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신문사에 근무할 때 연예 부 기자가 늘 이런 말을 했다. 연예계에서는 “뽕 은 용서가 되어도 싸가지는 용서가 안된다” 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뽕 은 대마초, 싸가지는 태도를 말한다. 태도는 인성이기도 하다. 대마초에 적발된 모 가수는 자숙 기간이 지나면서 다시 방송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싸가지 없는 모 가수는 절정에 있을 때는 PD도 굽신 거렸 지만 인기가 추락하자 방송사에서 부르지도 않았다.
인간사 모두 비슷하다. 특히 유교가 지배한 동양 사회는 선후배 관계를 철저히 따진다. 잘 나간다고 건방을 떨었을 때 엎어지면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사회는 언어 자체가 존댓말이 없는 터라 이런 게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나도 친구처럼 서로를 존중한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가 엄연히 존재한다. 덕아웃의 자리 위치,클럽하우스에서 루키나 신예 들은 눈치를 본다. LA 다저스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가 트레이드 된 것은 클럽하우스의 질서를 무너뜨려 서다. 팀의 터줏대감인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는 동료를 배려하지 않는 안하무인의 푸이그 태도에 진절머리를 쳤다.구단도 이를 알고 시간이 흘러 신시내티 레즈에 트레이드 됐다.
최근 AFC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2-0으로 참패한 한국국가대표 축구팀의 여진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은 축구 팬들의 소망대로 해고됐지만 선수단 불화는 미봉 상태다. 우승 후보 한국의 결승 탈락을 빚은 이 사건은 2024년 스포츠 10대 뉴스로 남을 법하다.
준결승을 앞두고 휴식 시간 탁구로 촉발된 선수단 불화, 좁게 보면 손흥민 vs 이강인의 물리적 행동의 여파는 결국 위계질서와 싸가지다. 사건의 당사자 이강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집단 테러를 당했다. 전 국가대표 이천수가 이강인을 보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천수도 현역 시절 싸가지 없기로 유명했다. 싸가지는 싸가지를 알아보는가.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낀 게 있다. 미디어에 밉상 이거나 태도에 문제가 있는 속칭 싸가지 없는 선수들이 대체로 운동은 잘한다.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동료 배려 필요 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슈퍼스타들 대부분 이기적이다.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배리 본즈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은 이들은 이기적이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야구의 본즈는 우승이 없어서 예외지만.
이강인은 파리에서 런던으로 날아가 선배 손흥민 에게 사과했다. 그에게 쏟아진 여론의 비난에 놀랐을 것이다. 게다가 복귀한 파리 생제르맹 에서도 입지가 좁아지면서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이번 사건의 이미지 추락으로 금전 적 손해(광고)도 컸다는 보도도 잇달아 이어졌다. 오죽 했으면 정치인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나서 이강인의 인성을 문제 삼았을까.
스포츠와 연예계 스타 플레이어는 팬들의 인기가 절대적이다. 연봉과 출연료 외의 수입은 광고 출연이다. 인기에 의해 좌우된다. 잘나갈 때는 스타플레이어의 인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기자와 관계자들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 많다. 그러나 이강인처럼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이강인의 상대는 축구도 잘하지만 인성에서도 완벽한 손흥민이다.
나이도 31살로 23세의 이강인보다 8살이 많다. 이강인이 팬들에 뭇매를 맞는 가장 큰 이유는 성역이나 다름없는 캡틴 손흥민을 건드린 게 결정타다.사실 팬들은 선수 개개인의 인성을 잘 모른다. 구단 관계자와 출입 기자는 안다. 돌출 사고가 났을 때 확연히 구분된다.
음주운전 3회로 KBO리그 복귀가 무산된 강정호의 경우에서도 잘 드러난다.온갖 비난이 쏟아졌을 때 그를 옹호하는 기사는 단 한 개도 없었다. 평소에 했던 행동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필자도 플로리다 브랜든턴에서 처음 만났을 때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 현재 다이아몬드바에서 야구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강인 역시 온라인 상 뿐 아니라 기자들에게도 십자 포화 대상이 됐다. 스페인 라리가를 거쳐 명문 파리 생제르맹과 국가대표 팀 에서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그는 손흥민처럼 겸손하고 공손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 그런 점도 이해는 된다. 기자의 속성은 힘 있고 잘나갈 때는 건드리지 못한다. 팬들의 역풍이 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에 진출한 슈퍼스타들에게 팬들은 무한대의 성원을 보낸다. 미디어의 눈에 잘못된 게 있지만 건드리질 못한다. 막말로 조질 때는 외신을 빌린다. 외신은 잘할 때는 찬사를 보내지만 부진하면 비판의 칼을 세운다. 언로의 할 일이다. 국내 언론은 할 수 없다. 외신을 빌려 비판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강인은 23세의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포탄을 맞았다. 이천수와 가족 외에는 그를 막아주지 않았다. 인생의 많은 점을 배웠을 것이다. 옛말에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 없다”고 했다.
스포츠맨도 기량 좋고 인성도 좋은 스타는 드물다. 그러나 이강인은 이제 23세에 불과하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면 된다.아픔을 딛고 성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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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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