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백인남성 vs 진보 흑인여성 첫 대결…초반 판세는 박빙 초접전 양상
▶ 트럼프, ‘바이든실정 공동책임’ 공격…해리스, 민주주의 위협론·낙태권 쟁점화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시대의 본격 출범이냐,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냐.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의 맞대결로 치러질 전망인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누가 이기든 미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를 거치며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고,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 과반의 지지 약속을 확보한 해리스 부통령도 내달 1일부터 시작될 대의원들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후보로 공식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대선판이 짜였을 때 현직인 바이든에 트럼프가 도전하는 모양새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새롭게 편성된 트럼프-해리스 대결 구도는 누가 수성(守城)에 나선 챔피언이고 누가 도전자인지도 모호해졌다.
해리스가 여당 후보이긴 하지만 백인 남성이라는 미국 기성 주류에 흑인이자 아시아(인도)계 여성이라는 '비주류'가 도전하는 양상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면 그는 앞으로 4년간 집권 1기 때 완성하지 못한 '트럼피즘'을 속도감 있게 정책으로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미국은 자신들이 정점에 서 있던 자유무역 체제에서 벗어나 고율 관세와 제조업 국내 회귀로 대표되는 보호주의로 더 빠르게 전환하고, 외교안보 면에서는 대외 군사개입을 최소화하는 신고립주의로 나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1기 때는 인력풀이 빈약했던 까닭에 '레이건주의자'로 불리는 정통 보수주의자를 외교안보 요직에 기용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신고립주의를 추진할 '충성파'들이 진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그녀는 8년 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에 막혀 이루지 못한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의 역사를 쓰게 된다.
그럴 경우 정책 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대체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적으로 '부자 증세' 및 중산층 강화, 친노조, 대외적으로 동맹 중시 등의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동시에 진보적인 성향의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했던 젠더, 인종, 문화 관련 평등 및 소수자 보호 정책은 마이너리티 배경을 가진 해리스 집권 시 유지 또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느 쪽이 이기든 미국 사회는 통합 방향보다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초반 판세는 일단 박빙 양상이다.
CNN 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의 지지를 받아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서 해리스 부통령(46%)을 앞섰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전(4월과 6월 조사) 트럼프-바이든 간 격차(6%포인트)에 비해 좁혀진 것이다.
공영매체 NPR과 PBS가 마리스트와 공동으로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46%를 기록해 45%를 받은 해리스 부통령에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서 우위에 있었다. 다만 이 조사에서 제3 후보를 포함한 다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42%로 동률이었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한 축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불법 입국자 문제, 인플레이션 등 기존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던 소재들을 그대로 활용하며 '공동책임론'으로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주의 무역 강화와 화석에너지원 시추 재개, 남부 국경 봉쇄, 국제 분쟁 조기 종식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 때 밝힌 공약을 점차 구체화해 제시할 전망이다.
아울러 다양성 수용과 경제 정책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동급 또는 그 이상으로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온 해리스 부통령에 맞서 우파 진영의 '반(反) PC(좌파가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주의' 정서를 자극하며 득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랬듯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승복 거부 이력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수호가 걸린 대선'이라는 내러티브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 우위로 확고히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판결을 지난 2022년 폐기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낙태권을 강조함으로써 여성 지지세 확대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검사 출신 이력을 활용해 4건 형사 기소에다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한 회사 기록 조작 건으로 유죄 평결까지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법 집행자 대(對) 중범죄자'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조 중시 기조, 총기 규제 강화, 친환경 산업정책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후보가 선거 과정에 넘어야 할 허들은 '나이'(트럼프)와 '유리천장'(해리스)을 지목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에 쥐어진 '칼'이었던 후보의 나이와 건강 문제는 이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78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보다 19세 젊은 해리스 부통령의 세대교체론을 어떻게 방어할지 고민하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에게 여성이자 유색인종이라는 태생적 배경은 경쟁력이자 한계라는 시각이 있다.
미국 사회가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라는 첫 유색인종(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였지만 '흑인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일 정도로 유리천장과 인종 장벽이 사라졌느냐는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승부처는 역시 경합주다.
그중에서도 바이든-트럼프 구도하에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나타났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을 누가 더 깊이 파고드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의 '흙수저' 출신 J.D.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낙점함으로써 러스트벨트의 중산층 이하 백인 유권자들의 상실감을 집중 공략할 것임을 예고했다.
반대로 해리스 부통령은 노조의 파업 시위대열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동참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를 계승한 '친노조'를 앞세워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에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 모두 '세계화'와 '자유 무역'에 타격을 본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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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신성 해리스 앞에 트럼프는 누추한 낙옆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