모형 래핑 항공기, 키링(열쇠고리), 담요, 볼펜 등을 이 항공사의 국제선 기내와 온라인 숍에서 판매 중이다.
1997년 전담 부서를 만들어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자체 항공기 도색 능력을 갖춘 대한항공도 탈·부착이 간편한 항공기 래핑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블랙핑크를 모델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래핑 항공기를 운항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당시 대한항공은 기내 엔터테인먼트시스템(AVOD)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 영상을 틀고 기내잡지인 모닝캄(Morning Calm)에 유치 활동 특별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18년 ‘대한항공 내가 그린 예쁜 비행기’ 그림 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함께 그린 고래 이미지가 담긴 그림으로 기체를 감싸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에도 이 대회에 나선 초등학생들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함께 그린 그림 이미지로 래핑 항공기를 만들었다.
■국내 항공 시장 지각 변동에…승객 쟁탈전 치열
최근 래핑 항공기 활성화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에 따른 국내 항공업계 지각 변동의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고 올해 10월 말까지는 미국 정부 심사도 통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 기업 결합이 끝나면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이 한 몸이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LCC 여객 시장은 덩치가 커진 통합 LCC,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3강 체제로 재편, 국내 승객 쟁탈전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래핑 항공기는 대부분 덧씌운 이미지가 기체 뒤편에 몰려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는 하늘을 나는 중 높은 온도와 기압에 노출되는 기체의 래핑 이미지가 떨어져나갈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항공사 측은 마케팅 효과를 고려해 이미지를 선정한 뒤 최소 두 달은 래핑 시안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시안이 확정되면 전문업체를 통해 래핑용 특수 용지에 이미지를 찍어낸다. 이때 커다란 이미지를 바둑판처럼 일정한 크기로 분할해 기체에 붙이기 쉽게 한다.
이후 2, 3일 특수용지를 작업자가 손수 기체에 조각조각 붙여 래핑을 완성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를 기체에 붙일 때는 꼬리 쪽에서 머리 쪽, 아래쪽에서 위쪽 순서로 붙인다. 이렇게 해서 머리 쪽 원단이 꼬리 쪽 원단보다 위에 붙어야 전체 필름이 바람의 저항을 작게 받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특수용지를 다 붙이고 난 후에는 비상구, 화물칸 부위에 붙은 용지는 떼어내 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2, 3주 동안 항공기가 중정비에 들어갈 때 이 같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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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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