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년대를 한국에서 보낸 한인들은 컵에 담아 팔던 번데기의 고소한 맛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60년대 양잠업이 번성하면서 그 부산물로 나온 누에나방의 고치를 조리한 번데기는 당시 간식 거리가 별로 없어 먹었지만 알고 보면 모범적인 영양 식품이다. 무게의 20%는 단백질, 10%는 지방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고 칼슘과 인 등도 풍부하다.
가난했던 옛 시절의 음식으로 여겨졌던 번데기 등 곤충 음식이 요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연방 인구 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80억인 세계 인구는 2060년이 되면 100억이 넘어설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농경지와 목초지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환경 파괴는 불가피하다. 또 소를 비롯한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 등 온실 개스의 지구 온난화 효과는 교통 산업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
기아도 막고 환경도 보호하며 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곤충은 550만 종으로 그 중 100만 종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으며 이중 2천종 정도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30개 국에서 3천여 종족이 곤충을 식량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25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번데기 예에서도 봤듯이 곤충은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이다. 말린 메뚜기 무게의 70%는 단백질이며 마그네슘, 아연 등 미네랄 성분이 들어 있고 일부 곤충은 생선과 맞먹는 오메가 3 지방산과 치틴 같은 섬유질이 풍부하다.
곤충을 음식으로 사용할 때 또 하나의 잇점은 자원 낭비가 축산업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1 kg의 귀뚜라미를 생산하는 데는 2 kg의 먹이만 있으면 되지만 닭은 2.5 kg, 돼지는 5 kg, 소는 10 kg가 필요하다. 또 귀뚜라미는 전체의 80%를 소비할 수 있지만 닭과 돼지는 55%, 소는 40%밖에 먹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1 kg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의 양은 닭 2,300 리터, 돼지 3,500 리터, 소 2만2,000에서 4만3,000 리터로 곤충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곤충은 또 음식물 쓰레기로도 사육이 가능해 골칫거리인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현재 생산되는 음식물의 절반은 쓰레기로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곤충은 가축과 양식어 먹이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곤충을 대규모로 식량으로 사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곤충에는 일부 인간에게 앨러지를 유발하는 성분과 병균, 중금속, 기생충, 소화 장애 유발 성분 등이 들어 있다. 300개 곤충 양식 농장을 조사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244군데에서 기생충이 발견됐고 이 중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91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것은 말리거나 끓이거나 굽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이 분야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고 이에 대한 안전 규정이 마련되기까지는 곤충을 식품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서방 국가에서는 곤충을 음식으로 사용하는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곤충 요리회, 곤충 요리 서적, 곤충 음식 전시회 등이 열리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게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곤충을 먹을 필요는 없다. 다행히 가장 인구가 급속히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사람들은 곤충을 음식으로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곳에서 영양가 있고 안전한 곤충을 대량 생산해 공급한다면 식량난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해충인 메뚜기는 영양가가 풍부한 곤충이다. 이들을 대량 포획해 식용한다면 농산물 보호와 식량난 해소라는 두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야생 곤충을 잡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이들은 포유류를 비롯,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주요 먹잇감이란 사실이다. 이들을 남획해 먹이 사슬이 끊어진다면 이들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 또 곤충 중에서도 벌 등은 화분 매개자로 열매를 맺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식용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이런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식량난 해소와 환경 보호,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곤충 식량화는 전통적인 축산업의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한 때가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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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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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는 신문지로 만든 콘에 담아서 먹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