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처칠 생가에서 EPC 정상회의…유럽 ‘안보 협력’ 강조
▶ 나토 총장 “美, 나토 남을것”…젤렌스키, 우크라 지원 강화 촉구
유럽 정상들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우크라이나 지원 등 안보 논의에 머리를 맞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시 미·유럽 관계 격변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18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정상 45명이 모였다.
회의를 주재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개회사에서 "러시아의 위협이 유럽 전역에 닿았고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목격됐다"며 "유럽이 국경을 지키기 위해 함께 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 더 많은 것을 해야 할 순간"이라며 "우리는 함께 서서 유럽 국경을 지키고 협력할 새롭고 야심 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10월 출범해 4번째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 공식 의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민, 에너지 안보, 민주주의 수호였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유럽과 미국 간 관계에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속해서 유럽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유럽 안보 무임승차론'을 펼쳐 왔으며 나토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탈퇴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가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모인 유럽 정상들은 유럽의 협력과 안보 자립을 강조했다고 AP·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유럽이 (나토에서) 지금보다 더 큰 비용 분담을 함으로써 제몫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이 동맹의 가치와 우리가 함께 서는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도 "유럽이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 힘으로 서야 한다"고 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나와 내 동료의 과제는 미국과 유럽의 유대 정책 지속을 설득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우려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새 미국 정부가 나토의 종말을 뜻한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2016년에도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 나토는 4년 뒤 더 강력해졌다. 병력도 대비태세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나 밴스의 비판은 주로 나토에 관한 게 아니라 동맹국들의 국방 지출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는 바뀌고 있다"며 트럼프 재집권 시에도 미국이 나토에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나토가 현재 전 세계 군사력의 50%를 차지하는데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면 독자적으로는 25%에 그칠 것이라는 점도 미국에는 고려사항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EPC는 애초에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에 대항해 유럽 안보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이날도 러시아의 서방 제재 회피 문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이 논의됐다. 서방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세력을 확장한 가운데 민주주의 국가의 결속을 해치는 러시아발 허위 정보 및 가짜뉴스 단속 등도 다뤄졌다.
회의 장소인 18세기 대저택 블레넘궁도 2차대전 당시 리더십을 발휘한 처칠 전 총리의 생가이고 2차대전 국내정보국(MI5) 본부로도 쓰여 유럽 안보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찰스 3세 국왕이 이날 오후 직접 블레넘궁에서 유럽 정상들을 위한 환영식을 주최하고 각국 정상을 만나 대화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를 분열시키지 못했다"면서 "파트너들이 지원 강화를 요청했다.
그는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이 적을수록 러시아가 더 평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제공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4월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 서방이 격추를 지원했던 것을 언급하며 "딱 그것처럼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하려는 집단적 의지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제 취임 2주가 된 스타머 총리로선 보수당 정부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안보, 이민 등 현안에서 EU와 관계를 재설정하고 유럽의 주도적 국가로서 입지를 되찾는 게 목표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EU의 일원은 아니나 유럽의 큰 일원"이라며 "여러분과 협력할 준비가 된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 문제는 이제 '도전'이 아닌 '위기'라며 불법 밀입국 조직 단속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트럼프·친푸틴 성향으로 EU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도 나머지 정상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이 "모두에게 최고의 뉴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오르반 총리를 겨냥해 "전쟁 수도를 찾아 공동 이익에 반하는 약속을 하거나 우크라이나를 희생시키려 하는 사람을 왜 고려해야 하나"라며 "이 사람 없이도 EU와 나토는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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