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루 시리즈 16부작 ‘삼식이 삼촌’
▶ 송강호 주연, 변요한·이규형과 호흡
훌루 16부작‘삼식이 삼촌’은 박두칠(송강호·오른쪽)과 김산(변요한)이 격변의 시기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정치 드라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제공]
훌루 시리즈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의 말 대로 “묵직하게 기억 남는 드라마”가 되긴 했다. 16화를 보는 내내 어둡고 무거운 무게에 짓눌려 격동의 시대 권력을 잡는다는 게 스트리밍 전쟁에서 승리하기 만큼 힘들다는 걸 보여주었다.‘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렸다.
디즈니가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연기 달인’ 송강호를 드라마계 ‘괴물 신인’으로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비슷비슷한 한국 드라마들 속에서 1960년대 격동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정통 시대극이었다. ‘동주’와 ‘거미집’의 기획 및 각본을 담당했던 신연식 작가가 연출했고 변요한, 이규형, 진기주, 서현우, 유재명 등이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다.
그렇다고 1979년 12월12일 수도 서울 군사반란이 발생했던 9시간을 그렸던 영화 ‘서울의 봄’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삼식이 삼촌’은 1960년 수도방위대 비밀 벙커에서 계속되는 취조실의 나레이션, 느릿한 전개 탓에 정치 드라마는 빠지지 않고 보는 시청자까지 인내심을 요구하게 한다. 그래도 회당 40분 16부작 속 신연식 작가의 대사들이 배우들의 명연기로 가슴에 콕콕 박힌다.
시작은 창대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혼돈의 시대, 어려움 속에서도 누구에게나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 다 먹였다고. ‘삼식이 삼촌’ 불러봐”라고 말하는 자신만의 철칙을 가진 인물 박두칠(송강호)이 주인공이다. 이승만 정권 말부터 윤보선, 박정희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기를 그린 ‘삼식이 삼촌’은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까지 아우른다.
송강호는 “제가 영화 데뷔한 지 28년째가 되고 연극부터 연기를 35년째 하고 있는데, 35년 만에 드라마로 인사드리게 됐다”며 “(‘삼식이 삼촌’은) 아주 한국적인 제목이다. 먹는 것이 절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까 한국적인 고유한 정서가 가장 잘 담긴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 송강호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내 팔자는 내가 만든다”는 강한 의지로 살아온 그 시대의 투박한 남성 박두칠 캐릭터에 특유의 위트를 불어넣었다.
‘삼식이 삼촌’은 엘리트 김산(변요한)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김산은 육사 출신의 최고 엘리트이다. 울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서 유학하며 경제학을 전공한다. 대한민국을 산업국가로 만들 꿈을 안고 국가를 위해 귀국했지만 현실에 좌절하던 중 삼식이 삼촌의 도움을 받아 다시 희망을 찾게 된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피자 먹어 봤습니까?”다. 단팥빵을 배불리 먹기 위해 17세에 처음 살인을 했던 박두칠이 언제 어디서 ‘피자’를 먹었는지 궁금했다. 김산은 미국 유학시절 일화를 이야기하며 “피자가게 2층에 살았다. 그 냄새를 맡으며, 그 누구도 끼니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전투기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피자가 부러웠다”고 했는데 그 시대 박두칠은 어떻게 ‘피자의 맛’을 알게 되었을까. 물론 마지막화에 가서 삼식이 삼촌이 자신의 목숨 대신 김산을 지켜주며 내뱉는 말로 진실은 드러난다.
악역은 차기 지도자 후보로 등장하는 국회의원 강성민(이규형)이다. 삼식이 삼촌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 했지만 삼식을 버리려는 인물로 처절한 결말을 맞는 인물이다.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신연식 감독은 “대한민국은 ‘밥 먹었느냐’는 질문이 인사말인 유일한 나라인 것 같다”며 “주변의 엘리트들이 거대 담론을 얘기할 때 삼식이 삼촌이라는 인물은 먹는 것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한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낯설다”는 신 감독은 “1960년대를 통해 내가 사는 사회는 어떤 곳인지, 이걸 구성하는 사람들의 원형은 어디에서 왔는지 탐구해보고 싶었다”면서 “누아르 장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땐 로맨스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신 감독의 표현대로 로맨스는 로맨스인데 ‘브로 로맨스’다. “나 혼자 세상에 던져진 기분이 들 때면 외롭단 생각도 들어. 세상이 가장 무서워질 때가 바로 그때야. 그 외로움이 익숙해질 때”라는 삼식이 삼촌의 대사가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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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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