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50개주에 사는 모든 미국 시민이 참가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사실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 해보나마나 결과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인과 네브라스카를 제외한 모든 주들이 승자 독식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 표차로 이기나 100만 표차로 이기나 결과는 똑같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는 총 유효표에서 300만표를 이기고도 미시건,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3주에서 합 8만표가 부족해 졌다.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총 유효표에서는 700만표 앞섰지만 이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에서 합 4만표로 이기는 바람에 승자가 됐다.
소위 ‘블루 월’로 불리는 미시건,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3개 주와 ‘선 벨트’로 알려진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 노스 캐롤라이나 4개 주를 합친 7개 주를 경합주라 부르는데 이번 대선도 이들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블루 월’로 불리는 러스트 벨트 일대 주 중 한 곳만 놓쳐도 승리가 어렵다. 반면 이곳만 이기면 선 벨트를 다 내줘도 당선 관문인 대의원 270명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러스트 벨트’로도 불리는 이곳은 세계화로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피폐해진 백인 중하류층 집중 거주지이기도 하다.
반면 루저 도널드 쪽에서 보면 펜실베니아와 조지아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이다. 이곳만 이기면 다른 주는 다 내줘도 매직 넘버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 공화당이 이 두 곳에 광고비의 77%를 쏟아붓고 있는 이유다.
이렇기 때문에 정치 분석가들은 카멀라 해리스가 인기 있는 펜실베니아 주지사 조슈 샤피로를 부통령 후보로 택할 줄 알았다. 펜실베니아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놓칠 수 없는 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예상을 깨고 미네소타 주지사인 팀 월즈를 골랐다. 중서부 출신으로 서민적 풍모에다 진보적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중도파에 속하는 샤피로는 친 이스라엘 노선 등으로 민주당 핵심 지지 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나온 여론 조사는 해리스의 전략이 먹혀 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CBS 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민주당원은 80%가 넘어 공화당과 별 차이가 없어졌고 흑인의 경우는 한 달 사이에 50%에서 70%대로 치솟았다. 또 여성 유권자들의 70%가 해리스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도널드의 2배에 가깝다.
공화당은 월즈가 민주당내 극좌파라며 공세를 펴고 있으나 17살 때 아버지를 잃고 공장에서 일하다 방위군에 입대한 후 고등학교 풋볼 코치를 한 경력에다 소탈한 성품이 트레이드마크인 그에게 이런 공격은 잘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 보통 정치인과 달리 수입이라고는 주지사 연봉 11만 달러와 교사 부인 연봉 5만 달러가 다며 집도 주식도 없는 것이 서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같은 흑수저 출신이지만 예일대를 나오고 1천만 달러가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밴스와 대조적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는 ‘블루 월’로 불리는 미시건, 펜실베니아, 위스콘신에서 모두 4% 포인트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는 이 지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 자동차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인 선 벨트에서도 도널드의 우세가 흔들리고 있다. 선거 분석 기관인 ‘쿡 정치 보고서’는 지난 주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를 공화당 우세에서 경합 지역으로 재분류했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3주전 도널드가 바이든을 전국적으로 2.5% 포인트 앞섰는데 이제는 해리스가 1% 포인트 가까이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합주들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 최대 라틴계 단체 라틴 아메리카 시민 연맹은 1929년 창립이래 처음 대선 후보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입소스 여론 조사 결과 7대 경합주에서 해리스가 2%, 전국적으로는 5% 포인트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는 3주째 공격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내부 총질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도널드는 애틀랜타 유세중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나쁘고 충성심 없는 남자”라고 비난했는데 이는 2020년 대선에서 1만1천표 차로 조지아에서 지자 부족한 표를 찾아내라고 한 도널드의 지시를 그가 거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 분열은 망하는 집안의 특징이다.
아직 대선까지 석달이라는 영원 같이 긴 시간이 남아 있어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은 해리스가 승기를 잡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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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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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들어왔는데 결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읍니다.
이 신문에 실리는 논평중 민경훈 위원의 글이 그래도 제일 세상 물정을 똑바로 보고 쓰는것같다. 맞읍니다. 저 7개 경합주 외에 사는 국민들은 솔직히 투표할 필요도 없읍니다. 결과가 뻔한데 뭐하러 세금 낭비해가면서 국민투표를 할까요? 그냥 저 7개주만 투표해서 결정하는게 나을겁니다. 아니면 다른 나라들처럼 국민 직접 선거를 하던지.
아무리 봐도.. 해리스.. 가소평가된 인물인것이 들어나고 있음. 트 쓸헤기청소의 날이 점점 가까워 지고 있음. 개 당황해서 주뎅이에서 온갖 똥들이 나오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 기자가 아무리 이런 선동의 글을 쓴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오직 편향된 사실로 호도할 뿐. 왜 라스베가스의 도박사들이 트럼프의 당선에 70% 가 배팅하겠나? 민주당 상원의원 패터맨이 왜 해리스가 진다고 단언하나? 루저의 눈엔 상대가 루저로 보일 뿐. 어제 머스크와 트럼프와 X에서의 대담을 한번 볼 것을 권합니다. 영어가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