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과 대면하며 사는가. 부모 형제를 비롯해서 친구 동창이나 선후배나 직장 동료, 그리고 이웃 사촌들과 흔히 말하는 학연, 혈연, 지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어떤 때는 어리둥절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이 그렇게 인품이 좋아 보이고 예의도 바른데 옆에서 충고하는 말이 ‘조심하라' 고 한다면 머리를 갸우뚱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남에게 피해를 주고 사기를 치고 가정을 파괴시킨 장본인들은 하나같이 번듯하고 잘 생기고 그런 일을 할 인상이 아닌 것이 현실로 증명된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어느 점술가가 하는 말이 ‘사' 자 든 자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고 ‘님'자 붙은 자는 ‘놈팽이'일 수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복술점을 주었단다.
예전에 이탈리아 베니스 여행시 우연히 가면 가게를 둘러 본 일이 있는데 서양 역사에 나오는 가면 무도회용인가 본데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형형색색으로 가지가지가 눈을 어지럽게 한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하회탈이 국보 제121호로 알려졌지만 세상에는 보이는 얼굴과 보이지 않는 얼굴이 주지,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부네, 백정, 할미, 미완성 이메탈이 있다고 한다.
양반 탈의 부드러운 미소, 부네탈의 매혹적인 미소, 파안대소하는 중의 미소, 이메탈의 순박한 미소는 우리들의 마음에 여유를 찾게 한다.
예를 들어 ‘탈을 썼다' 고 하면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해석인데 도깨비 탈이 아닌 다음에야 언젠가는 벗어야 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때를 생각 못한 미련함을 어쩐다.
흔히 말들 하기를 버릇 들기는 쉬워도 고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랑하기, 과시하기, 시샘하기, 지적하기, 비교하기, 가르치기, 고참행세, 우월의식 등의 탈을 바꿔 쓰다가 아니 버릇으로 길들여 망신을 당하는 일들이 관계를 망치고 물을 흐리는 예는 본래에 모습을 잃은 데서 오는 인과응보가 아니랴!
어떤 사람은 인간사를 전쟁터에 비유하는데 더불어 살기보다는 전사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 산업전사, 학생전사, 주부전사, 운전전사, 상업전사, 교사전사, 운동전사 등 그들도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인 부모, 자식, 형이나 누나 조카 동생 또는 친구와 이웃이 아니던가! 격변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가면 하나씩을 나도 모르게 준비하고 사는건 아닌지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게임기를 가지고 놀다가 싸운다면 누구편을 들 것인가, 아니면 휴대폰을 배우면서 핀잔을 맞는 할머니들은 어떤 심정일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빨리 돌리는 영화같은 시대에 사는지도 모른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남 미녀들인데 아픈 사람들은 거의가 화장하지 않은 얼굴인 것을 보면 화장품이 잘 팔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만 하고, 그 많은 포장마차와 호화로운 호텔 바 때문에 술 소비량이 세계 1위임을 자화자찬할 일이던가. 그래서 술이 들어가면 확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얼굴은 확실히 탈이 아니랴.
예전에 도깨비가 탈을 쓰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현대판 도깨비는 탈바꿈으로 아버지로, 오빠로, 형님으로, 사장으로,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외교관으로, 원장으로, 스님이나 목사님으로, 사모님으로, 여사로, 선생님으로, 언니로, 선배로, 상사로, 둔갑하며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가면을 쓰고 즐기다가 벗을 시간을 잊고 계속 놀다가 망신당한 인사가 어디 한 둘이랴. 쓸 줄만 알고 벗을 줄 모르는 인격때문에 질서는 망가지고, 계획은 엉망이 되고, 위신은 떨어지고, 패가 망신하는 예는 얼마나 많은가. 탈을 잘 못 쓴 것이 탈이 된 세상사를 교훈 삼을 일이다.
얼굴 잘 생긴 사람, 말 잘 하는 사람, 거창한 명함을 건네는 사람, 이유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 학연, 지연으로 접근하는 사람, 신앙을 무기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거의가 탈을 쓴 가짜일 확율이 있음을 명심할 일이 아닌가 마음에 새겨 볼 일이다.
옛말에 재주 있는 사람은 단명하고(才士短命) 예쁜 사람은 덕이 얇다는 (佳人搏德)이란 말이 있는데 현대판 사자성어는 잘 생긴 사람은 조심할 일이다(美人禍根). 옛 어른들이 ‘얼굴값 한다' 라는 뜬금없는 말을 한 번 깊이 생각할 일은 화류계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별다른 세상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너도 나도 모양을 내고자 성형하고자 하니 그게 탈이 아니고 무엇이랴! 제탈을 쓰고 평안히 살면 안되느냐고, 그 시간에 심신단련이나 하면 안될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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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명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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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 선생 ! 장문의 탈을 잘 읽었오. 항상 보아도 문필력이 대단하오. 늘 건필하기 바라오. 얼마전 栢江 정운복 박사와 오랜만의 회포를 나누는 사진과 소식을 들었오. 요즈음에는 나들이 하면서 세월을 낛는가 보오. 얼마전에는 바하마에 가서 Royal Caribean Cluise를 10여일간 여행하고 왔다고 합디다.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식를 바랍니다. 一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