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 워싱턴 문인회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독고’라는 이름의 남자가 어느 날 한 여성의 지갑을 주워 주면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로 일하게 되며 시작된다. 야간 알바는 밤낮이 바뀌어야 하는 불편함과 강도가 들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기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의 사정이 워낙 딱해 보여서 길거리에서 자는 것보다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편의점에서 밤을 보내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한 것이었다.
이 소설 속의 편의점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다. 매출이 낮은 관계로 물건을 충분히 진열하지 않아 손님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폐점으로 인해 알바생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염려한 사장의 배려에서 였다.
그러나 독고가 노숙인 출신임을 알게 된 직원들은 냄새가 난다며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불편해했다. 원래는 자신이 필요한 물건만 사러 가는 곳이었던 편의점에 독고가 등장하면서 자꾸 손님한테 참견을 하는 것 같아 손님들 역시 어딘가 불편하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정을 나누게 되면서 각자의 고민을 독고에게 털어놓게 된다. 그러면 그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소설 속에 나오는 Always편의점은 서울역에서 가까운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해 있는 3교대 24시간 편의점이다. 오전에는 오선숙, 오후에는 시현, 야간에는 독고, 이렇게 세명의 알바생에 의해 운영된다.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었던 시현은 독고에게 편의점 일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던 중 설명을 참 잘하니 유튜브로 영상을 올려보라는 그의 말에 편의점 포스기 사용법을 촬영해서 올렸고, 반응이 좋아 다른 편의점에 점장으로 스카우트된다.
처음부터 독고를 탐탁치 않아 했던 오선숙은 공부도 잘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아들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러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게임만 하는 아들과 언쟁이 많아졌고 관계가 악화되었다. 어느 날 편의점에서 울고 있던 오선숙의 이야기를 독고가 들어주고 아들에게 주라며 삼각김밥을 건넨다. 그렇게 아들과 조금씩 소통을 시작한다. 의료기기 영업사원이자 쌍둥이 어린 딸을 둔 경만은 퇴근 길에 편의점에서 혼술을 즐겨왔다.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이면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독고는 술 보다는 옥수수수염차가 갈증 제거에 좋다고 권하고, 아이들에게 지금 편의점에서 1+1 행사 중인 초콜릿을 사서 집으로 일찍 들어 가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편의점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가진 고민들에 도움을 주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관계에서 오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문제였는데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누군가가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들어주고 맞장구 쳐 주고 타박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열어간다. 그리고 그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들이 하나 둘씩 풀려가는 기적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함께 경험하게 된다.
『불편한 편의점』을 저술한 김호연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써왔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와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 『김호연의 작업실』(2023)을 펴냈고, 영화 「이중간첩」(2003), 「태양을 쏴라」(2015)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2017)의 기획에 참여했다. 2021년 『불편한 편의점』을, 2022년 『불편한 편의점 2』를 출간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라는 소설 속 문장이 이 소설의 핵심을 잘 담아내고 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상대와 진심을 담아 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도 중요한 것인지 알기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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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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