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일기가‘불순한’ 계절에는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 특히 폐렴(Pneumonia)에 주의해야 한다. 폐렴은 암과 심혈관 질환, 코로나19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4위 질환이기 때문이다(2022년 기준). 50대 이상의 폐렴 환자는 28만 명에 이른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하지만 폐렴구균 백신을 맞으면 폐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폐렴 주요 원인균인 폐렴구균 감염을 막는 폐렴구균 백신은 국가예방접종(NIP)에 편입돼 65세 이상 고령인과 5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로 예방접종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13가에 이어 15가 단백 접합 백신도 무료 접종이 가능해졌다.
■65세 이상·만성질환자·임신부·어린이에겐 치명적
폐렴은 말 그대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실질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이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이 27~69%로 가장 큰 원인이다.
폐렴 원인 균인 폐렴구균(폐렴알균)은 폐렴·부비동염·중이염·수막염 같은 침습성 감염의 주원인이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증상을 대부분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체계가 약한 고령인이나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폐렴구균은 일반적으로 무증상 보균자의 호흡기에 분포하며 비말로 사람 사이에 전염된다.
증상은 발열·기침·객담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염증으로 폐에 물이 차면서 고열과 가래를 동반한다.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까지 염증이 침범하면 숨 쉴 때 통증을 느끼고 숨이 차게 된다.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을 때도 있다. 경증이라면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오지연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객담은 흔히 누런 색이나 녹색을 띠지만 암적색 또는 객혈 등으로 다양하다”며 ‘비정형 폐렴이라면 객담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65세 이상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폐렴에 걸리면 자칫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폐렴에 의한 사망자 10명 중 9명이 65세 이상 고령인이다. 임산부나 고령인·어린이 등이 폐렴에 걸리면 절반 이상은 입원 치료를 받는다.
이처럼 폐렴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패혈증 등으로 쉽게 악화하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의해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중증 패혈증과 패혈성 쇼크의 경우 치명률이 각각 20~35%, 40~60%다.
김윤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급성으로 나타나고 고열과 기침, 가래가 특징이지만, 고령인은 기침·가래가 나타나지 않고 숨이 차거나 기력이 없어지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13가·15가 단백 접합 백신, 무료 접종 가능
폐렴구균 백신은 각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 가짓수에 따라 숫자가 붙는다. 혈청형은 폐렴구균성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 종류에 번호를 붙인 것으로 100여 종이 있다. 현재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13가·15가·23가 백신이다. 즉 각각 13가지, 15가지, 23가지 혈청형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방백신 종류는 ‘다당질 백신(PPSV)’과 ‘단백 접합 백신(PCV)’으로 나뉜다. 다당질 백신(PPSV)은 폐렴구균 세포 벽의 주성분인 다당질을 항원으로 이용한 백신으로 23가 백신(프로디악스23)이 해당한다. 무료 접종 대상은 65세 이상으로 1959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라면 가까운 보건소나 지정 병·의원에서 무료 접종할 수 있다.
단백 접합 백신(PCV)은 다당질 백신과 달리 단백질 운반체를 다당 항원과 결합해 개발한 백신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세 미만 어린이에게서 충분한 면역 반응이 확인됐다.
특히 면역체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2세 미만 어린이는 단백 접합 백신이 좋다. 13가 백신(프리베나13)·15가 백신(박스뉴반스)이 해당한다.
단백 접합 백신은 ▲모든 연령에서 폐렴구균 혈청형으로 인한 침습적 질환 및 폐렴 예방 ▲생후 6주 이상부터 17세까지 영아·어린이·청소년에게서 급성 중이염 예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13가·15가 백신의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2개월~5세 미만 어린이로, 기초 접종 3회와 추가 접종 1회에 대해 무료 접종할 수 있다.
이 가운데 15가 백신은 다양한 임상 연구에서 13가 백신과 비슷한 수준의 면역 원성(immunogenicity·항원이 인체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과 백신에 포함된 15개의 모든 혈청형에서 면역원성을 확인해 국내 허가 후 지난 4월 1일 어린이 NIP에 포함됐다.
15가 백신은 특히 13가 백신보다 3번 혈청형에 대한 면역원성이 우월하다는 게 특징이다. 3번 혈청형은 기존 13가 백신에도 포함돼 있지만 그동안 감염률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던 혈청형이다.
반면 13가 백신은 국내에서 자주 유행하는 폐렴구균 혈청형(성인의 경우 3·19A)을 포함하고 있어 지난 14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면서 ‘효과(effectiveness)’가 입증된 것이 장점이다.
윤기욱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3가 백신이 2010년 국내 도입된 이후 2011~2013년 혈청형 19A에 의한 침습형 폐렴구균 감염이 감소했다”고 했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백신 유효성을 평가하는 요소는 면역원성(immunogenicity)·효능(efficacy)·효과(effectiveness) 등 3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효과는 백신 보급 후 예방하려는 질병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며 “다만 근거(real world data)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폐렴구균 단백 접합 백신이 선택 백신으로 접종하던 2011~2013년과 2014년 5월 NIP 도입으로 필수 접종 시기가 포함된 2014년 1월~2018년 5월에 진단된 소아청소년의 침습성 폐렴구균 혈청형을 분석한 결과를 비교하면 프리베나13에 포함된 혈청형 비율이 46.6%에서 12.8%로 크게 줄었다”고 했다.
김윤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가 다당류 백신과 13가·15가 단백 접합 백신 가운데 어느 하나가 더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고 특성에 따라 상호 보완적”이라며 “만성질환자나 면역 저하자는 두 종류 백신을 차례로 모두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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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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