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혼란에 빠질수록 아쉬운 것은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들의 훈계이다. 박정희 정권때 까지만 해도 김수환 추기경이나 함석헌, 장준하 선생 같은 지도자들이 근엄하게 쓴소리 바른말을 건의하거나 소신을 발표하여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지만 이 분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제 우리 주위에는 김성수 성공회 주교와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이수성 전총리, 이종찬 광복회장 등이 남아 있지만 모두가 초고령에 접어든 상태다. 한층 내려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아직 국내문제에 훈수할 수 있는 범주에 미치지 못하는 듯 같다.
총선이 끝나고 예상했던 대로 정국이 한층 더 살벌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갖는다고 하는데 여당대표를 참석시키지 않는 우격다짐 영수회담이 아닌가. 다리 하나가 빠진 불구회담에 건강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탕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 편은 정권지탱에 상대를 이용해 보려는 목적에 염두를 두고 다른 한 편은 사법처리를 모면해 보려는 방탄수단을 강구하려는데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동기가 불순한 영수회담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고 앞으로의 정국은 더욱 더 수렁 속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 아래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작심하고 쓴소리를 내 주목을 받고 있다. 손 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통해서 “윤대통령이 연정 수준으로 야당과 소통하라" 며 막장으로 가는 여야대치를 개탄하고 정국 수습 방안을 제시했다.
손 전대표의 ‘공개 편지' 내용은 중앙일보 등 각 언론 매체에 보도되었다. 한겨레 신문도 손대표의 공개편지 내용을 주제로 한 좌담을 갖고 참석자들의 발언내용을 실었다. 손 대표의 공개 편지 내용은 정계, 언론계, 학계 등 지식층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급속히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편지 내용을 정리, 요약하여 소개한다. (경어생략)
<(전략) 윤정부는 불의에 결연히 저항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러나 검찰 출신 윤대통령은 구시대의 권위주의적 오만과 독선 이미지로 국민을 실망시켰고, 그에 대한 분노가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러 가지 결격 사유에도 국민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번엔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다고 본다.
윤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깊이 성찰하고 대통령 자신부터 개혁해야 한다. 권력을 야당과 공유해야 한다. 이제는 연정수준으로 야당과 협조해야 한다. 협상 파트너인 이재명 대표와 만나야 한다. 법률적 문제는 사법부에 맡기면 된다. 사업부도 존중해야 한다.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 보루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인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인사는 통합의 바로미터(척도)이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85)은 대선후보 경선 상대였던 정적 세 사람을 국무, 재무,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윤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검찰 선후배 인사를 앉힌 것과 대비된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경계해야 될 사항이다. 시시콜콜 지엽적인 일들까지 대통령이 직접 간여하면 장차관 등이 할 일이 없게 되고 이는 선진국의 조건인 ‘제도화(Institutionalisation)’에 역행이다. (요약)
국민과 소통을 원활히 하라는 말씀도 드린다. 언론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조언한다. 조심스럽지만 김건희여사 명품백 문제로 독일, 덴마크 순방이 연기된 것은 사과할 내용이고 앞으로의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도 행정부가 의회와 함께 가는 의원내각제를 그리고 중재와 타협을 위해 다당제 연립정부 구도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 추진 국민회의’ 같은 협의 기구를 검토해 주시면 좋겠다.
대통령에게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이다. 검찰의 권위주의적 상명하복 문화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시대정신으로 재무장하시고, 스스로 개혁하시면 어떠한 난관도 능히 이겨 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건승을 빕니다. >
손학규 전 대표의 윤대통령에 향한 공개편지가 무게를 갖는 것은 그가 한국정치의 ‘청렴결백' 표상으로 살아왔고 4선 국회의원, 보사부 장관, 경기도 지사 등 화려한 업적을 쌓았으면서도 언제나 겸손하고 평화적인 길을 지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경기 등 중부권을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 손학규씨가 중도 제 3지대를 이끌어야 한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571)326-6609
<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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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너희 교정 잘 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