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씨, 우리 애들이 결혼 날자를 잡았어요!”
기분 좋게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건너왔다. 오래 기다려 온 성혼 소식이었기에 회원 어머니와 나는 한참 기쁨을 나눴다. 전화를 끊은 후에는 잠시 상념이 들어서며 그녀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2013년 그때가 떠올랐다.
LA한인타운 쇼핑몰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던 그녀와는 자녀 결혼 상담을
하며 처음 알게 되었다. “제가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으니, 시간이 되면 잠시 들러 주실 수 있나요?” 전화 상담을 하던 중 꼭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며 간곡하게 요청했다. 듀오를 찾은 고객이지만 같은 교포라는 유대감 속에 편안한 마음으로 가게를 방문했고, 자녀 결혼 상담, 미국 이민 동기 등 속내를 깊이 나눴다.
따뜻한 빵과 커피가 함께한 그날의 온기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살던 시절 이야기와 남편과의 행복하지 못한 결혼 생활로 인해 두 딸을 데리고 미국에 왔다는 지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그러면서 딸들이 미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안정되게 뿌리내리고 살길 바라는 마음도 내보였다.
고생 이라고 는 모르고 살다가 미국에 와서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딸의 인연을 꼭 찾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당시 딸은 나이가 어려서 인지 결혼 정보 회사 소개 만남을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연 찾기는 큰 진전 없이 이어졌고,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2015년 첫 가입 후 오래도록 성혼하지 못한 딸 때문에 애도 타고 미안하기도 했던 회원의 어머니는 2017년에 재 가입을 진행하며 심기일전했지만,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까지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가며 어느덧 2023년 7월을 맞았다.
LA와 산호세의 두 남녀가 만나기까지 무더운 여름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침 산호세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회원이 “꼭 결혼하고 싶다.”며 곧 LA에 방문할 예정이니 잘 맞는 인연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연락을 했다. 이 남성 역시 오랜 가입 기간 동안 야속하게도 인연을 만나지 못해 연로한 부모님의 속을 태우던 참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니퍼 씨한테 연락하기도 참 미안하다.”며 괜스레 걱정을 더하기도 했다. 나는 도리어 항상 믿음을 보내 줘 고마운 마음이었고, 동시에 회원의 부모님이 어떤 마음일지 십분 이해가 가 인연 찾기에 더욱 힘을 냈다.
그 즈음 간절히 인연을 찾던 LA와 산호세의 이 두 회원을 떠올려 보았다.
오랜 세월 두 사람을 지켜봐 왔기에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바로 만남을 추진했다. 두 사람은 LA에 있는 카페에서 첫 만남을 가졌고, 나는 만남 결과가 몹시 궁금해 이튿날 바로 후기를 물어보았다.
“신앙심이 좋은 분 같았어요. 지금까지 만난 여성들 중에서 처음으로 이분에게 같이 기도하자는 말을 들었어요. 그게 참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 만나서 어떻게 알겠느냐며 조만간 다시 LA에 올 예정이고, 몇 번은 더 만나 보겠다고 말했다. “맞아요! 정답입니다.
” 첫 만남에서 다 알 수 없으니 적어도 세 번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고 응원했다. 이후 두 사람의 소식을 가끔씩 전해 들으며 “잘 만나고 있구나.” 싶었다. 어느새 올 2월 이면. , 두 사람이 만난 지도 어언 7 개월 여가 되었다. 아직 결혼 소식을 듣지 못해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여성 회원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벅찬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제니퍼 씨, 우리 애들이 7월 22일로 결혼 날짜를 잡았습니다. 산호세에 가서 사돈 될 분들 만났는데, 인품이 너무 좋고 신앙심도 좋은 분들이었어요. 어마어마하게 잘 사는 데도 매사 검소하고, 우리 딸도 이뻐 해 주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이게 다 중간에서 잘해 준 제니퍼 씨 덕분입니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항상 똑같이 대해 주시고, 이렇게 헌신적으로 결혼을 도와주시는 분이 또 어디 있겠어요. 평생 은인이에요. 신문에 기사를 내고 싶을 정 돕니다.”
인연을 맺고 정을 나누며, 하나 되는 듀오
나를 만나면 항상 이것저것 마음을 써 주는 정 많은 분이었다. 끼니 굶지 말라고 오며 가며 사무실에 김밥이나 빵, 만두를 사다 주고, 명절이면 무거운 과일 상자를 들고 오기도 했다. 회원의 어머니와 커플매니저로 처음 인연을 맺었지만, 사랑을 베푸는 따뜻한 이웃으로서 오래 마음을 나눴다.
이런 분의 딸이 드디어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한다고 하니 누구보다 기뻤고 남달랐다. 이제야 할 일 끝내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첫 가입 후 10년 만에 맺힌 열매라 너무 도 귀했다. 한편으로, 교포 들 이 좋은 인연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 우리 교포 사회가 더욱 튼튼해지고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명감도 들었다.
삶의 뿌리가 가정에서 시작되는 만큼 이보다 보람 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날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지난 시간 그러했듯 앞으로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더우나 추우나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우리 교포 사회에서 귀한 결혼 인연을 이어 주는 일을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운동을 한다. 체력이 좋아야 이 일을 잘할 수 있기에 나 자신을 늘 단련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인연을 찾고 있는 우리 회원들에게도 단단해지라 말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평생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인연은 빨리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들 LA와 산호세 커플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1997년 한국에서 크게 흥행한 영화 <접속 명 대사 중에서 나오는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는 생각나는 하루다.
‘나의 인연’은 꼭 있지만, 그 인연을 언제 어디에서 만날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루라도 일찍, 가능한 많은 기회를 가져 보면 좋겠다. 봄이 오고 있다.
결혼해 듀오, 이제니퍼
213-383-2525
<
제니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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