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거부권유감·채상병특검·이태원특별법 등 요구…尹대통령 모두 난색
▶ 李 “민생회복 긴급조치 결단해달라” vs 尹 “어려운 분 효과적 지원이 바람직”
▶ 李 “가족 의혹 정리하면 좋겠다” 김여사 특검 에둘러 압박…尹 반응 안해
▶ 계속 종종 만나기로…인식 간극 여전했지만 여야 협치 첫발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 종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4.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이하 한국시간) 첫 양자 회담을 열어 정국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대부분 사안에서 인식 차를 좁히지 못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130여분 간 대좌했지만, 이날 회담과 관련한 별도의 합의문은 채택하지 못했다.
회담 후 대통령실은 "소통과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날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민주당은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냉담한 평가를 내놨다.
이 대표는 회담 시작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잇단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의 요구사항을 나열했지만,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모든 국민에 1인당 25만원을 주는 '민생 회복 긴급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현재 편성돼 있는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잘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실상 반대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에 미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어려운 분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답했다고 이도운 홍보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여·야·정 민생협의체 가동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이 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협의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은 민생회복 긴급조치에 대해 현 예산 집행이 우선이며, 집행 과정에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가동해 필요한 논의가 무엇이 더 있는지 논의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그 입장을 고수해 민생협의체에 대한 추가적 논의는 진행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을 에둘러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비공개 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고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은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면서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 다시 논의한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과 관련, 민주당이 요구해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증액분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 개혁과 관련, 이 대표는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에서 결론이 났으니 신속히 방향을 정하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22대 국회에서 천천히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였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는 각종 특검법과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주요 현안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도 "의료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사실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尹대통령-이재명 첫 회담…李, 채상병특검·이태원특별법 요구[연합뉴스]
아울러 필요할 때마다 앞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갈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간 배석자 없는 단독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고,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 인선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부활한 사례를 거론하며 민심 수렴과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시행될 때의 문제점 등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 정부 들어 폐지한 민정수석실의 민생·민심 청취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 신설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일대일 회담이 성사된 것은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간 회담 이후 약 6년 만이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720일 만이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