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4.10 총선거 결과는 불길한 국가미래를 확인한 답안지였던 것 같다. 40여개의 정당들이 엉켜 속칭 ‘네다바이' 야바이꾼들에게 놀아난 흉몽 같은 총선거였다. 정치철학과 진정성이 없고 사생결단 증오와 저주로 일관한 선거결과가 기형적일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아무튼 이번 총선은 여당 ‘국민의 힘’의 참패로 나타났다.
소크라테스가 억울한 누명으로 로마 황제의 사약을 받으면서도 “악법도 법은 법이다”라고 남긴 말을 부득이 강조하고자 한다.
다수결 원칙에 승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러나 투개표 과정에 부정비리가 있다면 이 또한 명쾌한 검토와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민주주의 파괴행위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조작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더하여 유권자들의 선거과정에 대한 자탄과 비아냥은 정국 앞날의 파탄을 암시하는 듯 하여 걱정이다. “이재명의 25만원 나누어 준다는 공약에 표를 팔았다. 한심하다."라는 자탄이 있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김건희 여사의 잇따른 말썽이 지겨워 야당 후보를 찍었다"라는 비아냥을 서슴지 않는다.
이번 총선이 진지하지 못하고 더러운 분위기였다는 것은 부정비리 사기범들,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로 크게 국민 분노를 샀던 후보들이 거의 당선된 것을 보더라도 확연히 느껴진다.
여야의 총선거 득표 집계를 보면 여야의 득표 차이는 5%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수만 가지고 기고만장하면 큰 착각이다.
앞으로의 정국이 안정을 찾으려면 우선 윤 정부와 여당의 철저한 반성과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울러 범법 혐의로 수사 받고 있거나 유죄판결을 받고 있는 자들의 정치활동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법적제도가 필수적일 것 같다.
9건의 대형 범죄혐의 중 3개 종목의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이미 2년 실형 선고를 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목전에 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버젓이 의회 권력을 장악해 버린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과 조국 두 대표가 기소 중인 상태에서 의회권력을 좌지우지하게 된 현실은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정국불안의 요소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계속해서 발뺌 방탄 묘기를 구사해 왔고 조국 대표는 계속해서 윤 정부와 검찰을 상대로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총선에서 탄핵 개헌선에 거의 육박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그 여파로 자신의 사법처리 시간을 최대한으로 늦추다가 대선 출마를 감행하려 할 속셈이 한 눈에 보인다. 그러나 총선거의 승리가 면죄부일 수는 없다. 특히 국민들이 그런 착시 현상에 빠지지 말고 냉엄한 눈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국 판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인사들의 시선은 모두 사법부를 향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나 정계에서는 우리 사법부를 정치적 사건에서 매우 편파적이고 큰 사건에 대해 기회주의적이라며 멸시, 불신하고 있다.
지난 8월 법원은 이재명 피고 구속 적부심을 부결시킨 바 있다. 자신들의 입으로 ‘단군 이래 대형사건'이라고 말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부정비리 사건이 유력 정치인이 관련되었다 해서 유야무야 덮고 지나가는 경우는 안 된다. 이렇게 큰 사건이 규명되지 않고 묵인된다면 다음, 그 다음세대의 권력자도 부정비리가 허용된다는 주장인데 이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1972년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수상은 이른바 ‘금맥사건' ‘록히드사건’ 등 건축업자 이권개입 등의 재판에서 징역 4년 실형과 5억엔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같은 해에 있었던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도 ‘민주당 선거운동본부 도청' 사주혐의로 기소, 유죄판결을 받았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하야한 사건도 우리 사법부가 참고해 볼만한 선진국의 기록일 것이다.
이재명이 유죄라면 마땅히 형벌을 받아야 하고 무죄가 입증된다면 검찰이 사과,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유죄, 무죄 여부를 조속히 판결하는 것이 정국안정에 지름길이라고 단언한다.
중도 성향의 조희대 대법원장이 얼마 전 취임하고 좌파 대법관 3명이 임기를 마치고 교체될 예정이라고 하니 어떤 분위기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정의와 불의가 구분되지 않고 유죄무죄 판결이 뒤바뀌는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부정비리 범죄자가 대권을 장악한다면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심판론'의 경고를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국민 소통, 화합, 협치와 비리척결에 힘쓸 것을 아울러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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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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