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관절염은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부드러운 연골(물렁뼈)이 어떤 원인에 의해 손상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인은 나이·가족력·비만·관절 외상 또는 염증 등이 꼽힌다.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어려서부터 관절에 병을 앓았다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골관절염’으로도 부른다. 허준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퇴행성관절염은 사망에 이르는 질환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면서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연간 400만 명 병원 찾아…여성 환자 2배 많아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연간 400만 명에 달한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많다.
여성에서 퇴행성관절염이 더 많은 이유는 호르몬의 영향도 있다. 50대가 넘어 폐경기가 오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감하는데 그러면 몸 안의 뼈 양도 줄고 연골이 약해져 손상되기 쉽다. 무릎 관절염 환자의 70% 이상을 폐경기 여성들이 차지하는 원인이다.
퇴행성관절염은 우리 몸의 모든 관절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무릎이 가장 많고 고관절(엉덩이관절), 손가락, 척추 등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이외에 발등, 발가락, 발목, 어깨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허준영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근육이 적고 근력도 약한 원인도 관절염으로 진행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외상이나 과도한 사용, 관절염 노출 높여… O자 다리도 위험
퇴행성관절염은 노화가 주원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기에 유전 인자·비만·관절 모양·호르몬·외상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절의 과도한 사용도 영향을 준다. 육체노동자나 운동선수가 관절염에 잘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젊었을 때 반월상(半月狀)연골판(무릎에 있는 반달 모양의 물렁뼈)이나 인대 등 관절 부위를 다친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관절염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O자로 휜 다리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O자 다리가 있을 경우 체중의 부하가 안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면서 내측 관절염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고, 진행도 빠르다.
관절염의 대표적 증상은 통증이다. 초기에는 해당 관절을 움직일 때만 통증이 나타나지만, 점차 병이 진행되면 움직임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통증이 발생한다. 또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운동 범위가 제한되고, 관절의 연골이 많이 닳게 되면 관절 운동 시 마찰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허준영 교수는 “퇴행성관절염 증상은 발생 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며 “무릎에 발생하면 관절 모양이 변형돼 걸음걸이가 이상해진다. 주로 안짱다리로 변한다. 손에 생기면 손가락 끝 마디에 골극(비정상적으로 덧 자란 뼈)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약물로 대부분 치료 효과 나타나
치료는 초기 자세 교정, 식생활, 운동 등 생활 습관 교정으로 시작한다. 다음 단계는 약물 치료다. 약물 치료로 대부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관절영양제 등을 주로 사용한다.
관절 주사 요법도 있다. 심한 염증으로 관절이 붓고 아프다면 관절 내에 있는 물을 뽑고 스테로이드를 주사해 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는 효과가 일시적이고 너무 자주 맞으면 관절이 파손될 우려가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부기가 동반하지 않은 통증은 윤활액을 관절 내에 주사해 뻣뻣함을 줄여줌으로써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수술은 약물 치료로도 효과가 없을 때 시행한다. 초기 중등도 퇴행성관절염이라면 관절내시경술을 고려할 수 있다. 관절 내 염증 물질을 세척하고 닳은 연골 부스러기(관절유리체)를 제거한다. 최소한 피부 절개로 수술할 수 있고 수술 후 통증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O자 다리 같이 관절 정렬이 좋지 않고 관절 내측이나 외측 중 한 부분만 관절염이 발생했다면 관절 정렬을 바꾸는 절골술과 줄기세포나 콜라겐을 이용한 연골재생술식(혹은 연골수복술식)을 시행한다. 체중이 가해지는 부위를 변경해 덜 상한 관절면을 쓰게 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해야 한다.
허준영 교수는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이전에는 일정한 절차에 의존해 주로 역학적 축만을 고려했다면 최근에는 환자 개인의 관절 상태와 운동학적 축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환자 만족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고 했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우선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그만큼 관절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고도 비만’이라면 정상 체중보다 관절염에 걸릴 위험이 4배 이상 높다는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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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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