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개통 20년
▶ 고속열차 자체개발 세계 4번째
▶정차역·운행횟수 2~3배로 늘고
▶하루 32만명 ‘국민 교통수단’
▶시속 320㎞ ‘신형’ 상반기 첫선
‘1만 5700바퀴.’
2004년 4월 1일 개통한 고속열차 KTX가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모두 6억3,000만㎞에 달한다. 약 4만㎞인 지구 둘레를 돌았다고 계산하면 1만5,700바퀴나 되는 셈이다. KTX 누적 승객은 이미 지난해 10억 명을 돌파해 현재 10억5,000명에 달하는 국민이 이용했다.
국민 1인당 스무 번 이상 KTX를 탔다는 의미다. 이들 승객이 KTX를 타고 이동한 거리를 합치면 2,586억 ㎞. 지구와 태양 간 거리(1억5,000만 ㎞)의 1,700배가 넘는 대기록이다. KTX의 여객 시장점유율은 41.4%. 항공기(4.5%), 고속버스(11.5%)를 압도하는 수치가 보여주듯 국민 삶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KTX는 1992년 6월 첫 삽을 뜨며 공사를 시작했다. 기공식도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천안과 대전 구간을 잇는 시험선 34㎞ 구간을 우선 건설하며 기공식을 열었는데 개최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인근 사유지를 빌려 기공식을 열었다. 외환위기로 인해 개통 목표도 어긋났다. 당초 1998년 개통하려고 했지만 외환위기가 터지며 예산이 삭감돼 단계별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문에 동대구~부산 구간은 개통 이후에도 여전히 일반 선로를 이용해야 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2010년 2단계 개통을 통해 동대구~부산 구간을 콘크리트 선로로 건설해 운영했고 마침내 서울~부산을 2시간에 연결하며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단축했다.
KTX의 속도는 시속 300㎞가량 된다. 통상 시속 200㎞가 넘을 때 고속철도라고 하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KTX 도입 직전까지 최고 속도 열차였던 새마을호의 시속이 15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착지까지 시간을 절반가량 단축한 셈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이용객도 급속하게 늘었다. 하루 평균 이용객도 개통 첫해 7만2,000명에서 2019년에는 18만 명, 현재 23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최대 이용객은 31만9,000명(2023년 10월28일)을 기록했다.
이용객은 전 세계에서도 주목할 정도였다. KTX는 개통 2주일 만에 이용객 100만 명을 돌파하고 142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3년 21일 만인 2007년 4월 21일에는 누적 이용객 1억 명을 달성했다. 이는 일본 신칸센(3년 3개월 17일), 프랑스 TGV(5년)를 앞선 기록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누적 이용객이 10억 명을 넘었다. 개통 이후 19년 5개월 만이었다.
하루 운행 횟수는 주말 기준으로 381회로 개통 초기 142회에 비해 2.6배 이상 늘었다. 20개였던 KTX 정차역은 어느덧 69개까지 불어났다. 2004년 개통 당시에는 경부선과 호남선 등 2개뿐이었다. 이후 2010년 경전선(서울~진주), 2011년 전라선(용산~여수엑스포)에 KTX가 투입됐고 2015년에 동해선(서울~포항), 2017년에 강릉선(서울~강릉)까지 고속열차가 다니게 됐다.
2021년 중앙선(서울~안동), 중부내륙선(판교~충주) 등 총 8개 노선이 추가되며 전국을 방사형 망으로 잇게 됐다. 개통 초기 46대에 불과했던 KTX 편성도 현재 103대로 2배 이상 늘었다.
‘국민 교통수단’으로 올라선 KTX의 기록은 자체 기술 개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열차 도입 초기 프랑스 테제베를 기본으로 KTX를 국내 환경에 맞게 개량해 진동과 소음을 줄이고 탈선 등의 위기 상황에서도 열차가 넘어가지 않게 구조화했다. 2008년에는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인 ‘KTX-산천’을 개발했다. KTX-산천과 함께 한국은 일본·프랑스·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이 됐다. KTX-산천은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동력집중식 열차다.
3년 전에는 100% 국내 기술로 제작한 한국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도 선보였다. 최고 시속이 260㎞인 KTX-이음은 시속 300㎞대인 기존 KTX나 KTX-산천에 비해 느리지만 국내 최초의 동력분산식 준고속열차라는 특징을 지녔다. 동력집중식이 기관차가 앞에서 끌고 가는 방식인 데 비해 동력분산식은 별도의 기관차나 동력차 없이 객차 밑에 모터를 분산 배치해 운행한다.
KTX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 영업 속도 320㎞/h로 제작된 ‘EMU-320’이 개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올해 상반기 2대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19대의 EMU-320을 운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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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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