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척추염은 척추 관절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겨 등이 굽고 뻣뻣해지는 질환이다.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지고, 나중에는 척추가 전체적으로 굳어지며 등이 굽는다. 대부분 젊은 남성 환자이 많이 걸려 ‘젊은 남성 질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에게서 거의 발병하지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 강직척추염 환자의 30% 가까이가 여성이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강직척추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보면, 전체 환자 5만2,616명 중 27%인 1만4,400명은 여성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라고 해서 강직척추염에 안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강직척추염, 염증 반복돼 관절 변형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HLA- B27 유전자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 감염, 외상, 스트레스 등도 영향을 끼친다.
강직척추염은 대부분 엉덩이 관절 염증으로 시작돼 초기에는 양쪽 엉덩이뼈가 번갈아 아플 수 있다. 병이 진행돼 흉추를 침범하면 가벼운 기침에도 흉통이 있고, 손으로 누를 때도 통증이 생긴다.
아침에는 뻣뻣함과 통증이 심하다 낮에 활동할 때는 잦아든다. 통증은 밤사이 더욱 심해지는데, 통증 때문에 자다가 깰 때가 많다. 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관절이 점차 굳으면서 등이 굽을 수 있다. 한번 굳은 관절은 회복할 수 없으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여성 초기 통증 더 심하지만 중증 진행 적어
여성도 증상이 다르진 않다. 다만 척추 강직까지 동반되는 중증은 남성 환자보다 적다. 천장관절(sacroiliac joint)을 침범하는 초기 단계의 통증은 남성 환자보다 더 심해 걷지 못해 응급실로 올 정도다. 하지만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가라앉을 때가 많지만 여성 환자도 심하면 전체 척추까지 다 굳어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악화하기도 한다.
여성 환자에게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임신과 출산일 것이다.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을지, 만약 임신하게 되었을 때 병이 악화하지는 않을지 고민이 많다. 일부 연구에서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등 분만에 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강직척추염은 건강한 임신·출산이 가능한 질환이다.
임신 중에도 약물로 병 치료를 할 수 있고, 출산도 가능하다. 병이 진행돼 골반 엉치뼈와 좌우 엉덩이뼈 사이 관절인 천장관절이 강직돼도 자연 분만에 문제는 없다. 질환이 없는 환자도 상황에 따라 자연 분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출산 전 정기검진으로 상황에 따라 자연 분만이나 제왕절개를 결정하면 된다.
또한 임신·출산이 강직척추염을 악화시키지 않는다. 이상훈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가 2022년 발표한 ‘임신이 강직척추염의 방사선학적 진행에 주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이 강직척추염 질환 진행을 유발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연구에서 증상과는 별도로 천장관절의 골변형, 즉 골 강직이 더 진행되는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확인했다. 연구 결과 임신과 출산 전후 골변형 차이가 없었다.
■약물과 운동 치료로 억제
강직척추염은 조기 발견하면 약물 치료와 운동요법 병행으로 척추 강직 진행을 막을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도 거의 지장을 받지 않는다.
여성 환자 치료도 다르지 않다. 약물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항류마티스약과 함께 TNF차단제·IL-17차단제·JAK 차단제를 사용한다.
운동 치료는 관절 유연성과 근력을 기를 수 있는 재활 치료가 시행된다.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하면 강직까지 진행되는 환자는 10%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초기에 진단을 놓치고 흉추까지 침범하고 척추 강직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치료 효과를 낙관할 수 없다.
임신 시 약물 치료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강직척추염 투여 약제들은 임신 시 B등급 제한으로,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면 투여할 수 있는 약제에 속해 상황에 따라 치료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염증 수치와 증상을 검사하고 이에 따라 약제를 투여하면서 충분히 임신 유지와 출산을 할 수 있다.
강직척추염은 관절 주위 힘줄 부착부에 염증이 저절로 잘 생기는 질환이기에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 치료로 이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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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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