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투표권을 가진 재외국민들은 지난 3월27일부터 4월1일까지 엿새간에 걸쳐 전세계 115개국 178개 공관, 220개의 투표소에서 전체 유권자 중 제일 먼저 투표를 마쳤다.
220개 재외선거 투표소 가운데 시차상으로 가장 먼저 투표가 시작된 뉴질랜드 웰링턴 한국대사관엔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한인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한 표를 던지기 위해 딸과 함께 3박4일에 걸쳐 왕복 1,600km를 운전해 태국 방콕 한국 대사관을 찾은 한 한인 부녀의 스토리는 감동 그 자체다.
LA총영사관 관할지역 4개 투표소에도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국외부재자와 재외선거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재외투표 첫날 영국에서 유학 중인 20대 남성이 LA 방문 길에 총영사관 투표소를 찾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LA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영사관 투표소 2,054명, OC한인회관 1,320명, 샌디에고 한인회관 329명, 애리조나 마리코파 투표소 177명 등 총 3,880명이 투표했다.
이처럼 해외 한인들이 만만치 않은 거리의 투표소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결과, 재외선거 투표율은 62.8%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재외선거가 부활된 이래 총선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재외선거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한층 고무된 여야 각당은 사전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에 걸쳐 한국에서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율 역시 총선 중 역대 최고인 31.28%에 달했다.
재외투표율에 이어 사전투표율 마저 높게 나온 덕분에 10일 본투표에도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이 계속됐다.
최종 투표율은 67.0%로 지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올해로 7번째 치러진 재외선거 투표는 한국의 총선 투표열기를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은 물론 선거 결과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외국민을 비롯한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46석을 포함한 전체 300석 중 190석 이상을 범야권에 안기며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 줬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산 넘고 물 건너 원거리 재외선거 투표소를 찾아 재외국민 유권자들이 행사한 투표 수는 9만2,923표.
18세 이상 재외선거권자 197만4,375명 중 투표까지 이어진 실제 참여율은 4.7%에 그쳤다.
22대 총선 총 투표 수 2,966만2,313표에 비교하면 0.3%에 불과하다.
대다수 한인들은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유권자 등록은 가능하지만, 투표하려면 여전히 재외공관이나 원거리 투표소를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을 지적한다.
LA 총영사관 관할지역처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는 여러 개의 투표소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대사관 단 한곳에만 투표소가 설치됐다.
재외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원거리를 운전해야 하거나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시간적, 금전적 손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방문투표만 허용되는 상황에서 우편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한인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발간한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OECD에 가입한 36개국 중에서 재외선거에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총 29개 국이다.
우편투표는 선거권자가 선거일 전 일정한 기간 내에 신청서를 제출한 후 자격을 인정받아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송부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투표소와 멀리 떨어진 영내에서 생활하는 군인이나 외딴 섬에 거주하는 주민, 신체에 장애가 있어 거동하기 힘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편투표 방식의 거소투표가 허용된다.
재외선거에 우편투표 도입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또 한가지 아쉬움은 여야 각당의 비례대표 명단에 재외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후보가 단 1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254석이 걸린 지역구를 살펴봐도 재외동포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는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고양갑 선거에서 승리한 LA출신 김성회 당선자 단 1명이다.
22대 총선에서 승리한 당선자들의 임기는 오는 5월 말부터 시작이다.
4년 후 23대 총선 재외선거에서 똑같은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당선자들을 상대로 재외선거법 개정을 위한 한인사회의 단합된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
노세희 사회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