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교육위원직을 맡은 게 1995년이다. 현재 6선으로 21년째 일하고 있는데, 그 동안의 경험으로 교육감이나 교육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프라이드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모두 각자의 개인적 능력이나 성취도에 대해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군 중 하나로 여겨지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선거를 통해 당선된 교육위원들이나 교육위원회가 고용하는 교육감으로부터 이러한 점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마 너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위원들과 교육감이 몇 년에 한 번씩 수립되는 전략적 계획(Strategic Plan)에 쏟아붓는 많은 투자가 나에게는 낭비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지금까지 같이 일해 온 교육감은 현 교육감을 포함해 모두 6명이다. 첫 교육감은 12년간 교육감으로 재직했던 로버트 스플레인이었다. 후임자로는 첫 히스패닉계였던 이민자 출신의 다니엘 다메니치였고 그 뒤를 잭 데일, 캐런 가자와 스카트 브래브랜드가 이었다. 그 가운데 캐런 가자(Karen Garza)는 카운티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교육감이었다. 현 교육감인 미셀 리드(Michelle Reid)도 여성이다. 스플레인 교육감 이후, 교육감들의 재직기간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가자 교육감의 경우 재직기간이 겨우 3년 반 정도였다. 그만큼 교육감 직 수행이 과거보다 어려워진 것이다.
교육위원의 경우도 나처럼 6선인 경우는 드물다. 올해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현직 교육위원 12명 중 무려 6명이 초선이고 4명이 재선 그리고 1명이 3선이다. 그런데 교육감이 새로 부임하거나,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 후 새 교육위원회가 구성될 때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해 보려고 시도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게 전략적 계획 수립이다.
현 교육감도 2022년 7월 1일에 부임 후 얼마되지 않아 전략적 계획 수립에 나섰다. 물론 교육위원회가 동의했으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팬데믹을 겨우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교육감과 교육위원회가 장장 9개월여에 걸쳐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50만 불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 컨설턴트를 고용해 추진했다.
사실 신임 교육감이 첫 1년 정도는 조용히 새로 부임한 학군의 사정을 살펴보며 했어야 했는데 바로 시작했다. 아마 무엇인가 자신의 것을 서둘러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교육감들이 갖는 프라이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한 교육위원회도 팬데믹 기간 동안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 받았던 많은 비판 속에 내세울 수 있는 것으로 전략적 계획의 성공적 수립을 꼽았을 수 있다.
이번 계획 수립 과정 중 거의 3만명의 성인들과 9만명 이상의 학생들로부터 설문 조사 응답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150명 이상으로 구성된 기획팀이 가진 회의와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의 모임도 65차례 이상이라고 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과물로 내 놓은 계획서를 보면 과거 Garza 교육감 부임 후 수립되었던 계획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공교육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급격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기에 전략적 계획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새로 수립된 계획과 그 계획을 앞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을 가만히 예측해 본다. 아마 기본 데이타 확보와 달성 목표의 구체적 설정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모색에 족히 2-3년은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2-3년이 지나면 교육위원회의 다음 선거가 다가오고 새로 선출될 교육위원들이 또 생길 것이다. 또한 교육감도 바뀔 수 있다. 그러면 새로 구성되는 교육위원회나 새로 부임한 교육감이 자신들 나름의 새로운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모두에게 자신의 것을 만들고 싶은 욕심과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원 낭비 전략적 계획 수립 주기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 모든 나의 생각들이 한 고참 교육위원의 냉소적 반응이라기 보기에는 너무 슬프다.
<
문일룡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변호사,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