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태·침수로 피해 잇따라…이재민 3천500여명·하천범람해 마을 고립도
▶ 군산 어청도 시간당 146㎜ 기록적 폭우…농작물 피해 규모 늘어날 듯
▶ 행안부, 중대본 2단계로 격상…尹대통령 “인명구조·피해예방 최우선”
(군산=연합뉴스) 10일 폭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전북 군산시 성산면 한 아파트 앞까지 토사와 나무가 밀려와 있다. 2024.7.10
1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충청권과 전라권 등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심야에 중남부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주택이 물에 잠기고 주민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연일 내린 비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면서 산사태도 잇따라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전북 군산 어청도에는 한때 시간당 146㎜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고, 충남지역에도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기상 관측 역사를 다시 썼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기관별 대응에 나섰다.
◇ 충청권에 쏟아진 폭우…5명 사망·1명 실종
충남과 대전, 충북지역에는 밤사이 시간당 쏟아진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충남 서천군에는 이날 오전 2시 16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1.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지역 곳곳에 시간당 100㎜ 넘는 극한 호우가 집중됐다.
이날 오전 3시께 지하 1층까지 물에 잠긴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 안에서는 남성 시신 1구가, 오전 3시 57분께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주택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있던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토사에 매몰된 이 남성은 약 1시간 30분 뒤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이날 오전 10시 49분께 금산군 진산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흙더미에 깔린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충북 옥천군 삼청리에서는 이날 오전 5시 4분께 한 둑길에서 70대 A씨가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추락해 전복됐다.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을 벌이지 못하다 오전 7시 38분께 심정지 상태의 A씨를 구조했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난 하천의 평소 수심은 성인 무릎 높이 정도였으나, 이날 밤사이 내린 비로 물이 크게 불어난 상태였다.
다만 당국은 운전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호우 인명피해 집계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대구에서는 밭에 나왔던 60대 남성이 불어난 물살에 농로로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이날 오전 8시 8분께 대구 북구 조야동 한 농로에 있는 배수용 원형 통에서 60대 남성이 숨져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신고했다.
충북 영동에서는 농막에서 홀로 거주하던 70대 남성이 실종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충북 옥천에서는 산 비탈면이 무너져 50대 1명이 숨지는 등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연일 불어나고 있다.
◇ 밤사이 잠긴 우리 집…기둥 매달려 구조 요청
한밤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택이 침수돼 고립된 주민들이 가까스로 구조됐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이날 오전 4시 11분께 면사무소 인근 장선천이 넘쳐 주민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집 옥상 등 높은 곳에 올라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 18명을 순차적으로 전원 구조했다.
대부분 70∼80대의 고령의 주민들은 휴대전화만 들고 간신히 집에서 빠져나왔으며 한 80대 노인은 배관 기둥에 매달렸다가 간신히 구조됐다.
운주행정복지센터로 몸을 피한 김영군(74)씨는 "전기도 다 끊겼다. 집에 가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일단 주민센터에 나와 있다"며 "새벽부터 한숨도 못 잤는데 오늘 밤에는 조금이나마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충남 논산 벌곡면 한 마을도 침수돼 주민 30여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강경 대흥리 주민 40여명도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대전에서는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주택 27채가 침수되면서 이곳에 사는 주민 36여명이 고립되자 소방당국이 구조대 보트를 이용,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마을 주민 최재현(64)씨는 "제방이 무너지면서 손 쓸 틈도 없이 고립됐다"며 "하천을 확인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우르르 쾅쾅' 소리가 나더니 물이 막 쏟아져 내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낙동강도 수위가 급격히 올라와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침수위험지구 등에 거주하는 경남 거창군·합천군·의령군·진주시 등 4개 시군 76가구 94명은 밤새 마을회관, 경로당, 교회 등으로 사전 대피했다.
금강에도 한때 홍수경보가 발령돼 충북 영동군은 누교·명천저수지 둑 붕괴 우려에 따라 저수지 아래 거주하는 3가구를 대피시켰다.
◇ 농경지 도로 잠기고 산사태까지…온통 '쑥대밭'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농경지와 도로가 침수되거나 제방이 유실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209.1㎜의 기록적인 장맛비가 쏟아진 전북 군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고 주택 상가가 물에 잠겼다.
특히 군산 어청도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146㎜가 내려 15가구가량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망연자실했다.
군산시 성산면 야산에서는 이날 새벽 2시 30분께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빌라로 밀물처럼 유입됐다.
빌라 15세대의 22명은 경비실로 긴급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비슷한 시각 군산시 나운동의 한 아파트 주민 26명도 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를 피하고자 지인의 집과 동사무소로 긴급 대피했다.
충남 금산군 복수면 백암리 일대도 산사태로 인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충남 서천군 읍내도 광범위하게 침수됐고, 부여 일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을 비롯한 침수 신고도 지속해 들어오고 있다.
충남지역은 하천 제방 17곳이 유실되고 교량 1곳·도로 1곳이 침수되는 등 공공시설 25곳에서 피해를 봤고, 주택 1곳·상가 3곳·축사 15곳 등 사유시설 24곳도 파손됐다.
경북 안동·영양 등지에서는 농작물 914㏊가 물에 잠겼고, 영양·안동·경산 등에서는 도로 사면 유실(6건), 도로 파손(3건), 도로 낙석(2건) 등 피해도 발생했다.
경산·봉화·문경 등에 있는 교량·지하차도 등 22곳의 교통이 통제됐다.
포항에서는 죽장면 물놀이 관리지역을 비롯해 선린대 지하차도, 성곡교 지하차도, 곡강교 지하차도, 죽장면 가사리 등의 출입이 통제됐다.
지자체별로 비가 그친 이후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 농작물 침수 등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중대본 2단계 격상…이재민 3천500여명 발생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호우 위기 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일시 대피한 이재민은 2천585세대 3천568명이다.
마을회관이나 학교, 종교시설 등 임시주거시설을 제공받은 이들은 986세대 1천417명이다.
도로, 하천제방, 산사태 토사유출, 교량 침하 등 피해를 본 공공시설은 391건으로 집계됐다.
주택 침수, 차량 침수, 옹벽 파손 등의 피해를 본 사유 시설은 146건이다.
침수된 농작물은 969.2㏊, 유실·매몰된 농경지는 44.9㏊로 파악됐다.
중남부 지역에 내려졌던 호우 특보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모두 해제된 상태다.
중대본은 기상 상황을 지속해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강수에 대비해 안전관리를 철저히 독려할 계획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내 집중호우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구조와 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시하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사태 등 위험지역에서 주민 대피를 신속히 실시하고, 침수 우려 시설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전 통제를 하라"고도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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