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항공청 공식 출범
▶ 정책·R&D 전문가 영입 주력
▶재사용 발사체 등 패러다임 추격
▶달 착륙 발사체 개발 도전장
국내 우주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우주항공청이 27일 공식 출범한다.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이른바 ‘뉴 스페이스’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수년 내 1000조 원 규모에 달할 우주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우주항공청 개청에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저궤도 위성통신 등 관련 기술 연구개발(R&D)을 시작하고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과 대형 인프라 구축 등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27일 경남 사천시 임시 청사에서 간단한 출범 행사를 연 뒤 업무를 시작한다. 공식 개청식은 이달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의 초기 인원은 약 110명으로 연말까지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이관한 일반직 공무원과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인력인 임기제 공무원을 합쳐 293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선 노경원 차장 산하의 운영 조직 위주로 먼저 꾸려졌다. 실무를 담당할 존 리 임무본부장 산하 임무 조직은 본부장 아래 2급 공무원인 부문장 4명을 포함해 상당수가 아직 채용 중이거나 출근 일자를 조율 중이다.
우주항공청은 개청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서울포럼 2024’의 특별 행사로 열리는 ‘서경우주포럼’에 참석한다. 리 본부장은 서경우주포럼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비롯, 국내외 우주항공 전문가들과 함께 ‘우주항공 현황과 미래 전략’을 논의한다.
우주항공청은 개청 초기 업무로 인재 영입과 기관의 운영 방향 수립에 우선 집중할 방침이다. 주력할 R&D 분야로는 재사용 발사체가 유력하다. 재사용 발사체는 한 번 쏘아올린 발사체를 다시 회수해 여러 번 사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이다. 아직 미국 스페이스X만이 상용화에 성공한 가운데 중국·유럽·일본 등의 당국과 기업은 물론 국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이노스페이스까지 국내 기업들도 기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전 세계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은 재사용 발사체와 3차원(3D) 프린팅 제작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한국은 아직 이런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무를 총괄하는 나사 출신의 리 본부장은 개청 다음 날인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서경우주포럼 2024’에 참석해 기관의 임무와 미래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으로 범부처 우주정책 수립과 R&D 기획·수행, 기술 사업화와 국제 협력 등을 전담하는 ‘국가 우주개발 컨트롤타워’로 만들어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도 우주항공청 산하 조직으로 편제됐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같은 민간 혁신을 주도할 기업인 ‘한국판 스페이스X’ 육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임시 청사는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경남 사천산업단지에 자리 잡아 인근에 위한 우주항공 분야 기업들과의 시너지 창출을 노린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2022년 4640억 달러(약 630조 원)로 추산되는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뉴 스페이스 경쟁에 힘입어 2032년까지 7370억 달러(약 100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요국의 기술 경쟁에도 속도가 붙었다. 나사는 보잉과 손잡고 다음 달 초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갈 수송용 유인 우주캡슐 ‘스타라이너’의 첫 유인 시험비행에 도전한다. 앞서 나사는 이달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직책을 신설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올해 100번의 우주발사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이달 세계 최초로 달 뒷면의 토양 시료 채취를 위해 만든 탐사선 ‘창어 6호’를 달 궤도에 진입시키며 임무 성공에 한발 더 다가갔다. 유럽우주국(ESA)은 22일(현지 시간) 2500만 유로(약 370억 원)를 들여 민간기업 2곳의 우주화물선 개발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이달 ESA와 달 탐사 협력 계획을 밝혔고 다음 달 새로운 대형 발사체 발사에 도전한다.
한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2032년 달 착륙을 위한 2조 원 규모의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전남 고흥군에 민간 우주발사장을 건설하는 한편 내년 3200억 원 규모의 위성통신 R&D 사업에도 착수한다. 또 우주항공청 개청에 맞춰 우주 관련 업무를 우주항공청에 넘기는 대신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과 가속기 같은 대형 연구 시설 운영 기능을 확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거대공공정책국 내 우주기술과 등 일부를 우주항공청으로 이관한 자리에 총 34명 규모의 ‘미래에너지환경기술과’와 ‘공공연구인프라혁신과’를 신설한다. 미래에너지환경기술과는 핵융합과 청정수소 등 미래 에너지 기술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신기술 R&D를 전담한다. 공공연구인프라혁신과는 가속기를 포함한 대형 연구 시설의 운영과 활용을 고도화하고 관련 연구 성과를 높이는 업무를 맡는다. 기존 원자력연구개발과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기술 개발과 국내 기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한다. 거대공공정책국도 ‘공공융합연구정책국’으로 이름을 바꿔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기능을 강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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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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