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6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개막하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샤나 루시가 연출한 프로덕션이다. [LA오페라 제공]
LA오페라‘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 역을 연기하는 바리톤 윤기훈. [Stephan Walzl 제공]
“오랜만에 ‘라 트라비아타’로 찾아뵙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오페라를 좋아하시는 여러분 한분 한분이 저희 가수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좋은 공연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A오페라‘라 트라비아타’에서 아버지 제르몽 역할을 맡은 바리톤 윤기훈씨의 인사다. 오는 4월6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개막하는‘라 트라비아타’는 주세페 베르디의 중기 오페라 3걸작 중 하나이다. LA오페라 음악감독 제임스 콘론 지휘자는 풍부한 선율과 표현력이 강한 보컬이 감동적이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와 완벽하게 결합되어 오페라 애호가들의 마음에 직접 다가오는 작품이‘라 트라비아타’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어로 ‘길 잃은 여자’라는 뜻을 지닌 ‘라 트라비아타’는 귀족의 아들 알프레도와 고급 화류계 출신 비올레타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1막2장에 등장하는 ‘축배의 노래’이고 2막에서 제르몽이 부르는 아리아 ‘프로방스와 바다와 대지’도 친숙한 곡이다.
다음은 알프레도의 아버지 역할로 LA오페라에 돌아온 바리톤 윤기훈씨와의 일문 일답.
- LA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아버지 제르몽 역으로 만난다
▲제르몽은 철 없고 가진것 없는 자신의 아들 알프레도가 그의 동거녀 비올렛타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오해하고 그녀에게 찾아가서 아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 그와 헤어져 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올렛타가 알프레도를 먹여 살리고 있으며 심지어 모든 재산이 그를 위해 쓰여지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정심을 갖지만 그래도 끝까지 헤어짐을 요구한다. 물론 마지막에는 그녀의 희생적인 사랑에 감동하고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깊이 후회한다.
- ‘라 트라비아타’는 LA오페라에서 다양한 프로덕션으로 공연되었는데
▲이번 프로덕션의 관전 포인트는 정통 스타일의 연출이다. 요즘 오페라에는 현대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 가는데 이번 프로덕션은 그 어떤 ‘라 트라비아타’ 프로덕션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완성도와 클래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올렛타와 알프레도 역할을 노래하는 주역 가수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월드 클래스 가수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 만으로 충분히 만족하실 거라 확신한다.
- 제임스 콘론 지휘자가 오페라 설명을 하며 일반적으로 소프라노와 테너의 사랑을 바리톤이 방해한다고 했다
▲많은 작품에서 바리톤은 소프라노와 테너의 사랑을 가만 두지 않는 것 같다. 베르디만 보아도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이 아들의 사랑을 방해하고, 또한 ‘아이다’에서는 아버지가 딸의 사랑을 방해하고 배신하라고 한다. ‘리골렛토’에서도 자신의 딸의 사랑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세 명의 불행한 여인들은 오페라 끝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방해꾼을 계속 나열한다면 밤을 세어도 부족 할 것 같다.
- 자신의 보이스 컬러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보이스 컬러를 많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 각 역할마다 맞는 보이스 컬러를 만들어 내는 게 우리 오페라 가수들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항상 같은 컬러와 같은 방식으로 노래하지 않고 내 발성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 2019년 LA오페라 개막작 ‘라보엠’ 이후 오랜만에 LA무대를 찾았는데
▲2019년 9월 ‘라보엠’ 이후 하나의 프로덕션이 더 예정되어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3월 LA 오페라의 로베르토 드베레(Roberto Devereux) 공연이 취소가 되었다. 갑작스런 취소 소식과 코로나 상황이 더욱 악화가 되면서 한국으로 잠시 대피를 하였다. 그리고 7개월 정도 지난 후 다시 제가 속해 있는 독일 극장으로 복귀했다. 코로나 상황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다른 독일 극장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오페라 작품에 참여해오고 있다. 특별히 제 꿈이였던 ‘바그너 링사이클’(Das Rheingold, Die Walkure, Siegfried, Gotterdammerung) 네 작품을 주역으로 모두 출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 LA오페라는 윤기훈씨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을 것 같다
▲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영 아티스트를 하면서 여러 작품을 했고 2019년과 2020년 그리고 올해 2024년도까지 출연한 작품이 총 합해서 15개나 된다. 제게는 고향같은 곳이고 첫 외국 무대이며 훌륭한 많은 음악가들을 만났던 곳이다. 음악생활을 하면서 절대 잊지 못할 배움의 시간이 LA오페라와 함께 한 시간이다. 그 어떤 극장보다 더 각별하고 애정이 깊다.
- ‘라 트라비아타’에 이은 다음 LA오페라 공연은
▲아쉽게도 현재로써는 ‘라 트라비아타’ 공연 이후에 LA오페라 무대에 인사드릴 기회가 아직 없다. 사실 ‘라 트라비아타’ 다음 작품인 ‘투란도트’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이번 공연 이후 바로 독일로 돌아가서 이사를 해야되고 다른 공연 일정도 있어서 불가능했다. 하지만 다음 기회가 꼭 다시 와서 LA무대에 서 여려분들을 찾아 뵐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 앞으로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너무나 많은 작품들을 도전하고 싶지만 어렵게 셋을 선택하자면 같은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까네그라’(Simon Boccangra)를 도전해 보고 싶다. 그리고 죠르다노의 ‘안드레아 쉐니예’(Andrea Chenier),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무대에 서보고 싶다.
- 한인 오페라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응원과 격려에 감사드린다. 가수들과 오케스트라, 스탭들 모두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이 오셔서 함께 즐기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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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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