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 내용 빼고 이스라엘·대만지원 등 묶은 953억 달러 안보 예산안 처리
▶ 상원서 공화당 22명 찬성…하원의장·공화 강경파 반대에 하원 통과 난망
▶ 트럼프 “조건없이 돈줘선 안돼”…바이든 “이웃 점령하려는 독재자에 맞서야”
상원이 13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등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을 처리했다.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에도 적지 않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예산안 처리에 찬성하면서 일단 상원 문턱을 넘었다.
다만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해 친(親)트럼프 강경파가 상당수 포진해 있어 처리 가능성 유무가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다.
상원은 밤샘 토론 후 이날 오전 5시14분께 표결을 실시해 찬성 70표, 반대 29표로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을 가결했다.
953억 달러(약 127조6천억원) 규모인 예산안에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601억 달러 ▲ 이스라엘 안보 지원 141억 달러 ▲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91억5천만 달러 ▲ 대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지원 48억3천만 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49명 가운데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을 비롯해 22명이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전날부터 밤새워 진행된 토론에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반대 표결을 주장했으나 상원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군 중 한 명인 J.D.밴스 상원의원은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추가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막으려는 외교 정책 기득권 세력(blob)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시) 민주당은 그(트럼프 전 대통령)를 탄핵하고 트럼프 정부를 약화할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더이상 되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나 아무 조건 없이 돈을 줘서는 안 된다"라면서 "미국은 더 이상 바보가 돼선 안 된다"라며 추가 안보 예산안 처리를 사실상 반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상원의 안보 지원 예산안 처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예산안을 제출한 지 약 4개월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인도·태평양, 미국 국경 지원 등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패키지로 묶은 1천60억 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상원은 애초 미국 남부 국경 정책까지 포함한 협상안을 마련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반대하면서 이번에 국경 정책 관련 내용은 빼고 안보 지원 내용만 담은 예산안이 처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독재자로 지칭하며 "만약 우리가 이웃 국가의 영토를 점령하거나 분할하려는 독재자에 맞서지 않는다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후과가 상당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제 하원이 행동에 나서야할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요청에도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이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미국 국경 정책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안에 대한 반대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밤 성명에서 "하원 공화당은 이른바 국가 안보 추가 예산안에 미국 국경에 대한 안보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라면서 "상원에서 국경정책에 대한 변화를 하나도 받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하원은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독자적으로 계속 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하원의장의 이런 반대로 하원에서 설사 추가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수주 내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나아가 존슨 의장 및 강경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에 안보 예산안이 상정되기 위해서는 특별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민주당과 안보 문제에 관심이 있는 공화당이 합세해 심사 배제 청원(discharge petition)에 나설 경우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를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원 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심사배제 청원이 통과될 경우 상임위 심사 없이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하원에서 안보 지원 예산안 통과가 안될 경우의 '플랜B'를 묻는 말에 대해 "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이 이 문제를 다루고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를 지원하는 데 쓸 수 있는 요술 돈 항아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상원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를 더 가까이 가져오고 글로벌 안정을 회복시켜 모든 미국인과 모든 자유세계의 안보와 번영을 증진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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