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대만 상대 군사압박 수위 높이고 경제 보복 확대할 듯…양안 대화 복원 요원
▶ 美, 미중 대리전 승리 통한 대만해협 수호로 中 압박 더 강화…中, 강력 반발 예상
▶ 하루 전 미 블링컨-中 외교수장 기용설 인사 면담…작년 11월 정상회담 ‘관리 모드’ 유지 논의?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대선)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에도 격랑이 예상된다.
우선 라이 당선자가 중국이 노골적인 당선 방해 '작전'을 벌일 정도로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도 더 강경한 독립주의자라는 점에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 긴장 수위는 차이잉원 집권 8년 기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은 그간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양안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위협을 가해왔다.
"독립은 곧 전쟁"이라며 원색적인 말 폭탄을 퍼붓고 대선이 임박해서는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이라고 주장)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지속해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띄우고 군용기를 동원해 무력 시위성 비행을 계속해 왔다.
대만을 상대로 한 무역장벽 여부 조사를 선거일 직전까지 연장한 데 이어 대만산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연장하는 등 경제적 강압 조치 수위도 높여왔다.
모두 라이칭더 당선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골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가장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 만큼, 중국은 이제 대만을 겨냥한 보복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공산이 커 보인다.
취임식이 치러지는 오는 5월 20일까지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한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경제적 타격을 노리고 세금 감면 중단, 특정 제품 수입 중단 등의 보다 더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설 것으로도 보인다.
대만 담강대 창우에 교수는 대선 직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진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경제적 강압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 매체들도 선거 직전 보도에서 라이칭더가 당선될 경우 시진핑 주석이 대만에 대한 '행동'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경우 대만은 라이칭더 당선인의 '대만 수호' 기조를 토대로 안보 불안 등을 내세워 미국과 더욱 밀착할 가능성이 크다.
내달 말 이후 예고된 남중국해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에서의 '포병 사격 훈련' 등 맞불성 무력시위를 전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황 전개에 따라 한동안 가라앉았던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다시 언급되는 분위기가 올 수도 있다.
중국-대만간 공식 대화채널 복원도 기약 없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민진당 소속 현 차이잉원 총통을 대만 독립주의자로 여기며 그가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부터 대화를 중단했다.
따라서 차이잉원 총통보다 더 강한 독립주의자로 분류되는 라이칭더를 상대로 대화채널을 복원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라이 당선인이 독립 성향 강경파라 하더라도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미국도 대만 친미 정권을 '지원'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면서 대만해협 현상 변경을 막으려는 입장이다.
장촨셴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은 선거 전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라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만 독립을 선포할 수는 없을 것이며 중국과의 협상 및 교류를 통해 양안의 평화적 왕래를 촉진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짚었다.
라이칭더 당선인도 선거 나흘 전 국제 기자회견에서 "차이 총통의 안정적·실용적이며 일관된 양안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대선 결과로 인해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관계 갈등의 파고도 한껏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띠었던 이번 대선에서 미국 측의 '암묵적 지지'를 받은 라이칭더가 당선됨으로서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송로인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에서의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동안 친미 정권 8년간 대만을 중국을 압박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해 온 미국으로서는 이번 선거 승리로 '대만해협'을 수호한 만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친미 정권 연장으로 대만 민심을 확인한 미국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수록 무기 수출 확대 등으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공산이 커 보인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안보를 강조하는 라이칭더는 미국에 기대려는 기류가 더 강해지고 대만 문제와 관련된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에서 비롯되는 미중 관계는 대만 대선 계기 힘겨루기를 시작으로 첨단기술 제재를 골자로 한 디리스킹(위험제거) 압박 그리고 오는 11월 미국 대선으로 이어지며 올해도 역시 격랑의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중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관리 모드'로 돌입한 미중 관계를 다시 이전의 첨예한 갈등 상태로 되돌리지 않기 위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만 대선 하루 전 미국 외교수장과 중국 차기 외교부장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공산당 고위급 인사가 미 워싱턴에서 회동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2일 워싱턴 D.C.에서 반관반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 중인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중련부장)과 회동했다.
국무부는 회담 후 자료에서 양측이 협력 가능한 분야와 이견이 있는 분야를 포함해 여러 양자, 지역, 글로벌 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전 까지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최근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으로 중동 확전설까지 나도는 상황에서 대중 관계까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11월 대선 가도에 작지 않은 악재가 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도 중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또다시 가파른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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