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발발 만2년 코앞… 상원 합의에도 지원안 장기표류 가능성
▶ “하원 도착하자마자 사망”…하원 공화당 수뇌부 잇달아 ‘반대’
대(對)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및 국경통제 강화 등을 담은 상원 '안보 패키지'합의안의 앞길에 험로가 예상되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공개된 370페이지 분량의 상원 안보 패키지 합의안은 총액 1천183억 달러(약 158조 원) 규모로, 우크라이나 지원 600억 달러, 이스라엘 지원 141억 달러, 국경안보 강화 202억 달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달 하순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2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의회의 승인을 받아 사용해온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용 재원은 이미 고갈됐다고 백악관이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러시아를 상대로 2년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의 예산지원이 '생명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하원 공화당 지도부 인사들이 상원의 패키지 합의안이 나오자 마자 강력 반대하고 나서면서 안보 패키지안의 처리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하원 공화당의 1인자인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하원의장은 합의안이 공개된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전 트위터)에 "(합의안 내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초래한 국경 참사를 종식시키는 것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올렸다.
그는 이어 "합의안이 하원에 닿자 마자, '도착과 동시에 사망'(DOA) 판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루이지애나)은 "하원에서 표결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하원 공화당 컨퍼런스 의장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뉴욕)은 "논의를 시작할 가치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원 상황도 녹록치 않다. 민주·공화당 협상 대표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일부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대표적으로 J.D.밴스 의원(오하이오)은 "나는 이 형편없는 방안을 공화당원들이 왜 지지해야 하는지 상상도 못하겠다"고 밝혔다.
패키지 합의안 중 현 상황에서 최대 쟁점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아닌 국경 통제 강화 문제로 보인다. 국경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하원 공화당 요인들이 이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경 통제를 둘러싼 여야 이견에는 11월 대선에서 재대결할 가능성이 전·현직 대통령간 대리전 측면이 내포돼 있다.
패키지에 담긴 국경 관련 핵심 내용은 불법 입경자가 주당 5천 명을 넘으면 망명 허용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다.
작년 12월 남부 국경을 통해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커지자 전임자에 비해 이민에 한층 관대했던 바이든 대통령도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것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 관련 합의 도출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패키지의 의회 통과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재집권시 임기 첫날 남부 국경을 닫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자신이 국경 관련 상원의 여야 합의를 지지할 확률은 '제로'라고 말했다.
국경 관련 여야 합의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공격할 실탄을 포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하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경 문제에 관한 한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할 태세이고, 이는 공화당내 친트럼프 의원들에게 거스를 수 없는 '지침'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대선과 긴밀히 엮인 국경통제이슈를 둘러싼 이견의 유탄을 맞은 형국이다.
일단 상원에서 주중 패키지 합의안 표결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원에서는 패키지에서 대이스라엘 지원만을 빼낸 별도의 법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만약 상원에서 패키지 합의안이 통과되고, 하원에서 이스라엘 지원안이 통과될 경우 상·하원 대표가 모여 단일안을 만드는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지원의 경우 그나마 초당적인 지지가 있지만 하원 우크라이나 지원은 하원 공화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결부된 중동 상황 악화에 점점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대선 국면에서 국민들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숙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이 미국인 유권자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군사·재정 지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8%에 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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