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서 온 지인을 만나러 맨하탄의 한인타운 어느 커피숍에 갔었다. 우리 옆자리의 노인 몇이서 수다를 떠는데 대부분 남을 흉보거나 욕하고 비판하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얘기들을 경쟁하듯 소리지르듯 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견딜 수 있을까? 그래도 그들은 아랑곳않고 계속 떠들어 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서의 그 노인들을 생각하며, 나이 따라 변하는 외모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추하게 늙는 건 용납이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추해보이거나 꼴불견인 사람(나이와 상관없이)은 어떤 사람들인가 생각해본다.
1. 남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리고 자신을 높이려 드는 사람 2. 남이 흉보는지조차 모르고 떠드는 사람. 3. 편견과 선입관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 4. 대화를 독점하고 잘난체하는 사람 등이 아닐까? 그럼 반대로 어떻게 하면 존경받는 노인이 될 수 있을까 나름대로 적어본다.
1. 입을 적게 열고 듣기에 열중한다. 2. 지갑을 열고 돈내기를 즐겨한다. 3. 유머를 즐기며 화내지 않고 많이 웃는다. 4. 고집을 내려놓고 양보한다. 5. 젊은이의 사상적 관념을 비판하지 않는다. 6. 경험을 버리고 경험을 취한다. 7. 젊은이들에게 사생활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8. 마음(욕심)은 비우고 감정은 키운다. 9. 자신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하다 10. 유익한 것은 남주고 유용한 것만 취한다. 이렇게 처신하여 노력한다면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라고 한다. 즉, 일, 돈, 건강, 친구와 꿈을 상실한다. 이러한 상실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슬프고 우울한 삶이 되기 쉽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상실이 아니라 처음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라 생각해보자.
그런 것들은 모두 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새롭게 얻은 것이다. 그러니 그 이치를 벗어나 내것이라고 생각할 때 고통이 크다. 상실이 아니라, 본래 내것이 아니었던 것들을 되돌려주는 과정이 노년의 삶이다. 그렇게 받아들일때 노년의 삶은 보다 어른스럽고 여유로워지지 않겠는가?
빚을 모두 갚았을 때 기분이 홀가분하듯이, 황혼에 준비된 삶은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옛말에 “사람은 평생 살면서 하루는 저녁이 여유로와야 하고, 일년은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일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는 3여(三餘)가 있다고 하지않는가? 아름답게 행복하게 늙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그렇다면 아름답게 늙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1.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2. 열정을 지니고 산다. 3.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산다. 4.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산다. 5. 신앙을 가지고 사는 것 등이 아닐까? 이 중에서 핵심적 요소는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이다. 늙어가면서 희망도 없고, 친구도 다 떠나고 신앙마저 없다면 가진 것을 모두 잃게 되고 만다. 이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절대자만은 나의 참 친구가 되어주신다.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힘도 천국을 바라보는 소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결승점에 다다를수록, 후반전의 인생은 쓰고 버려진 여생(餘生)이 아니라, 새로이 시작하는 생을 살아야 한다.
인생의 주기로 보면 내리막길같이 보이지만 이때가 바로 내가 진정으로 하고싶었던 일, 새인생을 시작할 시기이다.
미국 배우 겸 코미디언 조지 번스는 그의 나이 100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라고 했다. 오래 사는 것보다 잘 늙는 게 중요하다. 나이 듦을 핑계 삼는 내 자신의 게으름과 나약함을 과감하게 벗어 버려야 한다. 나이보다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내자신의 마음가짐이다.
매일 아침, 남은 날의 ‘첫날’인 오늘을 하고싶은 일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시작한다면 훨씬 열정적이고 보람있고 아름다운 노년의 삶이 되리라 맏는다. 이런 삶이 well aging이요, well dying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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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 ‘뿌리와 샘‘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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