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 지도
▶ 미사일 전력 다각화…한미 미사일방어망에 과부하 초래 의도
북한 김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핵잠수함 건조 지도[로이터=사진제공]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잇달아 실험해온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 대북 제재망에서 벗어나 있는 순항미사일 실험 빈도를 높이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되는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정밀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까지 확보해 미사일 무기고를 다양화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과부하를 초래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이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시험발사한 '불화살-3-31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이다. 수중에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면 발사 원점을 숨길 수 있다.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군 핵무장화 실현과 국가 핵 억제력의 작용 공간을 다각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불화살-3-31형에 핵 탑재가 가능함을 시사하는 한편 핵의 투발 수단, 즉 미사일을 다각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는 군수공업 건설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 탄도미사일과 다른 순항미사일 특성은…저고도 은밀 비행
순항미사일은 추진기관에서 탄도미사일과 구분된다. 탄도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탑재한 로켓을 이용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면서 관성을 이용해 탄도궤도로 비행한다.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 등으로 대기권 내에서 공기를 흡입하며 연료를 태우기에 별도 산화제가 필요하지 않다.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내 비행 특성상 탄도미사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낮은 고도로 비행함으로써 지구 곡면에 의해 제한되는 지·해상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피해 다닐 수 있다.
레이더의 전파는 거의 직진하는 특성이 있어서 공중으로 뻗어나갈 경우 필연적으로 낮게 나는 물체에 대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순항미사일이 해수면을 스치듯 나는 '시 스키밍'(sea skimming)으로 날아오면 미사일이 근접해서야 알아차리게 된다.
저고도 비행의 장점은 느린 속도로 일부 상쇄된다. 탄도미사일은 종류에 따라 대기권 재진입 시 마하 20(음속 20배) 이상의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데, 순항미사일은 통상 음속보다 느린 아음속으로 비행한다.
미국의 전쟁 시작 신호탄 역할을 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시속 800㎞ 정도로 비행하며 북한의 '화살-1형', '화살-2형' 등은 북한이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시속 700㎞ 수준을 형성한다.
이에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범주 구분에서 보듯 사거리가, 순항미사일은 아음속·초음속·극초음속 등 속도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요소가 된다.
북한은 지난 28일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이 잠수함발사용이라고 밝혔다. 이는 발사 플랫폼에 의한 구분이다.
탄도·순항 구분 없이 미사일은 어디서 쏘는지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지상 발사 형태는 상대의 감시망에 쉽게 노출된다. 잠수함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미사일을 쏘면 발사 원점을 숨기거나 기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에 발사 플랫폼 다변화는 미사일 전력 구축의 중요한 줄기다.
◇ 탄도미사일 넘어 극초음속에 순항미사일까지 손 뻗는 북한
북한은 그간 탄도미사일 성능 강화, 그중에서도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ICBM급 사거리 달성에 전력투구해왔다.
'화성-15형', '화성-17형' 등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개발하다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적용한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다.
화성-18형은 지난해 7월 2차 발사 당시 고각 발사로 정점고도 6천㎞를 달성했다. 정상 각도(30∼45도) 발사에 따른 최대 사거리는 시험할 장소가 없으니 각도를 높여 쏜 것인데, 정점고도 6천㎞는 정상각 발사 시 최대 사거리 1만㎞ 이상으로 미 본토에 닿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고각 발사와 정상각 발사는 대기권 재진입 시의 우주 환경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추진기관 성능만큼은 확실히 입증한 셈이다.
북한은 ICBM과 함께 한국·일본을 겨냥하는 SRBM과 IRBM도 꾸준히 개발해왔다. 이른바 '단거리 3종 세트'라 불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가 사거리 100∼900㎞ 수준으로 한반도 남쪽 전역을 노리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진척이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분야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사상 최초로 실전 사용한 것으로 미국 등 군사 선진국들도 아직 전력화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 안에서 비행하며, 변칙 기동한다는 특성을 지녀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 분류한다. 탄도미사일 특성을 일부 공유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로 분류한다.
보통의 탄도미사일도 마하 5는 쉽게 넘기기에 극초음속 미사일은 명칭이 풍기는 인상과 달리 '가장 빠른 미사일'은 아니다.
다만 탄도미사일만큼 빠른 속도에 순항미사일만큼 낮은 비행고도를 결합하고 변칙 기동성까지 부여함으로써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북한은 2021년 9월 시험 발사했던 '화성-8형'과 같은 HGV를 개발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1월에는 쐐기 형상의 HGV가 아닌 원뿔형 탄두를 탑재한 새로운 형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두 차례 시험발사했고, 올해 1월 14일에는 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HCM은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꾸준히 개발 중인 아음속 순항미사일의 항공 엔진을 가다듬어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HCM 개발까지 이어 나갈 것임은 명확하다.
◇ 미사일 쌓아가는 북한 의도는…한미 미사일방어에 '과부하'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로 금지됐다. 그러나 북한 탄도미사일이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던 시기, 순항미사일 분야에서는 북한의 뚜렷한 활동이 없었다. 순항미사일이 국제사회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이유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고 동북아 안보에 위협 수준을 높여가는 이상 순항미사일 활동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미국과 대립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를 고려하면 다소 요원하다는 전망이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미사일 다종·다변화는 결국 한미 연합 미사일 방어망의 방어 역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세적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기존 미사일 방어는 주로 예측할 수 있는 탄도 궤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정면에서 요격하는 개념이다. 이에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극초음속미사일과 순항미사일까지 다량으로 확보해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과부하를 초래하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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