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서 전시되고 있는 ‘투탕카멘의 무덤과 보물 특별전’을 다녀왔다. 투탕카멘은 기원전 1332년 9살의 나이로 이집트의 파라오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이집트와 이웃 왕국인 누비아와 영토를 놓고 벌인 갈등의 시기에 나라를 통치했다. 권력을 잡은 지 거의 10년 후, 투탕카멘은 19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1922년까지 투탕카멘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그때 하워드 카터라는 영국의 고고학자가 이집트의 왕들의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했다. 카터가 그의 재정후원자였던 카나본 경과 이집트 각료의 입회 하에 무덤을 열었을 때 그들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곳에는 도굴되지 않은 수많은 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왕들의 계곡’에 있는 유물들은 도굴꾼들에 의해 거의 도굴된 상태였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 컸다.

무덤에서는 6개의 전차, 4개의 단검, 수 십개의 활과 수 백개의 화살, 8개의 창과 8개의 방패, 가구, 왕의 지팡이, 정교하게 만든 갑옷 등 모두 5,000점 이상의 유물을 발굴했다. 그러나 무덤 속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은 투탕카멘의 미라였다. 카터와 그의 팀이 투탕카멘 미라를 보기위해 무덤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244파운드의 순금으로 된 관 등 모두 4개의 관이 있었으며, 무게 25 파운드의 투탕카멘 장례용 가면도 왕의 머리 위에 씌여져 있었다. 투탕카멘의 유물전 중에서는 가장 화려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발견된 전세계 고고학 유물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보물중에 보물이다.

나는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보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3350년 전 이집트의 보물 복제품을 바로 앞에서 사진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집트 박물관에 가면 유리관 안에 진열돼 있는 진품은 직접 볼 수 있지만 사진촬영은 할 수 없다. 이번 투탕카멘의 무덤과 보물 전을 반드시 관람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유물전에 전시된 1,000개 이상의 유물 중 특별한 유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투탕카멘 몸에 놓여있던 단검이다. 상감기법에 색을 입혀 만든 단검은 놀랍게도 앞부분이 단단한 철이었다. 3,500년 전 이집트에는 철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철은 어디에서 가져 온 것일까. 후에 연구해 보니 수 천 만년 전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이집트 땅에 떨어졌고 대장장이가 그 암석으로 단검을 만든 것이었다. 이집트인들은 이 단검이야 말로 신이 하늘에서 내려 준 보물이라 믿는다.

함께 발견된 투탕카멘의 갑옷 또한 최고의 보물 중 하나다. 왕의 갑옷은 2,000개 이상의 가죽 비늘을 겹쳐서 꿰매 유연하고 탄력있는 갑옷을 탄생시켰다. 무덤에서 발견한 6개의 전차 아래에는 1,500개 이상의 금조각이 발견됐다. 오랜세월에 걸쳐 퍼즐을 맞추듯 조립해 본 결과 이것은 모두 말과 전차에 장식했던 금장식이었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벗기고 미라를 풀었을 때에도 그 안에는 143개의 다양한 부적, 팔찌, 목걸이 및 기타 귀중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투탕카멘의 가면은 금판을 망치로 두드려 제작한 것이다. 특히 얼굴 양옆에 달린 네메스의 깃을 파란색으로 상감 처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파라오의 이마 부분에는 코브라와 독수리의 머리가 장식으로 달려 있다. 네메스는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가 착용하던 줄무늬 두건을 말한다.

투탕카멘의 미라를 발견했을 때 어떤 학자는 그가 살해당했거나 독살되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현대 기술은 3D 스캐닝을 통해 왕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다리가 부러진 것까지 밝혀냈다. 그는 키가 크고 신체적으로 허약했으며, 왼발에는 뼈 질환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집트 왕실의 전통적인 근친상간도 투탕카멘이 일찍 사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에 공개된 DNA 검사 결과 투탕카멘의 부모는 남매였으며, 투탕카멘의 부인인 안케세나멘도 그의 이복 누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부사이의 유일한 두 딸 또한 사산아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탕카멘이 전차를 타다가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을 것이라 의심한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이 없기 때문에 확실한 사망 원인은 알 수 없다.

무덤이 발굴됐을 때 무덤에 묻힌 사람은 투탕카멘이 유일한 사람은 아니었다. 무덤에서 두 개의 소형 관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11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관에는 두 명의 여성과 태아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임신 5~6개월이었고, 다른 하나는 임신 9개월이었으며, 출산 시 또는 출산 무렵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 이들은 투탕카멘과 그의 아내 안케세나멘의 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두 딸은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 투탕카멘은 자녀들을 저 세상으로 함께 데려가고 싶어했을 것이다.
현재 워싱턴 D.C.에 전시돼 있는 투탕카멘 유물은 원본 유물이 아닌 복제품이다. 원본은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번 전시회를 갖는 목적은 전세계인들이 투탕카멘의 어마어마한 보물들을 경험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집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고고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굴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동안의 유럽 순회 유물전에서는 모두 7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관람했으며, 미국에서는 800만 명 이상이 관람하고, 이집트 박물관의 투탕카멘 전시관은 5,0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했다. 이번 투탕카멘의 무덤과 보물 전에 전시되는 유물로는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 외에도 4개의 황금 석관, 황금 전차 1대, 왕의 단검, 네메스를 쓴 투탕카멘의 동상, 순금으로 만든 목걸이, 청동 트럼펫, 순금으로 만든 조각품 수 십점, 상아로 만든 조각품 그 외에도 수많은 유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유물전이 열리는 로드아일랜드 센터는 167,000 제곱피트의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무역 박람회, 소비자 박람회, 전시회, 리셉션, 연회, 경연 대회 등을 주최할 수 있는 넓은 전시관 건물이다. 주차는 바로 앞에 할 수 있으며 주차비는 주차 시간에 따라 핸드폰 앱 또는 카드로 지불할 수 있다.

곽노은
여행 칼럼니스트로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도서관, 중앙시니어센터, 상록대학 초청강사로 활동 중이다.

<곽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