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을 놓고 양당의 정치적 라이벌 사이에 벌어진 CNN대선 토론은 ‘유권자가 모두 아는 사실’과 ‘기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첫번째는 바이든이 너무 늙었다는 사실과 트럼프가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두번째는 전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며 대통령직을 놓고 다시 대결하는 유례가 없는 기이함이다.
‘바이든은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중얼거리고 때로는 앞뒤가 맞지 않고 정말 늙어 보였다. 그는 낙태부터 민주주의까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이슈에 대해 답변을 망쳤으며 합리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더듬거렸다. 트럼프 또한 90분동안 최소한 30개의 거짓말을 쏟아내며 부정직함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두 번의 대선 토론 중 이번 첫번째 토론에서 트럼프의 거짓말과 함께 바이든의 부적절한 공세는 논쟁을 압도했다. 시사하는 바는, 서로에 대한 공개적인 무례함이다. 공개적으로 서로를 무시하고 비방하며 폄하하는 상황으로 치달으며 토론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트럼프는 word salad을 난사했으며 그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당신은 멍청이야(You’re the sucker), “당신은 패자야.” (You’re the loser), “당신은 징징거리는 사람”(You’re a whiner)라고 퍼부었다.
논쟁은 이슈, 정책, 비전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토론은 항상 이러한 본질보다 종종 스타일에 관심과 조명을 갖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스타일은 정말 끔찍했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쉬었고 일부 답변은 구불구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종 입을 벌린 채 눈을 가늘게 뜨며 때로는 입술을 오므리고 반격의 기회를 노리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반복하고 사실과 다른 듣기 민망한 자화자찬 자랑을 늘어 놓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의 토론에 경악하며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두려움을 감지하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바이든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안에서 커지고 있다. 이번 토론만 놓고 볼 때는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바이든을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데, 그는 그렇게 할 의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예비선거가 이미 끝나 대의원이 확정되어 너무 늦었다. 또 한 현재 바이든에게 표를 던지기 위해 설계된 모든 선거 전략과 홍보 캠페인이 완전히 재설계되어야 한다. 설령 8월에 열리는 전당 대회에서 대체 후보자가 지명될 수 있다 할지라도 이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조 바이든의 토론 퍼포먼스에는 큰 문제가 있었지만 트럼프의 거짓말 공세는 스윙 유권자들을 꺼리게 하는 최대의 약점이다. 언론을 공격하고, 개인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장애인을 조롱하고, 여성을 비하하고 계속해서 허위를 퍼뜨리는 그가 민주주의에 위험하고 공직에 부적합 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국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도 대선 토론이 선거의 궤적이나 결과를 크게 바꾼 적은 없다. 선거는 토론 성적표에서 승리하지 않는다. 저널리스트이자 통계학자인 Nate Silver는 토론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토론에는 유통기한이 있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은 진실이 아닌 쇼맨십이 승리하는 의식이며, 참가자들은 마치 스포츠 경기인 것처럼 평가를 받는다.
토론 전후에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Morning Consult 여론 조사에 따르면 60%는 트럼프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답한 반면, 바이든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답한 비율은 21%에 불과했고 19%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여론 조사 결과는 바이든은 트럼프에 비해 45% 대 44%의 1포인트 우위를 유지했다. CNN이 의뢰하고 SSRS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여론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43%, 트럼프 49% 오차범위내 편 차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은 두 후보에 대한 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바꾸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의 리더십은 훌륭했다. 그의 리더십 하에 경제는 안정됐다. 팬데믹 구제지원금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불러 왔지만 경기 침체는 방지되었고 나아가 인플레이션 감소법 등을 통과시켰다. 바이든은 자신의 비전에 충실했으며 캠페인 약속 중 많은 부분을 이행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 보험에 가입하도록 재정 지원을 했으며 전염병 퇴치, 인프라 투자, 기후 변화 대책, 근로 가족 및 가장 취약한 계층 지원 등에 힘써왔다. 우리를 구출하고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바이든의 리더십이다. 트럼프에게 매력을 느끼는 미국인들이여!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양극화, 민주주의, 무역 분쟁, 국제적 리더십은 끔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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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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