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 실무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안건은 세 가지였다. 그런데 첫 두 안건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논란이 없었지만 마지막 안건은 요즈음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학교 경계 조정 정책(school boundary policy)이었다.
이 안건에 대한 논의는 점심 식사 후 바로 하기로 스케줄 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전부터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 안건에 대해 지난 주 교육위원회의 운영소위원회(Governance Committee)가 같은 회의장에서 마지막으로 준비 논의를 했을 때 불만과 우려를 가진 지역 주민들이 회의장을 가득 채우는 실력행사를 보여준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장의 법적 수용 인원은 102명이었다. 그러나 방청하러 온 지역 주민 모두를 회의장에 수용할 수 없어 초과 인원은 바로 옆에 연결된 소회의실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부족해 일부 주민들은 복도에 서 있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교육위원회 전체의 실무회의에서는 예상되는 많은 주민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 식당에 회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의자를 백여 개 준비해 놓아 대처했다. 또한 운영소위원회 회의 때 고함을 지르는 주민들이 있었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과 민간 안전 요원을 다수 회의장에 함께 배치해 두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회의장에 들어와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점심식사 전과 달리 내 자리가 한 좌석 옆으로 밀려 있었다. 이유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교육감에게 자리를 옮겨 앉도록 권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교육감의 평소 자리 바로 뒤가 방청석인데 교육감의 안전을 걱정한 교육위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정책 논의는 교육감으로부터가 아니라 교육위원으로부터 시작했기에 안전을 걱정해야 한다면 교육감이 아니라 교육위원들이었어야 했다. 다행히 교육감은 평소 위치를 고수하기 원해 교육감이 무엇인가 두려워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들 12명 가운데 학교 경계 조정으로 주민들로부터 격한 반대를 겪어 본 경험이 있는 교육위원은 나를 포함해 단 두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현재의 정책 논의가 모두 마쳐진 후 카운티 전체적으로 모든 학교의 경계를 검토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면, 예상되는 주민들의 반대를 동료 교육위원들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지난주처럼 회의장과 그 옆 소회의실을 가득 메운 주민 규모에 긴장한다면 내가 겪었던 것처럼 2-3천 명 정도의 주민들이 단체로 항의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오래전이지만 일부 고등학교 사이들의 경계를 조정했을 때의 주민들과의 모임에는 학교 강당과 체육관이 차고 넘치기도 했다. 청중들이 던지는 야유와 고함은 강심장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학교 경계 조정의 영향을 받는 학생 수가 고등학교보다 훨씬 적은 초등학교들 사이의 경계 조정에도 혹시 자신들의 자녀 교육에 악영향을 주는 결정이 내려질까 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전투모드에 들어가는 부모들이 상당하다.
부모들이라면 당연히 자식들의 앞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앞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학교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자식들의 교육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부모들이 때로는 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지난 두 번의 회의 때 방청석에서 금지된 행위를 보이는 주민들이 나에게는 그렇게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바로 거기에서 연유한다.
학교 경계 정책이나 조정의 기준을 항상 자원 운용의 효율성으로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주민들의 세금과 그들의 후원으로 공립학교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그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모든 교육위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 교육위원회가 학교 경계 조정 정책 논의를 계속해 나가는 과정에 한인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도 주문해 본다.
<
문일룡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