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미국에 사는 한인 가정 중에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 나가서 장기간 체류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부 지간 에도 한 쪽은 미국에, 다른 쪽은 한국에, 서로 떨어져서 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 씨 부부 사례입니다. 김씨 네는 자녀들 다 키우고 노년은 한국에서 보내자고 한국으로 나갔습니다. 다행히 아저씨는 미국에서 하던 일이 한국에서도 이어져 일하느라 분주합니다. 아줌마도 한동안 미국에서 누리지 못했던 주부들의 취미, 여가 생활에 푹 빠져 분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미국에 있는 아이들, 손주들이 눈에 아른거리곤 합니다.
그러던 중, 미국에 막내 딸이 아기를 낳는다며 친정 엄마를 찾고, 아줌마는, 이쁜 손주들 봐줘야지, 하며 미국 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혈기 왕성한 이팔 청춘의 나이도 아니고, 부부간에 가끔씩 오 가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고 김씨네는 별거 아닌 별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각자 나름 돌아가는 일상이 있다 보니, 서로 부부간에 얼굴 보겠다고 미국과 한국 사이를 오고 가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명절 때라도 함께 하려 던 노력이 갈 수록 뜨문 뜨문, 이제는 일 년에 한 번 잠시 스치듯 만나는 부부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짧게 같이 있는 기간도, 각자 익숙한 생활 터전이 따로 있다 보니, 빨리 다시 ‘자기 집’ 으로 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자, 얘기가 이 정도면, 김씨네 부부 앞 날이 예측이 되시죠? 네, 아저씨가 카톡으로 이혼
얘기를 꺼내십니다. 뭐, 있으나 없으나 남남이 되어버린 부부 관계, 굳이 서로 구속할 필요가 있겠냐? 앞으로 남은 시간 자유로이, 마음 편히, 서로 각자 갈 길 가자고요. 아줌마도 그런 제안이 그다지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김씨네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자 이혼 변호사를 찾아갑니다. 그러더니, 아저씨는 한국에서, 아줌마는 미국에서 이혼을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편리하고 유리하다는 자문을 받았네요. 그래도 몇 십년 부부로 살았건만, 헤어지는 마당에는 철저히 냉정하게 ‘나에게 편리한, 유리한 법원’으로 뛰어가기 바쁩니다.
자, 여기서 캘리포니아주 가정법을 살펴보면, 개인은 자신의 주거 지가 소속된 해당 관할 가정 법원에 이혼 신청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이혼 신청 바로 직전에 최소 6개월 이상을 캘리포니아 주에, 최소 3개월 이상을 해당 카운티에 ‘거주’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김씨네의 경우, 아줌마는 자신이 지난 6개월 이상을 살았던 지역의 해당 가정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저씨가 미국에 거주하지 않으므로, 아저씨 입장에서는 혹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판으로 가야 할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굳이 미국 법원에서 이혼을 하자고 동의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김씨 아저씨 처지에 있는 많은 분들이,한국 법원에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는 조건들만 충족이 된다면, 한국 가정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당사자들, 동일한 안건에 대해, 한국과 미국, 두 군데에서, 두
개의 이혼 소송, 즉 ‘중복 소송’이 시작, 진행되게 됩니다.
중복 소송의 경우, 각자 자신이 선택한 법원 관할권(JURISDICTION)을 사수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변호사 비용을 동반하는 치열한 법적 공방전을 벌리곤 합니다. 김씨네 경우, 이혼 소송의 첫 단계, 소장 송달만 하더라도, 한국 법도, 미국 법도 아닌, 헤이그 조약(HAGUE CONVENTION)의 복잡한 송달 절차를 따라야 하며, 누가 먼저 송달 시키느냐를 두고 열을 올리게 됩니다.
또, 합법적으로 송달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한국 소송을 기각 시켜라, 미국 소송을 기각 시켜라 등, 이혼 소송 본 안건을 가지고 싸우기 이전에 법원의 관할권 싸움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됩니다. 이 지면을 통해, 어려운 법과 절차에 대한 설명 이전에, 가정법 전문 변호사로서, 부부간에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을 너무 쉽게,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13)385-3773
<
신혜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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