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트레이딩, 효과 있을까
▶2018년 금융 혼란 유발 잊은 듯
▶“연준, 대선 전 금리인하 자제해야”
▶재차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발언
▶미래 통화정책 불확실성 높이고
▶ 중 위협 속 대만 보호를 ‘보험’ 비유
▶세계 경제를 ‘전쟁 리스크’ 불안에
▶2019년 미중 관세전쟁 뒷얘기엔
▶애플CEO 팀 쿡이 존경심 보이자
▶으름장 놓던 분위기 180도 바꿔
▶허영심 따른 결정을 자랑 삼기도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하면서 한때 ‘트럼프 트레이드’ 바람이 불었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트럼프 후보가 앞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와 부동산 등이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7월 16일, 트럼프 후보가 비즈니스위크와 진행한 인터뷰 기사가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됐다. 인터뷰에서 그는 크게 3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는데, 세계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폭발력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다 자세히 그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자.
트럼프 후보는 “제롬 파월 의장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임기를 채우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2018년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이하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을 강하게 비난해 심각한 금융시장 혼란을 유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파월을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택했던 것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도”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불황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은 2018년 말 주식시장의 붕괴를 유발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더 나아가 트럼프 후보는 “연준이 11월 대선 전에 금리 인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2018년 사태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연준이 9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었던 만큼,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미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만일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하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연준과의 관계가 2018년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11월로 금리인하가 미뤄지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정치적인 독립성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게 될 수 있다. 연준의 여러 구성원은 참 곤혹스러운 심정이리라 짐작된다.
어쩌면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개입보다 더 큰 충격을 준 이슈는 대만 안전 보장 문제였다. 중국의 침략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후보는 “우리가 얼마나 멍청한가요?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모두 가져갔어요. 그들은 엄청나게 부유하잖아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더 나아가 그는 대만이 미국에 보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보험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그가 대만 방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작은 섬을 방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는 “대만은 9,500마일이나 떨어져 있지만, 중국과는 68마일 떨어져 있습니다”라며 대만에 대한 안전보장 약속을 포기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와 같은 극적인 정책 전환은 지정학적 위험을 크게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2016년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 이후, 민진당이 3번 연속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대만 사람들은 중국과의 통일을 머릿속에서 지운 것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만은 “서구의 정치 구조가 중국 문화와 양립할 수 없다”는 공산당의 주장에 대한 살아 있는 반증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진 것도 대만 침략 전쟁에 대한 공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연금 개혁에 따른 지지율 하락 문제를 타개할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관측이 제기될 정도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을 사용하곤 한다. 실제 2024년 3월 치러진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압도적인 표차로 5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내부 문제를 돌릴 목적으로 대만을 침공한다면,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대만전쟁’이 벌어질 때 세계경제가 어떤 피해를 입을 것인지 추산한 것이다. 약 10%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을 훨씬 웃돈다. 이런 충격이 발생하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각국의 경제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대만의 주요 반도체 설비가 파괴되며 글로벌 정보통신산업의 핵심 부품 생산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후보 인터뷰 공개 이후 대만증시가 폭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많은 투자자는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만 시가총액 1위 기업 TSMC가 탁월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을 감안하면, 이 관측이 아예 근거 없는 스토리텔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내세운 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애플의 사례를 보면 그를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자, 애플은 무역전쟁의 피해자가 될 게 확실해 보였다. 특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애플은 중국산 맥프로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또는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만들면 관세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는 놀라운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적인 방문을 요청했다고 회상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의 수장이 보여준 존경의 제스처에 매우 “인상적인 만남이었다”고 기억했다. 트럼프 후보는 쿡 CEO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애플 제품에 25% 혹은 그 이상의 관세가 부과되면 사업에 정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우리 사업을 망칠 수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회고한다. 이에 대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큰 변화를 보였다. 그는 “당신들을 위해 기꺼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는 한편, “애플의 주요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야 한다라고 응대했다”고 밝혔다. 면담이 있은 지 4개월 후, 애플은 텍사스 오스틴에 대규모 공장을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발표된 보도 자료에서 쿡 CEO는 “애플의 가장 강력한 기기인 맥프로를 오스틴에 짓는다는 것은 자부심이자 미국인의 독창성이 지닌 지속적인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언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텍사스 공장에서 최초로 생산된 5,999달러짜리 맥프로를 선물했다.
이 흥미로운 사례가 잘 보여주듯, 트럼프 후보가 집권했을 경우 혜택을 볼 기업이나 산업을 찾는 것은 지혜로운 투자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허영심 혹은 자존감을 채워주는 다른 경쟁자가 출현하는 순간, 얼마든지 혜택이 불이익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달러자산과 금에 대한 투자를 병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강력한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이른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 현금을 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국채나 리츠 같은 달러 표시 자산을 매입하라는 뜻이다. 최근 한국에 다양한 종류의 미국 자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되었으니, 이참에 ‘트럼프 리스크’ 트레이딩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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