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금요일이다. 다사다난했던 또 한 해가 다 지나간 것이다. 그 가운데 나에게는 내 평생 마음의 지주였던 아버지를 지난 1월에 보낸 일이 가장 힘들었다. 미국 이민 생활에 적응하며 사는 게 나 보다는 아버지에게 더 서툴렀고 내가 도와 드려야 할 일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어른이셨다. 같이 외식을 하러 나갈 때면 당신이 식사비를 내야 편해 하셨다.
그러던 아버지가 아프다고 내게 말씀하신지 겨우 4개월 만에 떠나신 거다. 정말 빨리 떠나셨다. 그래서 나에게는 충격이 더 컸다. 위안이 된 부분이 있다면 그래도 아버지가 90세가 다 되도록 사셨다는 것이다. 70대 중반에 돌아가신 어머님에 비하면 훨씬 더 장수하셨던 거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이후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 복귀하는 선거에 전력을 쏟아야 해서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뒤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페어팩스 카운티에선 지난 5월 하순에 열린 민주당 경선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다섯 명이 출마한 광역후보자 경선에서 세 명까지 민주당 공식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객관적으로 내가 가장 유리하다는 주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선 당일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뛰고 초조히 개표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결과는 그 이상 더 만족스러울 수 없으리만큼 좋았다.
이제 오는 1월 1일이면 6선 교육위원 임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 4년의 임기를 모두 마치면 내 나이도 70에 들어선다. 적잖은 나이라고 볼 수도 있다. 현역 동료 교육위원들 가운데 최다선에 최고령이다. 같이 일할 다른 두 명의 광역교육위원들은 심지어 내 아들 또래다. 그러니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그리고 본보에 싣는 이 칼럼도 신문사에서 허락만 한다면 계속해 쓸 생각이다.
내가 맨처음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7년 12월이다. 당시 이 지역 동포사회의 한 주간지에서 기회를 제공했다. 한 5년 정도 그 주간지에 글을 게재했다. 2000년도에 들어와서는 약 1년간 라디오 칼럼을 하기도 했다. 본보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였다. 약 10년간은 한 주일에 한 편씩 썼다.
내가 글솜씨가 뛰어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아는 게 많아서 쓴 것은 아니었다. 사실 고등학교 1학년만 마치고 미국에 이민 왔던 나의 한국어 실력이나 글솜씨야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문법과 철자법에 대한 지식도 거의 50년 전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게 전부이다. 물론 그것마저 다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글 자랑이 아니라 내가 미국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며 접하게 되는 고유한 정보와 경험을 조금씩이나마 한인동포 사회와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쓴 것이다. 그러니 때로는 내용이 건조하거나 아주 기술적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도 혹시 독자들 가운데 단 몇 명이라도 글 내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하는 바람으로 썼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칼럼을 격주로 게재하고 있다. 두 주에 한 번씩 쓰는 것도 쉽다고 할 수 없지만 매 주 썼을 때에 비하면 훨씬 수월해졌다. 매 주 썼을 당시에는 사실 거의 매일 원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제는 글을 신문사에 보내 놓고 며칠은 그냥 잊어버려도 되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4년 동안은 내가 현직 교육위원이 아니었기에 교육 이외의 다른 내용들을 많이 다룰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교육위원직으로 복귀하는 만큼 다시 교육현장의 정보와 이슈를 중점적으로 쓸 예정이다. 물론 가끔 외도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동안 내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좀 더 잘 하라는 차원에서 때로는 격려의 말을 해 준 분들에도 고마움을 갖고 있다. 물론 지면을 내게 허락하는 데 아낌이 없는 한국일보의 아량에도 경의를 표한다. 혹시 독자들 가운데 내가 다루어 주면 좋을 만한 주제나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시해 주기 바란다. 연말연시를 맞아 독자들과 한국일보 직원들의 가정에 만복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내년에 다시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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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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