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누적된 긴장 ‘임계점’ 도달 관측
▶ 이란 대리세력 넘어 ‘몸통’ 때린 대형테러 악재 돌출
국제사회 좌불안석…”이란, 확전위험 각오할 정도로 분노”
테러에 대한 보복 다짐한 이란 대통령[로이터=사진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으로 넓게 번질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속적인 주변부 교전을 넘어 설상가상 격으로 레바논 공습과 이란을 겨냥한 테러까지 불거져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이란에서는 3일(현지시간)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추모행렬이 지나던 길 근처에 설치된 폭탄이 잇따라 터지면서 100명에 가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배후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의 소행을 의심하며 즉각 보복 의사를 밝혔다.
전날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3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 부국장이 공습에 살해됐다.
미국 국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미국 현지언론에 확인했다.
알아루리 부국장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핵심 인사였다.
일단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남의 영토를 버젓이 폭격했다는 점을 들어 레바논 주권을 훼손했다며 복수를 경고했다.
두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위험 수위에 오른 긴장을 한층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확전 도화선이 될 가능성 때문에 우려를 산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따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국제사회는 줄곧 확전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이슬람권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서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중동 다른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확전 방지에 애를 썼지만 가자전쟁에서 파생되는 중동 정세는 계속 우려를 더하는 쪽으로 전개됐다.
확전의 주요 변수로는 하마스를 지지하며 반서방 전선을 주도하는 이란의 대응과 그 대리세력들의 돌출행동이 거론된다.
지금은 이란이 자제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계속 좁아지고 그 주변에서는 오판을 부를 우발적 사건이 속출하는 형국이다.
이란의 최대 대리세력으로 불리는 레바논 헤즈볼라는 개전 이후 이스라엘 접경지에서 직접 교전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리아 내 친이란 무장세력도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공습으로 반격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미군기지를 겨냥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도발이 급증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이란혁명수비대에서 중책을 맡은 장성이 시리아 방문 중에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주요 무역로를 수호한다며 홍해에 다국적군을 강화했으나 후티의 공격은 그 뒤로도 지속됐다.
급기야 지난달 31일에는 미군 헬기가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후티와 직접 교전하는 악재까지 불거졌다.
이란은 이튿날 자국 구국함을 홍해에 진입시켜 무역로 수호작전을 이어가는 미군이 보란 듯 무력시위를 벌였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이란에 맞서 이란을 중심으로 형성된 '저항의 축'에서 항전의지가 계속 축적되고 있다는 얘기다.
후티, 헤즈볼라,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들은 이란의 지원을 받지만 완전히 통제되지는 않아 돌출행위에 불안을 더한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 레바논 공습과 이란 폭탄테러가 불거지자 국제사회는 좌불안석이다.
독일 외무부는 확전이 우려된다며 자국민에게 레바논에 입국하지 말고 레바논에 체류한 자국민은 출국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급격히 높아진 긴장 수위를 관리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헤즈볼라도 이스라엘도 서로 상대와 전쟁할 뚜렷한 욕구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격한 긴장고조 속에 솔레이마니 추모식에서 발생한 테러에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의 공격 방식을 볼 때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을 채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와 가까이 연계된 소식통은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특정 테러단체가 배후를 자처하더라도 이란이 이스라엘을 테러의 가해자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 내 반감이 견딜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AFP통신은 레바논 폭격으로 이미 긴장이 높아진 다음 날 테러가 터졌다며 이란 현지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폭발이 누구 책임인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누가 배후이더라도 그에 대한 분노에 역내 전쟁을 촉발할 위험을 각오하겠다는 의향이 내포돼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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