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4년의 새 임기를 시작하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의장과 부의장 선거가 있었다. 의장직에는 작년 말까지 부의장직을 맡고 있었던 교육위원이 당선되었고, 부의장직은 이제 재선으로 당선된 교육위원이 맡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 출마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과거에 의장직과 부의장직을 각 3년씩 역임했던 나의 경험이 초선 교육위원들이 절반이나 되는 교육위원회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부의장 자리에 도전할까 고민을 했었다. 새로 선출될 의장과 고용된지 1년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교육감에게도 여러가지로 좀 더 가까이에서 조언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출마하지 않는 게 좀 더 현명하다는 판단이 섰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교육위원회 의장과 부의장은 일반적으로 교육위원들이 호선(互選)한다. 임기는 1년이다. 물론 페어팩스 카운트와 접해 있는 프린스 윌리암 카운티처럼 주민들이 의장을 직접 선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항상 교육위원들이 자신들 사이에서 선출해 왔다.

의장은 꼭 선출하게끔 법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부의장직은 교육위원회의 선택 사항이다. 의장 선출은 1월이나 7월에 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오랫동안 7월에 선출해 왔다. 물론 한 때는 교육위원들의 임기가 1월에 시작하기에 1월에 선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역시 학사 일정이나 7월에 시작하는 회계년도를 고려해 7월에 선출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판단 아래 7월 선출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번에 7월이 아니라 1월에 의장을 선출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과거에는 보통 교육위원 선거가 있는 해의 7월에 선출된 의장이 11월에 열리는 선거에 재출마 해 당선되어 그 다음 해 6월말까지 1년간 의장직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년 7월에 선출된 의장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래서 임기가 작년 말로 종료되었다. 교육위원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7월의 의장 선출 전에 이미 내렸는데 왜 6개월 의장직을 맡았는지는 자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당시의 현직 교육위원들 가운데 재출마 의사를 가진 위원들이 4명 밖에 없었고, 아마도 재출마할 위원들 가운데 7월에 의장직을 맡기에 적절한 사람이 없었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그래서 의장직을 맡고 있던 교육위원의 임기가 작년 말로 종료됨으로 인해 부의장이 새로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의장직을 대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 내규에 의하면 ‘’의장 ‘부재 (unavailable)’시 부의장이 의장의 역할을 맡고 (perform the role) 의장이 해야 할 일을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이 상황에서 해당 내규의 해석에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이었다. 의장의 ‘부재’가 과연 의장의 교육위원 임기 종료로 인해 생기는 ‘공석’의 경우를 포함하는지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이번에 부의장 직에 있었던 위원이 자동적으로 의장 자리를 승계하느냐, 아니면 의장이 더 이상 없는 만큼 의장직을 대행하는 ‘의장대행’으로 있다가 1월의 첫 회의 때 정식으로 의장을 다시 선출하느냐가 관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1월 1일 이후 1월 11일 첫 회의 때까지 ‘의장대행’이 아니라 의장직을 자동 승계했다고 주장해 오던 부의장이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다시 의장직에 출마해 동료의원들로부터 선출 받는 모양을 취했다. 이것은 잡음을 막을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을 선출할 회의 시작 직전까지 기다리지 않고 훨씬 더 일찍 내렸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야 설사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른 교육위원들이 의장직 도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한다. 그게 절차적으로 더 공정했을 것이다. 또한 정식 의장으로 선출되기 전부터 여러 행사장에서나 출판물에 의장대행이 아니라 의장이라고 소개된 것은 사려가 깊지 못했다고 본다.

<문일룡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