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대만해협안정 중요” vs 中 “美, 평화통일 지지해야”
▶ 美, 中에 북러협력·북 무기실험 우려 제기… “이란에 지렛대 써서 후티 홍해공격 멈춰달라”
▶ 30일 마약대응협의체 출범, 봄엔 AI 대화… ‘상황관리’ 기조 유지
▶ 미중 외교책사 방콕 회동…양자·국제 현안 논의, 미 중에 ‘북한·중동’ 역할론 주문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교부장 겸임)이 26∼27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만나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 현안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 등 국제 문제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작년 11월 미중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해 회동한 두 사람은 대만 해협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북한, 남중국해, 미얀마 문제를 포함한 국제 및 지역 현안들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두 사람이 양국 관계의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고 성과가 풍부한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소개하고,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국제 정세를 위협하는 북한 및 후티 반군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론도 주문했다.
◇美 "북러협력·북한 무기 테스트 깊이 우려…中, 대북 영향력 행사하길"
회동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의 최근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설리번-왕이 회동 관련 대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미국)는 최근 북한의 무기 테스트와 북러 관계 증진, 그리고 그것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무기 테스트는 최근 북한이 발표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와 수중 핵무기 체계 시험 등을, 북러 관계 증진은 북한의 대 러시아 탄도 미사일 및 탄약 공급과 양국 간 고위급 인사 왕래 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이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우리는 이런 우려를 중국에 직접 제기했으며, 양측 대표 간에 이런 대화가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분명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그 영향력을 (북한) 비핵화의 경로로 우리를 복귀시키는 데 사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만·기술경쟁 기존 입장 재확인…"대만해협 안정 중요" vs "대만 독립이 평화 최대 위협"
양측은 지난 13일 독립 지향적인 민진당(현 여당)의 라이칭더 후보 승리로 끝난 대만 총통 선거 이후 대만해협 정세와 관련, 기존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그는 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힌 뒤 미국은 어느 한 쪽의 현상변경에 반대하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이견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는 점을 밝혔다고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소개했다.
반면 왕이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대만 지역 선거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어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가장 큰 위험은 '대만 독립'이고, 미중관계의 가장 큰 도전도 '대만 독립'"이라며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3개의 중미 공동 성명(수교 성명 등)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무역 갈등과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대해 팽팽한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 공산당의 불공정 무역 정책과 비시장주의적 경제 관행,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또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지 않으며, 군사적 도전과 연결된 좁은 영역에 집중하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왕 부장은 국가안보 개념을 정치화하고 과도하게 넓게 설정해서는 안 되며, 타국의 발전을 억제·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측은 국가안보와 경제 활동 사이의 경계에 대해 진일보한 토론을 진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신화통신이 소개했다.
◇바이든-시진핑, 봄에 통화 추진…30일 마약 대응 워킹그룹 출범
두 사람은 양국 군 당국 간 소통 재개를 포함해 작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미중관계 진전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주고 받았다.
또 다가오는 봄에 인공지능(AI) 관련 미중대화를 개최하는 계획과 오는 30일 미중 마약 대응 워킹그룹 출범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고 있지만, 양국은 갈등이나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이 전략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통화를 포함해 미중 간 주요 분야에서 추가적인 고위급 외교와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부연했다.
정상간 통화는 올해 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왕 부장은 "올해는 중미 수교 45주년"이라며 "이견을 돌출시킬 것이 아니라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두는 것)해야 한다"며 "상대의 핵심 이익을 해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리번과 왕이는 작년 5월과 9월 각각 오스트리아 빈과 몰타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미중관계의 고비 때 만나 돌파구를 모색하는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은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처음 이뤄진 것으로 미국 대선(11월5일)이 치러지는 올해 미중관계의 '상황 관리' 기조를 유지하려는 모색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후티 반군 대응 논의…설리번, 왕이에 "후티 배후 이란에 지렛대 써 달라"
설리번 보좌관은 왕이 부장에게 중동 내 긴장 완화를 위해 이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도 요청했다
특히, 이란과 긴밀한 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상에서 상선 등을 공격하는데 대해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실질적인 대이란 지렛대를 사용해 위험한 공격을 중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화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의 대이란 지렛대에 대해 "중국은 이란의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로, 이란산 석유를 상당량 구입한다"면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중국이 선택할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었으며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크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이 생산한 원유의 90% 이상을 중국 정유사가 구입했다.
석 달 넘게 이어지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당국자는 중국이 지금까지 중동 긴장 완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해온 건 맞는다면서도, 후티 문제 등과 관련해 이란을 외교적으로 압박한 바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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