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facebook에 공중전화 부스 사진이 떴다. 느닷없이 그것이 왜 떴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던지 그 사진을 보니 문득 옛 생각이 난다.
우리는 허리춤에 소위 삐삐라는 것을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삐삐가 울리면 들여다본다. 보면 전화번호와 이름이 뜬다. 누가 전화를 해달라는 메시지이다. 그러면 공중전화 부스로 간다. 가끔 아가씨가 부스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주위에 다른 공중전화를 찾아야 한다. 이 아가씨가 최소한 10분 이상 수다를 떨 것이 뻔하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나는 당시 사업차 여행을 많이 했다. 비행장에 내리면 집에 전화를 한다. 소위 collect call(수신자 부담 전화)을 한다. 전화국에서 상대에 물어본다. “이 아무개의 전화 collect call을 받겠소?” 와이프는 물론 No라고 한다. 사실 그 전화는 내가 비행장에 도착했다는 신호이니 말이다. 와이프는 No라고 한 후 곧 집에서 20분 거리인 비행장으로 나를 픽업하러 온다. 사실 그 전화 값이 동전 몇 개일 것 같은데 왜 그리 그 돈 아끼려고 그 짓을 했는지?
이런 저런 미소를 지으며 잠깐 회상에 젖었다가 문득 생각을 하니 이제 공중전화 부스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불과 일이십년 전인데 말이다. 참으로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한다. 그리고 쉽게 잊기도 하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공중전화 부스라는 것이 있기나 했었나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모르겠다.
새삼 이 전화 부스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어쩌다 내가 남북통일은 쪽박이냐 대박이냐고 몇 사람에게 운을 띄었더니 북한의 값싼 노동력, 한국의 자본과 세계로의 시장 확장, 이에 비례하는 세수 확대와 건정 재정, 운운하며 통일 대박론을 펴는 글이 쏟아져 왔다. 나의 눈에는 그러한 통일 대박론이 마치 공중전화 부스와 같이 변하는 세상에 폐기되어 간 고물 같다.
나는 그러한 통일 대박론 생각에 빠진 분들에게 지금 우리 워싱턴에도 시대 흐름을 인식하고 통일로 가는 길에서 둘러가는 것처럼 보이나 지름길로 가고 있는 분들의 활동을 눈을 돌려보라고 권한다. 다시 말해서 북한 선교회, 탈북인들 도와주기 모임, 북한 인권 운동 등 말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탈북민 도와주기, 이북에 풍선 보내기, 물병에 쌀 넣어 바다를 통해서 보내기 등이 남북통일의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지름길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왜 북한이 풍선을 통하여 전단지 보내는 것에 그리 예민한지, 왜 북한이 이북을 향한 방송 송출에 그리 신경질적인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북한이 무너지는 것은 남한의 무력이 아니다. 바로 북한 내부에서 생겨나는 민심이탈, 그래서 스스로 통일을 원하는 그 민심이다. 그래서 그러한 민심의 흐름이 통일의 먼 길 같지만 지름길이란 말이다.
진정 통일, 그것도 속히 통일을 원한다면 그 북한 사람들의 의식의 흐름을 유도하는 것이 지름길임을 숙지하라는 말이다.
근자에 한국 국회의원 몇 명이 워싱턴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평양과 교류를 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한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공중전화통 같은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교류를 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이 무력으로 다시 6.25 같은 전쟁을 일으킬 징조가 보이니 더 강화된 평화협정을 맺자? 다시 말해서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북하여 평화를 외쳐서 평화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부족해서 다시 새로운 평화협정을 맺자는 말인가? 아니면 교류를 통하여 다시 돈을 갖다 주자는 말인가? 그동안 갖다 준 돈과 곡물이 부족했다는 말인가?
나는 그 방미단의 국회의원들을 위하여 자리를 만들어준 분들에게 한번 생각을 해 보라 권한다. 아직도 박물관의 전화통 생각을 내가 하고 있는가? 자문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 탈북민 후원행사이든지 북한 인권 회복운동을 펼치고 있는 분들이야 말로 남북통일의 지름길로 가시는 분들이며 진정한 통일을 이바지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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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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