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식료품비 차지 비율 비슷
▶담배 구입 줄고 외식은 저녁만
▶ 농기술 발달 식료품비 낮아져
▶주택·의료비 가장 큰 폭 올라
농업 기술 발달로, 가구 전체 지출 중 식료품비 차지하는 비중은 50년 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인플레이션이 잡혀가는 듯하다. 6월 소비자 물가가 전달보다 0.1% 하락했다. 소비자 물가지수와 함께 개인소비지출 물가도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래도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행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지출 행태 변화는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50년간 경제 상황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품목에 꾸준한 변화가 나타났다.
■70년대 초, 식료품비와 주택비 엇비슷
50년 전인 1970년대 초반 소비자들은 의료비보다는 의류에 돈을 더 많이 썼고 식료품 비용이 주택 유지 비용과 맘먹었다. 이후 첨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글로벌화, 주택 재고 부족 등의 현상이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행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워싱턴 포스트가 ‘소비자 지출 설문 조사 데이터’(Consumer Expenditure Survey Data)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72년을 기점으로 의료비, 주택 유지비, 교육비 등의 비용이 가구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반면 식료품비, 의류비, 교통비 등의 생활비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미국 가구 형태가 변화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일반적인 가구가 자녀를 덜 낳기 시작했고 젊은 세대의 결혼 시기가 점차 늦어진 것이 1970년 초반 이후부터다. 대학에 진학하는 인구가 늘고 고령의 은퇴자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지출에 대한 관념이 변하게 됐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지출 습관에서 나타났다.
■담배 구입비 급감
1984년만 해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비용이 가구 지출의 평균 2%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했다. 가구 지출 중 가장 눈에 띄게 감소한 품목은 담배 구입이다. 1972년 과일과 채소 구입비보다 많았단 담배 구입비는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지출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품목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식, 콘서트 등 여가 생활비 지출이 큰 폭을 증가했는데 이들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외식비의 경우 한동안 점심 식사 위주였지만 2020년 이후 저녁 식사를 위한 외식비 지출이 늘고 있다.
■주택 비용 가장 큰 폭 상승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통신 기기 신제품이 시시각각 출시되고 있다. 이들 통신 장비와 서비스 비용은 1984년 이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통신 기기만 발전했을 뿐 이들 비용은 과거 값비싼 유선 전화 비용을 대체했을 뿐이다.
‘도시 연구소 주택 금융 정책 센터’(Urban Institute’s Housing Finance Policy Center)의 로리 굿맨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0년 사이 가장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지출 품목은 주택 관련 비용이다. 지난 50년간 주택 재고는 갈수록 감소한 동시에 건축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주택 관련 비용이 가구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주택 소유주는 물론 세입자들은 1984년부터 2000년 중반까지 높은 주택 비용에 치여 살아야 했다. 2008년 터진 경기 대침체 이후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택 유지비는 크게 떨어졌지만 주택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높아졌다.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 소유주들은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며 주택 유지비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식료품비 차지 비중은 낮아져
꾸준한 상승세인 주택 관련 비용과 달리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용은 50년 전보다 낮아졌다. 1972년 가구 지출의 20%를 차지했던 식료품비는 최근 14%로 떨어졌다. 이는 농업 기술이 크게 발전한 덕분인데 2022년 농업 생산 효율성은 1970년대 대비 2배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지만, 미국 가구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가구당 식료품비 지출이 미국의 2배에 달한다. 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식료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 가구가 구입하는 식료품 형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50년 전과 비교할 때 소고기 등 육류 소비가 줄었고 대신 야채 등 농산물과 조리된 식품을 많이 구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타 식료품으로 분류되는 조리된 식품, 스낵, 조미료 지출이 전체 장바구니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2년보다 3배나 늘었다. 농업 기술 발전이 식료품비 지출 비중을 낮춘 것과 달리 의료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의료비 지출 늘어
미국 가구의 의료 지식이 늘면서 오히려 의료 비용 지출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다른 선진국도 같은 기간 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정부 주도로 의료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국민 1인당 의료 비용은 기타 선진국의 2배에 달할 정도다.
미국 가구가 부담하는 의료 비용이 증가한 원인은 대형 의료 기관의 통합에 다른 경쟁 감소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형 병원 합병으로 인해 2010년과 2015년 사이 소비자 의료 비용 지출이 약 10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 서비스와 주택 건설은 타국에 의존할 수 없는 분야다.
이와 반대로 의류와 차량 생산 기지가 비용이 저렴한 타국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의류의 경우 1972년 대부분 미국에서 제조됐지만 현재 이른바 메이드 인 USA 의류는 3%에 불과하다. 타국에서 값싼 의류를 대량 제조하면서 미국 가구는 1980년대보다 5배나 많은 의류를 구입하지만, 전체 지출 중 의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었다. 차량도 비슷한 트렌드를 보였다. 현재 가구당 보유 차량 수는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차량 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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