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막판 우세 속 헤일리 지지자 이변 기대… “모멘텀 느꼈으니 지켜보자”
▶ 비공식 민주 경선에선 ‘바이든 이름 써넣기’ 운동… “상당한 지지 메시지 보내야”
뉴햄프셔주 런던데리의 런던데리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밖으로 23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있다. 2024.1.23.[로이터=사진제공]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23일 뉴햄프셔주에서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찾은 뉴햄프셔주 남부 런던데리의 런던데리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는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 섭씨 영하 1도의 싸늘한 날씨에도 유권자들이 10여m 정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들 유권자들 앞으로는 각 캠프 자원봉사자들이 공화당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 옆에는 민주당 프라이머리 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쓰는 방법을 안내하는 피켓을 든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유권자들의 줄은 건물 안에도 5m 정도 이어졌다. 투표소로 이용되는 강당 안쪽에서는 직원들이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당적 등록 방법 등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었다.
뉴햄프셔주 등록 유권자는 모두 87만3천여명이다. 이 가운데 각각 26만명가량이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등록한 유권자이며 무소속이 34만명으로 가장 많다.
뉴햄프셔주 투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형식으로 무소속 유권자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중 한 곳을 선택해서 당적을 일시적으로 갖는 방법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투표용지에는 사퇴 후보까지 포함해 민주당 21명, 공화당 24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으며 직접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후보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번 프라이머리의 최대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간 공화당 경선이다.
미국 내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헤일리 전 대사를 이길 경우 사실상 더 이상의 경선이 무의미해지면서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는 이변을 연출할 경우 두 사람간 대결이 다음 달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선거일 직전에 나온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지지층 결집으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보다 더 큰 폭으로 지지율이 오르면서 헤일리 전 대사를 두 자릿수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투표 결과가 주목된다.
투표소에서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는 그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린다 패트릭(74·여)씨는 투표소 앞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사람들이 트럼프가 좋은 사람이고 이 나라를 돕기 위해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라면서 "오늘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가 이날 패배하면 사퇴하길 바란다면서 "우리 모두 함께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무슨 장난을 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프라이머리에서 헤일리 전 대사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헤일리 전 대사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서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생후 1년6개월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투표소에 온 멜리사 키스(36·여)씨는 "저는 트럼프와 바이든간 대결을 다시 보고 싶지 않고 좀더 덜 분열적인 다른 옵션을 보고 싶다"면서 "헤일리가 딱 그런 후보는 아닐 수 있어도 그중에는 나은 사람(the lesser of two evils)"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제3당 후보를 지지한 그는 이날 헤일리 전 대사가 이길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희박하지만 가능하기는 하다고 본다"면서 "헤일리가 아이오와에서 이겼다면 모멘텀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에너지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자신을 크리스틴이라고만 소개한 한 유권자는 "한 일주일 전부터 헤일리의 모멘텀을 느꼈다"면서 "헤일리가 이길 수도 있다고 본다. 오늘 밤 어떻게 될지 보자"라고 밝혔다.
무소속인 크리스틴씨는 이날 공화당 경선에 참여했다.
투표소 앞에서는 민주당 자원봉사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투표로 보여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투표용지에 바이든 이름 써넣기' 안내 피켓을 들고 투표소 앞에 서 있던 젠 모튼(50·여)씨는 "상당한 규모의 사람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써넣는 방식으로 투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상당한 사람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대결을 벌일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많은 노력이 정치적 분열과 공화당 방해 때문에 도전받고 있지만, 바이든이 환경보호 등과 같이 중요한 일을 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내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펜실베이니아 템플대의 저널리즘 전공 학생인 카밀 로잔스키(19·남)씨는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언론이 많은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CNN을 보면 진보가, 폭스뉴스를 보면 보수가 되는데 그 간극을 줄이고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비드 민디치 교수 등과 함께 선거 캠페인을 보기 위해 뉴햄프셔주를 찾았다며 투표소도 방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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