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시대는 민주당 계속 지지…젊은층은 학자금 대출 탕감 무산 등에 실망
▶ 집토끼 잃을 위기감에 해리스 부통령, 사우스캐롤라이나 세번 찾아 구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오렌지버그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민주당 경선을 하루 앞두고 지지자들을 만나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난 바이든에 투표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바이든은 한 게 없고 늙었다."
2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흑인 대학인 베네딕트대에서 만난 리앤드라 쿠퍼(21)씨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쿠퍼씨는 바이든 대통령이 탕감하겠다고 한 학자금 대출이 그대로라면서 2027년부터 갚아야 해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칼레아 로빈슨(21)씨는 "그래도 바이든은 노력하고 있다. 노력했는데 대법원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건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두 여학생은 다음 날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아뇨", "어디서 하는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첫 공식 관문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이 오는 3일 열리지만 기자가 만난 젊은 흑인들은 대체로 무관심해 보였다.
베네딕트대 학생인 자쿠안 잭슨(20)씨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고, 투표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비싸지는 물가가 가장 큰 문제다"라며 "난 학자금 대출이 있는데 바이든은 대출을 탕감했다고 말하지만 빚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흑인 유권자는 민주당이 늘 의지할 수 있는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지만 이번 대선에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작년 12월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 50%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이는 2021년 7월 조사의 86%보다 크게 낮다.
특히 흑인 젊은층이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집토끼'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흑인 유권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의미 있는 경쟁자가 없어 경선 승리가 확실한데도 지난달 8일과 지난달 27∼28일 두차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찾았다.
이날에는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방문했다. 올해 이미 세번째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렌지버그에 있는 '전통적 흑인대학'(HBCU)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지지자들과 행사를 했다.
HBCU는 인종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 제정 전에 흑인을 위해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을 의미하며 해리스 부통령도 HBCU인 하워드대 출신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에 바이든 대통령과 나를 백악관으로 가는 길에 올려준게 사우스캐롤라이나였다"면서 꼭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경선 초반에 고전하면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으나 네번째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총 46개 카운티를 전부 이기면서 분위기를 뒤집었다.
당시 흑인 유권자의 64%가 바이든에게 몰표를 준 게 승리 원인이었다.
그러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한 지역으로 1976년 지미 카터 이래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고 이번 대선에도 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통해 전국 흑인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은 전국의 흑인 유권자에게 보낼 메시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시험하고 있으며 그 메시지가 밀워키, 필라델피아나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과 흑인 대학에 대한 지원 확대, 약값 인하 등 행정부 성과를 소개하고서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미국인을 위해 일하고 매일 여러분을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이어 "슬프게도 모두가 그러지는 않는다"라며 "트럼프는 국민을 위해 싸우지 않고 자신을 위해 싸운다"고 비판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목화를 따던(pick) 사람들의 자손이 이제 목화가 아니라 대통령을 선택할(pick) 것"이라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버스 뒷자리로 밀려났지만 이제 우리는 빌어먹을 버스를 운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에 노예로 일하고 인종차별 정책 때문에 버스 앞자리에도 앉지 못한 흑인이 이제 미국 대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흑인 유권자들, 특히 노년층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렌지버그에 있는 '굿셰퍼드 커뮤니티' 교회의 로버트 존슨 목사(61)는 "흑인 유권자들이 바이든에 투표할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다"며 "바이든은 따뜻하고 일반인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평생 민주당을 찍었다는 존슨 목사는 "양당 후보가 결정되고 쟁점이 정리되면 흑인 유권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도움될 후보로 결집하고 젊은이들도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나단 홀스턴(65)씨는 "바이든은 지금까지 잘해왔고 이 나라에 안정과 통합을 가져다줬다"며 "어떤 지도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바이든은 희망을 준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민주당에 좀 더 가까운 무소속으로 소개한 길드레드 구덴(66)씨는 "바이든은 펜데믹 상황이었는데도 경제를 잘했고 그런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인 유권자의 바이든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에 대해 "꼭 그렇지는 않다. 11월에 지켜보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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