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와 콜롬비아 국경에 놓여진 죽음의 정글이 스페인어로 ‘따뽄 델 다리엔’(Tapon del Darien)이다. 영어로는 ‘다리엔 갭’(Darien Gap)으로 불려지는 그곳은 아열대 몬순 기후 지역이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5시간 이상 장대비가 쏟아진다. 파나마 최남단에 위치한 ‘다리엔’ 국립공원의 ‘야비사’(Yaviza)로 부터 시작되어 콜롬비아 ‘로스 까띠오스’ 국립 공원의 ‘뚜르보’(Turbo)까지 폭 50Km, 길이 160Km의 정글과 늪지대가 이어진다.
그곳에 오래 전부터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 인디오들이 ‘엠베라 워우난’(Embera Wounaan)족과 ‘쿠나’(Kuna)족이다. 카누를 만들어 밀림속을 유유히 왕래하며 수렵 생활로 생존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제 열대 정글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온갖 흡혈성 곤충과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파충류들이 즐비하다.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는 최북단 알라스카에서 부터 아르헨티나 최남단 ‘우수아이아’(Ushuaia)까지 장장 47,958km (29,800마일)의 자동차 도로로 세계 최장의 길이를 자랑한다.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가 유일하게 끊어진 부분이 ‘다리엔 갭’ 구간이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아있는 열대 우림, 매일 쏟아지는 장대비, 불어난 물, 가파른 언덕, 진흙 더미의 ‘라스푸티차’ (rasputitsa, 뻘밭)가 펼쳐져 있어 고성능 4륜 구동 자동차의 통행도 불허하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구간이다.
끔찍한 정글 그 자체로도 조난의 위험이 상존하지만, 다리엔 갭엔 콜롬비아 혁명 반군(FARC, 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 de Colombia)게릴라들과, 콜롬비아에서 생산한 마약을 중미를 통해 미국으로 유통시키려는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이 암약하는 곳이어서, 목숨을 걸 각오 없이는 함부로 진입할 수 없는 곳이다.
그토록 위험한 사각지대이건만 아이들을 둘러업고, 짐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 가엾은 난민들이 부지기수다.
파나마 이민국에 의하면, 2023년 한해에만 50만명 이상의 난민들이 다리엔 갭을 통과하였다고 한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아사 직전의 베네수엘라를 떠난 베네솔라노들이 최다였고, 독버섯처럼 확장일로에 있는 마약 카르텔과의 살벌한 전쟁이 무서워 조국을 등진 에콰도르 서민들이 다음이고,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 된 후 조직 폭력배 두목 셰리지예가 폭압 통치하는 살벌한 아이티를 떠난 아이티 난민들이 세번째다. 마지막 네번째 국가가 중국인들이었다. 시진핑 정권의 권위주의적인 탄압과 심각한 경제 불황을 피해, 홍콩에서 출국하여 튀르키예를 중간 거점으로, 중국에게 우호적이면서 비자 면제를 체결한 남미 에콰도르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왕서방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다리엔 갭을 통과 하려는 모든 난민들은 예외없이, 정글의 길라잡이를 자처하는 범죄 조직원들에게 상당한 뇌물을 바쳐야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리엔 갭 최악의 난코스 87Km(54마일)를 3일 동안, 3인의 가족이 안전하게 통과 하려면 최소 $ 7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길라잡이 수수료가 $250, 짐 운반비 $60, 어린이 보호비 $30, 그나마 자발적으로 선선히 내어주지 않으면 지척을 구분할 수 없는 정글에서 어떤 불상사를 당할지 각오하라며 눈을 부릅뜬다.
북 버지니아 한인타운인 애난데일, 인근 컬모 폴스처치 지역에 악명 높은 ‘따뽄 델 다리엔’을 극적으로 통과한 라티노 밀입국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볼리비아 ‘꼬차밤바’ (Cochabamba) 출신의 ‘시메나 까로’ (Ximena Caro, 38세)씨는 삼남매와 함께 금년 1월에 애난데일에 도착했다. 반년이 훨씬 지났지만 초췌한 얼굴에 기미 가득한 채 굿스푼에서 준비한 음식물과 생필품으로 연명하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세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며 미국에 정착하고 싶은데, 한 주에 한번 있는 ‘뜨라바호 데 림삐에사 데 라 까사’ (Trabajo de Limpieza de la Casa, 집 청소)로는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들다며 구슬같은 ‘라그리마’ (Lagrima, 눈물)를 주루륵 흘린다.
염려하는 그에게, 아론의 축복의 기도로 용기를 북돋운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
김재억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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