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망 차질·가뭄·조류독감·인력 부족 복합 작용
▶ 식탁 책임지는‘소·닭고기·채소·과일’크게 올라
▶ 저소득층 소비 증가, 식량 수급 불안정 우려도
▶ ‘반독점법 강화, 식료품 업체 압박’등 정부노력
인플레이션이 진정세지만 치솟은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공급망 차질, 인력 부족, 소비 증가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로 정부도 식료품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사진제공]
인플레이션 해소 소식에 미국인들이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개스, 중고차, 의료보험 등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지난해 하락했다. 그런데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식료품 가격이 고집스럽게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른 물가를 고려해 평소보다 신중하게 카트에 식료품을 담아도 계산대 찍힌 금액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소비자가 많다.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하락세에도 식료품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원인을 알아본다.
■식료품 가격 상승률 인플레이션 크게 앞질러
지난 4년간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25%로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율인 19%를 크게 앞질렀다.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여러 제품 가격이 지난해 떨어졌지만 식료품 가격만 유독 올랐다. 식료품 중에서도 소고기, 설탕, 주스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식료품과 주택 가격에 수천만 가구의 가계부가 여전히 빠듯하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도 이 두 항목 가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개스와 주택 가격에만 쏠려 있다. 야후 파이낸스와 여론 조사기관 입소스가 작년 11월 공동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유권자 중 약 3분의 2가 높은 식료품 가격으로 인해 입은 인플레이션 타격이 가장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항목에 대한 유권자 반응에 비해 무려 50%포인트나 수치다.
■‘소·닭고기, 과일, 채소’ 크게 올라
식료품 가격 인하를 위해 정치권이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어 보인다. 높은 식료품 가격의 원인은 노동력 부족, 공급망 차질, 가뭄, 조류 독감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제 정책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밖에도 높은 수요와 대형 유통업체 통합 등도 식료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원인이다. 콜로라도 주립대 농경과 던 틸매니 교수는 “많은 소비자가 식료품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달걀을 제외한 나머지 식료품 가격은 당분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성향 싱크탱크 그라운드워크 콜래보래티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차질에 취약한 소고기, 닭고기, 과일, 채소, 스낵류 등 5가지 항목이 식료품 가격 상승의 3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1.3%로 2022년의 11.8%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식료품 가격이 아직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가격이 떨어진 항목도 있다. 지난해 달걀, 상추, 토마토 등의 가격은 각각 20%, 17%, 7%씩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식료품 가격 하락위해 정부도 적극적
연방 농무부는 이들 식료품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전반적인 식료품의 가격이 약 0.4%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클라우디아 샴 경제학자는 “노동력 부족이 팬데믹 3년 차인 작년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안정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식료품 소매 업계가 생산 업체의 비용이 하락한 점을 소매 가격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대변인은 육류와 가금류 공급 개선을 위해 비료 가격을 완화한 점과 농업 부문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강화한 점 등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라운드워크 콜래보래티브는 바이든 행정부가 육류 포장 업계의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법안 처리를 마무리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마이클 키구카와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식료품 업계가 원자재 가격 하락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며 “정부는 육류 및 가금류 업계의 가격 단합과 같은 반경쟁적 행위를 단속하고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 ‘공급망 차질·인력 부족·이상 기후’ 복합원인
식료품 가격 급등에는 몇몇 경제적 원인이 있다. 식료품 가격은 공급망 붕괴와 노동력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난 팬데믹 초기에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최근에는 가뭄과 폭염 등의 이상 기후로 과일과 채소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인도와 태국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설탕 수출이 감소했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조류 독감으로 닭고기와 달걀은 급등했다.
여기에 식품 처리 공장, 창고, 소매점 근로자의 임금까지 오르면서 식료품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옥수수, 식물성 기름 가격이 급등했지만 최근에 안정을 되찾았다.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국 가정이 팬데믹이 종료와 함께 유기농 식료품 등 고품질 식료품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는 점도 식료품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다.
콜로라도 주립대 틸맨 교수는 “팬데믹 기간 나타난 식료품 지출 증가 현상이 가격 상승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식료품 지출 증가 현상에 힘입어 식료품점의 수익은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졌다.
■저소득층 식료품 소비 급증
피닉스에 거주하는 쿠엔틴 바터라우스 가족의 식료품 지출액은 팬데믹 이전보다 무려 70%나 늘었다. 이들 가족의 지난해 식료품 지출액은 6,000달러로 2019년(3,500달러)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신선하고 건강한 식료품을 더 많이 구입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느끼는데 식료품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자주 구입해야 하는 식료품은 자동차 보험이나 재산세와 같이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금액이 큰 비용과 비슷한 충격을 준다. 매주 구입하게 되는 달걀과 우유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는 없다.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 가구의 충격이 더 크다. 부유층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소득의 8%에 불과한 반면 저소득층 가구는 소득의 31%를 식료품 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식료품 구입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식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작년 2월 팬데믹 특별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전국적으로 푸드뱅크 수요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고됐다.
프로비던스의 로드아일랜드 커뮤니티 푸드뱅크의 경우 최근 한 달에 약 8만 명에게 식료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20% 늘어난 수치도 푸드뱅크 측은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주택 임대료, 유틸리티 비용 등과 함께 식료품 가격까지 오르자 푸드뱅크를 찾는 저소득층의 발길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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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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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게 물어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