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 일보 직전 거래 점차 활기 띠어
▶ 이자율 하락…주택구매 심리도 개선
지난해 11월과 12월 매물이 두 달 연속 증가하면서 17개월 연속 하락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준 최 객원기자]
지난해 말 기준 100만 채가 넘는 다가구 주택이 신축 중으로 올해 중 임대 매물로 공급되면 임대료 급등세가 꺾일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
올해 주택 시장의 출발이 산뜻하다. 여러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주택 시장의 뚜렷한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매물 가뭄 해갈 소식이다. 바닥을 드러내기 일보 직전이던 매물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도 계속 떨어지면서 바이어들은 한동안 중단했던 주택 구입 활동을 재개할 생각에 들떠있다. 연초부터 활기를 띠고 있는 주택 시장 상황을 살펴본다.
◇ 바닥 직전 매물 조금씩 채워져
지난해 말 매물 가뭄 해갈 소식이 들려왔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장에 나온 주택 매물은 전년 동월 대비 약 3만 3,251채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바닥을 드러내기 일보 직전이던 매물이 두 달 연속 상승함으로써 17개월 연속 매물 하락 행진도 중단됐다.
특히 새로 집을 내놓는 셀러가 늘고 있다는 것은 더욱 고무적인 소식이다. 지난해 12월 전체 매물이 전년 동월 대비 약 5% 증가한 가운데 이중 주택 시장에 새로 나온 신규 매물은 약 9%나 늘었다.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이 풀린 것은 모기지 이자율 하락 덕분이다. 지난해 말부터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집을 내놓는 셀러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그동안 17주 연속 7%를 웃돌면서 바이어와 셀러를 모두 괴롭혔다. 이자율이 지난해 10월 약 20년 만에 최고치인 약 7.79%를 기록하자 주택 시장이 일시에 얼어붙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12월 중순에 들어서야 이자율은 7% 밑으로 떨어졌고 12월 말에는 6.61%까지 하락했다.
◇ 이자율 떨어지면 매물 늘어
지난해 높은 이자율로 인해 집을 내놓지 못하는 이른바 ‘이자율 고정 효과’(Rate Lock-In Effect)가 주택 시장을 지배했다. 매물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높은 이자율 족쇄에서 풀려나는 셀러가 늘면서 최근 매물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니엘 해일 리얼터닷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이 더 떨어질수록 매물이 더 늘어나는 현상이 기대된다”라며 “이른바 이자율 고정 효과의 영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유 주택에 적용받고 있는 이자율과 시중 이자율 간 격차가 좁혀지면서 주택 판매를 고려하는 셀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수년째 지속된 매물 부족 현상 해소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매물량은 매물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 계기였던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리얼터닷컴의 해나 존스 경제 분석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매물 수준은 2017~2019년 대비 약 74%에 불과하다.
◇ 매물 대량 공급돼야 집값 하락
매물 증가가 반가운 소식이지만 주택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10년 넘게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주택 가격 상승세가 꺾이려면 막대한 양의 매물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주택 시장 내 여러 구조적인 원인으로 매물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세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올해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보다 소폭 오르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41만 달러로 전년 동월 40만 달러에서 약 1만 달러(1.2%) 오르는 데 그쳤다. 작년 12월 주택 가격은 전달인 11월보다 약 1만 달러 떨어졌는데 이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일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택 가격 둔화가 예상되지만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주택 수요 대비 매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될 전망으로 올해 높은 주택 가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택 구매 심리 개선
새해 들어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 매물이 늘고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올해 주택 거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도 기대된다.
국영모기지 보증기관 패니메이가 지난 8일 발표한 ‘주택 구매 심리 지수’(HPSI)에 따르면 현재가 주택 구입에 유리한 시기라고 답한 응답자는 약 17%로 전달 조사 결과인 14%보다 소폭 증가했다. 또 주택 구입에 불리한 시기라는 응답자 역시 전달 85%에서 83%로 감소해 한동안 꽁꽁 얼었던 주택 구매 심리가 서서히 풀리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처럼 주택 구매 심리가 개선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모기지 이자율 하락의 영향이 크다. 패니메이의 12월 조사에서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약 31%로 전달(22%)보다 상승했다.
◇ 임대료 진정세 이어진다
2021년과 2022년 폭등한 주택 임대료가 다행히 지난해 진정됐다. 올해 주택 임대료는 지난해의 둔화세를 이어가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00만 채가 넘는 다가구 주택이 신축 중으로 올해 중 완공되면 임대 시장에 매물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에어비앤비 형태의 단기 숙박 공유 주택 과잉 공급으로 일부 주택 소유주가 일반 임대 매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들 매물이 임대 시장으로 흡수될 경우 주택 임대료 진정세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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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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