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를 잘 알고 있는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 베트남 인구와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더 늦기 전에 회관을 풀러튼 이나 부에나팍으로 옮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팔고 나가지 않으면 한인회관 건물의 부동산 가격도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머지 않아 풀러튼과 부에나팍이 OC 한인 커뮤니티 중심지로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한인회관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바에야 한시라도 빨리 이전하는 것이 좋다고 열을 올렸다.
한인타운 인사들 중에는 이와 같은 생각하는 한인들이 제법된다. 한인 인구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가든그로브에 한인회관을 굳이 둘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인사회도 회관 이전을 통해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OC 한인회 임원들은 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작년 말부터 서둘러 매각과 이전을 추진했다가 전현직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한인 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전격적으로 취소시켰다. 언론에 알려진지 3일 만에 매각과 이전 추진을 철회한 주 요인은 한인 사회의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에스크로를 오픈했을 뿐만 아니라 비 공개로 진행하는 등 절차 상에 너무나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인회관의 매각 이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전 모 인사가 한인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 시기에 공개석상에서 현 한인회관 매각 문제를 거론했다가 당시 한미노인회(현 한미시니어 센터)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한인들로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이처럼 한인회관 이전 이슈는 너무나 민감한 사안으로 한인 인사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거론하기를 꺼려왔다. 이 문제를 끄집어 내었다가 반대하는 한인들로부터 어떤 비난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만일에 한인회관을 풀러튼이나 부에나팍으로 옮겼을 경우 파생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든그로브와 인근 애나하임, 스탠튼, 헌팅튼 비치, 실비치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한인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으려면 3-40분을 운전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한인회관은 OC한미시니어 센터와 바로 근접해 있어서 회관이 이전할 경우 한미 시니어 센터는 자연스럽게 타격을 입게 된다.
지금은 두 단체가 함께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지만 한인회가 떠나면 노인회관을 찾는 한인들도 줄어들 것이다.
이와 아울러 한인회가 이전하면 오랫동안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OC샌디에고 민주평통, 재향군인회, 한미시민권자 협회 등을 비롯한 여러 한인단체들과 한인 여성 합창단, 봉사 및 친목 단체들이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
더욱이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서 한인들을 주 고객으로 영업을 해온 한인 업소들은 서둘러 베트남계를 대상으로 마켓팅 하든지 아니면 타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가든그로브 시 입장에서는 가든그로브 대로에 세워져 있는 ‘코리아 타운 표지석’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다. 이 표지석 마져 제거되면 50여 년동안 공들여서 만들어 놓은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이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의 한인 인구가 줄고 있지만 OC한인회관은 원래 설립 목적에 맞게 아직제 구실을 하고 있다. 한인 회관 건립을 위해서 노력했던 한인 1세대들이 여전히 회관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현재의 회관이 불 필요할 정도로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아니다. 여전히 각종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으며, 한인 단체들이 미팅할 수 있는 장소도 인근에 이만한 곳이 없다.
부동산 가치 또는 한인 인구 수를 이유로 한인회관 이전 추진은 재고해야 한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이민 1세들의 오랜 노력과 힘으로 일군 가든그로브 한인회관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커뮤니티 재산이다. 향후 현 회관을 더 개발하고 발전 시켜 나갈 가능성도 있다.
한인 2세들에게 문화 유산이 되고 1세들의 발자취가 될 수 있는 한인회관 매각과 이전은 섣불리 결정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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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OC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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