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대선 앞두고 ‘두개의 전쟁’에 한반도 충돌 추가될까 ‘주시’
▶ 대화 문 연 채 한미일 공조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 주력할 듯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로이터=사진제공]
도를 더해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위협 언사에 미국 정부와 언론 등의 관심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23일 백악관의 언론 브리핑에서는 '북한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느냐', '북한의 군사 태세에 변화 조짐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미국이 다음 달 개전 2주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그에 파생된 예멘 후티 반군과의 충돌 등 여러 안보 현안에 관여하는 동안 북한 이슈는 한참 뒤로 밀려 있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노선 폐기를 선언한 동시에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하며 유사시 한국에 괴멸적인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류가 달라진 형국이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 등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내 전문가들이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위협 언사가 단순 엄포가 아닐 수 있다며 전쟁 발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주류 매체인 NBC뉴스는 이날 '김정은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는 등 미국 언론과 싱크탱크 등의 북한 관련 주목도 역시 최근 부쩍 높아진 형국이다.
NBC뉴스는 기사에서 "(인터뷰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전의 문턱에 와 있다는 칼린과 헤커 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도발적 언행의 목적이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에 앞서 주변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NBC는 우발적인 충돌과 제한된 북한발 공격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런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빠르게 비화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NBC가 인터뷰한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호놀룰루 소재)'의 라미 김 교수는 "포격이나 소규모 도발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북한의 위협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최소 수십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 무력 수준과 최근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위협을 단순한 '말폭탄'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기류가 읽힌다.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핵 능력을 포함해 군사력의 지속적인 증강을 추구하고 있는 체제를 책임지는 사람(김정은 위원장)의 수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북한의 군사 동향에 대해 "우리는 매우,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미국에 다음가는 군사대국인 러시아와 노골적으로 무기 거래를 하고 있는 점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며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게 된 러시아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북한이 탄약·미사일 제공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을 획득할 경우 미국 안보에도 발등에 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읽힌다.
이와 관련,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 국장이 18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한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북러협력의 결과로 이 지역 내 위협으로서 북한의 성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대치 구도 심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입각한 고강도 대북 제재망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대북 압박 수단이 제한된 터에 북한이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한 것이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읽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공약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미국 전역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한일 사이를 '디커플링(decoupling·분리)' 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11월 미국 대선과 얽힌 북한의 '셈법'도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 사안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3차례 회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발 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이어 한반도에서도 충돌이 불거지는 상황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자랑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우려하는 바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를 위해 북한이 요구해온 제재 완화 등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으로서도 그간 각을 세워온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을 미국 대선 전에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최근 미중관계가 작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갈등 관리' 모드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북 영향력 행사를 요구할 정도의 신뢰가 형성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미국으로선 조건 없는 북미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지속 천명하는 동시에 당분간 한국, 일본과의 긴밀한 안보 공조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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