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행위 보상 안 된다”…카이로서 휴전 협상단도 복귀시켜
▶ “이스라엘 기습공격 주범 신와르, 열흘간 연락 끊어 협상 악영향”
▶ 텔아비브서 조기총선 요구 수천명 시위…美, 일단 휴전결의안 거부권 시사
1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 유대인 단체 대표 회의에서 연설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사진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고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한 휴전 협상이 백척간두에 놓였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국경도시 라파를 연일 폭격 중이다. 카타르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부도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없이는 인질을 석방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되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는 18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일방적 조치를 거부한다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승인해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자는 이른바 '두국가 해법'의 성사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 왔는데, 공식적으로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작년) 10월 7일 학살 이후에 그런 인정을 하는 건 테러행위에 전례가 없는 엄청난 보상을 주는 것이자 앞으로의 모든 평화합의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6주간의 일시 휴전과 영구 휴전 논의 개시 등을 골자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이던 협상도 이스라엘 협상단이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자칫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와 군사작전 종료를 요구하는 하마스와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자지구내 하마스 현지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종적이 묘연해진 것도 협상을 어렵게 했다는 후문이다.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해 이번 전쟁을 촉발한 인물이다. 그는 열흘 넘게 외부와의 의사소통을 완전히 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당초 카이로에 협상단을 파견한 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협상단을 재파견해 얻을 수 있는게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자지구 주요도시들인 가자시티와 칸유니스, 라파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잇따라 17일 밤 사이에만 최소 18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가자시티에선 폭격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일가족 7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라파에선 어린이 세 명과 여성 한 명을 포함 6명이 숨졌고, 칸유니스에서도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은 탓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라파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는 건 "전쟁에서 지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협상과 무관하게 라파에 지상군을 진입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 주요 당국자들이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협상이 성공하려면 최대한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행보 역시 압박 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이스라엘에 부정적이던 국제여론이 더욱 악화할 수 있고 협상의 완전한 결렬로 이어질 위험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내달 10일 시작되는 올해 라마단 기간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아랍계 주민의 방문을 제한하기로 결정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이스라엘 현지 채널 13 방송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온 연정 내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와 다른 전시내각 구성원들은 성지를 둘러싼 갈등 고조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무시됐다고 채널 13은 전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선 전쟁이 끝나는 대로 하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온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적으로 휴전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밤 텔아비브 시내에선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수천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듭된 민간인 보호 요청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도 금이 갔다.
그러나 미국은 알제리의 제안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상정된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등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는 바꾸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10월 7일 전쟁이 발발한 이래 가자지구에서는 약 2만9천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가운데 작년 일시 휴전 당시 100여명이 풀려나고 130여명이 남아 있지만 이 중 30명가량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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