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섄틸리 소재 설리 유적지(Sully Historic Site)에서 ‘지구의 날’ 행사가 끝난 후 한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님, 시위대에게 전할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반유대주의 시위를 비난하시나요?” 바이든은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 … 나는 또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항의 운동이 대학 캠퍼스 전체로 들불(wildfire)처럼 번지면서 전국적으로 캠 퍼스에 긴장이 고조되자 바이든은 정치적 필요성을 저울질하며 “항의할 권리는 지지하지만 혼란을 일으킬 권리는 지지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11월 대선 경쟁에 민주당을 지지한 젊은 세대가 그에게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이스라엘 학생 시위를 두고 바이든이 모호한 이중적 태도를 취한 것은 노골적인 위선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였던 바이든이 11월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평론가들은 바이든이 표를 얻기 위해 양쪽에 모두 좋은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비꼬며 ‘모호함을 멈춰라’(stop equivocating)라고 비난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 무장 경찰투입을 기점으로 학생 시위가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지뢰밭이다.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는 캠퍼스 시위가 가을에 다시 불타 오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가능성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여섯 개의 경합 지역 중 위스콘신을 제외한 펜실베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 미시간 주에서 대부분 트럼프에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젊은 유권자 중 95%는 이스라엘에서 근본적인 불의가 자행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학생 시위는 가자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진정한 ‘동정심’(compassion)에서 시작됐다.
가자지구 침공과 그에 따른 민간인 살해는 ‘도덕적 분노’(moral outrage)를 더욱 증폭시켰다. 학생들은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죽이는 이스라엘의 악랄한 행동을 비난하는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초래하는 정책 노선을 7개월 동안 지속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가자에서 목격되고 있는 대격변은 끔찍한 대량 학살이다. 더 이상 수백만 명의 피압박 민족이 언제까지 야만적인 환경에 노출되게 할 수 없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는 어떠한 국제 정치학적 분쟁 조정도 소용이 없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 빚은 비극의 상흔이 남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길고 가슴 아픈 갈등에서 무고한 민간인의 죽음은 비극이며, 가자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지금도 매일 더 많은 시체가 쌓이고 있다. 학생들은 가자 지구의 즉각적인 휴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재정 및 군사 지원 중단,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가능하게 하는 무기지원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참극의 본질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곳 원주민으로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점령 체제가 근본 원인이다. 거듭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은 침입자이며 강탈자이고 팔레스타인은 피해자이며 희생자들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은 정당방위이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테러 라고 주장되고 있다. 기만이고 속임수다. 미국 언론들은 은폐와 거짓으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감추고 이스라엘 편에서 일방적 보도를 하고 있다.
미국 유대인 대주주를 모시고 있는 미국 언론들은 이스라엘의 대량학살 행위에 대해 말할 용기, 진실에 대한 용기가 보이질 않는다. 한갖 표상의 표면적인 현상 기사만 난무할 뿐 비판적인 논평을 찾기 힘들다.
가자 지구의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인도주의적 위기가 거의 재앙에 가까워지면서 언론 보도와 달리 여론은 점차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지난달 말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중 55%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을 반대하는 반면 36%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5세 미국인 중 81%가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인정해야 한다. 분리장벽을 허물고, 기존의 정착촌들을 철수하고, 동 예루살렘 영유권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중동 지역에 흩어져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것을 1967년 이전의 원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가자지구는 쓸어버려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땅이다. “훔친 땅에는 평화가 없다.”(No peace on stolen land). 컬럼비아 대학 한 여학생의 시위 구호를 네타냐후는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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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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