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에 대한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해 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종류와 제조과정의 발전, 그리고 얽힌 일화는 헤아릴 수가 없다. ‘한 잔의 술은 재판관보다 더 빨리 분쟁을 해결해 준다.’(에우리피데스 Euripides) 이처럼 세상에 술 없으면 낙이 없을 정도의 애주가들이 갖는 술의 오묘함을 노래한 아테네 시인이 있는가 하면, ‘술이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밀려 나간다’(탈무드),‘술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악마이고 달콤한 독약이며 기분 좋은 죄악이다.’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동서고금의 고전과 문학에는 술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널려 있다.
우리 조상들도 음주 가무를 즐겼다는 사실은 새롭지 않는 이야기다. 술이 없는 희로애락은 상상을 못한다. 대소사나 제사상에 술의 위치나 존재는 거역할 수 없는 오랜 관례다.
1921년 <개벽>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 ‘술 권하는 사회’는 일제 강점기에 무기력한 지식인들이 술로 그 고뇌를 달랬던 내용이 그 주제다.
한국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도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총선 전후의 예측과 결과, 그리고 평가에 대한 수많은 논평들은 아직도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이런 국민적 열기가 바로 ‘다이내믹 코리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술 한잔 넘기고 싶어질 때가 많다. 100년 전 소설과 작금이 어떻게 다른 지 얼른 구분이 쉽지 않다. 최근 이 술과 관련된 3가지가 솔깃하다.
첫째는 쌍방울이라는 회사가 회사의 결정에 의해서 북한에 송금(2019, 3백만불) 한 것을 당시 경기도 지사(이재명) 방북 초청 비용이라는 걸로 기소가 되어 재판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증인들의 진술 외에는 증거가 전무한 상태다. 이재명, 이화영(경기도 평화 부지사)은 김성태(쌍방울 대표)와는 서로 일면식도 없었는데 각각 별건으로 구속 수감 상태에서 수원 지검에서 ‘술과 연어회’를 먹으면서 진술을 맞추었다고 이화영이 폭로하였다(2024.4.4 ) 그 옥중메모에는 상세한 내용과 함께 구치소 내의 도면까지 제시되어 있다. 이런 음습한 음모에 ‘술’이 등장한 것이다.
둘째는 불과 창당(3/3) 39일 만에 12석을 당선시킨 조국 신당은 22대 총선 최대의 사건이었다. 그 조국 대표가 지난 4월2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10개 요구사항을 제시하였는데 그 중에서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말미에 윤 대통령에게 ‘음주를 자제하고...’라고 요구하였다. 일국의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가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딱이 술 때문이었을까만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그런 3일 뒤에 윤석열 검찰로부터 지난 3~4년 동안 수백 번의 압수수색을 각각 당해오고 있는 이재명, 조국 대표가 중국집에서 총선 후 만찬 회동을 했는데 ‘그 술이 무엇이며 얼마짜리 술이냐’로 잠시 화제였다. 나중에 ‘연태고량주’라고 알려진 일반 서민들의 술이었다. 그 술 맛은 또 어땠을까,
술꾼 눈에는 술집만 보인다더니 윤석열 정부 2년이 지나가면서 호사가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새로운 술(?)이 등장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필자는 이를 ‘이채양명주’(異柴詳冥酒)로 명명코자 한다. 즉 ‘서로 다른 온갖 거짓과 어두운 것들을 섞어서 만든’ 윤석열정부표(標) 술이다. 이 술은 슬프고 아픈 마음의 국민들에게 한(恨)과 위로가 될 듯하다. 원래는 이채양명주(梨蔡楊名株)로 윤석열 정부의 수많은 업보(?)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걸 이번 총선을 전후해서 국민들이 이름 붙인 것이다.
첫째는, 이(梨) 태원 참사다. 국민만을 위한다면서도 백성의 아픔에 이렇게나 무감각할 수 있나!
둘째는, 채(蔡) 해병의 죽음과 이해하지 못할 그 뒤처리 문제다. ‘보수는 안보다’라는 개념마저 깨 버린 무개념 정부, 이는 곧 1987년 박종철, 이근안의 데자뷰다.
셋째는, 양(楊) 평 고속도 노선 변경 사건이다. 내로남불 국가권력의 사유화 과정을 들켜버렸다.
넷째는, 명(名)품백 수수 사건이다. 이는 대파 875원과 함께 전근대적 선민의식으로 국민 분노의 발화점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주(株)가 조작 사건이다. 코리안 디스카운트와도 직결되는 국기문란의 형사 사건이다.
사건 하나하나마다 역대급이다. 이에 대한 심판은 지난 4.10선거로 이미 판명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에 불복하는 것이 너무나 뻔해 보인다. 끝이 빤히 보이는데도 이채양명주는 제발 잊어라는 듯하다. ‘술이 술을 부른다’는 걸 모르나 보다.
술맛이 지독히 쓰고 괴롭다. 그 술을 만든 사람도 괴롭고, 그 술 이름만 들어도 슬프다. 이제 온 국민의 국민주(國民酒)가 되어버렸지만 3년은 너무 길다. 하루빨리 마셔서 없애 버리고 싶은 술이다. 곪을 대로 곪은 ‘썩은 이빨’하나 때문에 온 사지가 마비될 지경이다. 이 이상한 술이름때문에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국민들만 더욱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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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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